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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꽃 Aug 22. 2024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시골강아지

사랑을 느끼는 순간


우리 동네엔 여기저기 묶여있는 시골 강아지들이 많다.
강원도 첩첩산중의 시골로 시집을 와 늘 외로운 일상을 보내던 내게, 시골 곳곳의 강아지들은 내가 이곳에서 하루를 더 버티며 살아갈 이유가 되어줬다.
아는 사람이 없던 이곳에서 지나는 길에 보는 강아지들은 모두가 나의 친구였다.
집에서 외로움에 괴로워하며  혼자 울다가도 강아지들을 보러 나서면 금방 기력을 찾아서 신나서는 한참 놀다 온다.
외로운 시골 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소중하고 예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



이날도 좀 우울한 하루여서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강아지를 보러 가야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시골에서 살다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외로워서 견디지 못할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 순간 늘 생각나는,
내가 자주 가는 체육공원 뒤의 강아지.
얌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밝은 댕댕이다.
멀리서부터 보이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어느 순간 가까운 거리에서 나인걸 확인하면 벌떡 일어나 반긴다.
종종 날 반기는 강아지에게 다가가다가 주차장 뒤의 차에 숨어 없는 척을 하면서 몰래 강아지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귀엽다.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러워 한참을 앉아 쓰다듬으며 놀다 온다.



시골 강아지들의 움직임은 어딘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사랑을 받고 싶어 하며 반기는 꼬리는 모두가 같다.
잔뜩 줄을 당기며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려 하는 몸짓을 보다 보면 그 모습이 마치 시골에 살며 작은 관심도 반기는 나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럽다.


내가 늘 산책하는 길, 화천의 풍경

체육공원 뒤로 내가 늘 다니는 산책길의 중턱에는,
이곳을 닮은 해맑은 강아지가 있다.



멀리서부터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이 보이자마자 헬리콥터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꼬리가 보인다.
멀리서부터 환호하며 양손을 흔들며 달려간다.
'응~ 나왔어~'를 연신 얘기하면서.



먼 발치에서부터 나를 반기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몸도 한 바퀴 뒤집었다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쓰다듬어달라고 배를 뒤집는다.
영락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아기가 따로 없다.
아마 강아지에게도 mbti가 있다면 이 강아지는 ENFP 가 분명할거다.

그래, 너무 예쁜 네게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복슬복슬한 털을 만져주다 보면
강아지의 한없이 맑고 순수한 눈에 내가 담긴다.
까만 보석과 같이 빛나는
강아지의 눈으로 보는 내 모습을 볼 때,
그 순간에 강아지와 나만 세상에 있는 듯한 행복감을 느낀다.

 


사랑이 가득 담겨있는
너무 귀여운 몸짓.
신나게 움직이는 강아지의 따뜻한 마음을 닮고 싶다.
나를 늘 반겨주는 그 대가 없는 다정함이 감사하다.



한참 놀다가 강아지를 두고 멀어질 때가 제일 마음이 아프다.
자꾸만 뒤돌아서
'곧 또 올게~' 얘기하며 손을 흔든다.
강아지는 내가 사라질 때까지 멀찍이 지켜보며 꼬리를 흔든다.
그런 강아지가 안쓰러워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뒷걸음질치며 살핀다.
어느덧 강아지가 보이지 않을 즈음이면,
멀리서 가지말라고 말리듯 짖는 강아지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늘 아프다.





강아지들의 티 없이 밝은 모습은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내일도 날 살게 하는 이 시골 곳곳의 강아지들.
그들이 있어 내일도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다.
시골에서의 외로움을 견디게 해 주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사랑이 머물다 간 순간들이 나를 하루씩 더 살고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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