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장만에 필요한 자금, 이렇게 마련했어요.
집 장만의 처음과 마지막, 돈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어떤 주거형태를 원하던, 재력이 충분하다면 별다른 고민이 없겠지요. 그냥 원하는 곳에 집을 사거나 지어서 살면 될 테니까요. 하지만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대부분의 가장 큰 고민은 자금 마련일 것입니다. 저 역시 이렇게 집을 장만하며 무수히 많은 단계를 거쳐왔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 모든 시작과 끝은 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저의 재원만으로는 원하는 부동산 마련이 불가능했기에 대출이라는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해야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큰 빚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커 선뜻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하루라도 서둘러 일상공간을 바꾸고 싶은 욕구와는 달리 유일한 수입인 노동소득만을 모아 다다르기에는 너무도 먼 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소득을 빠르게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더욱이 계속 오르는 토지와 건축 비용까지 예상하면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꿈은 더 멀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현재가치의 개념 때문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20년 전 1억 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1억보다 훨씬 많았겠죠?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는 필연적으로 떨어질 테고요. 따라서 당장은 커 보이는 대출금이지만 수십 년의 상환기간을 생각하면 미래의 부담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때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신용등급(지금은 신용점수)을 받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믿어 꾸준히 신경 써 관리했습니다. 실제로도 이 점은 나중에 대출들을 실행할 때 크게 도움이 되더군요.
일단 토지는 경매를 통해 마련했기에 경락잔금대출(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저의 순자산은 많이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원금과 이자를 수십 년에 걸쳐 다달이 갚아야 하는 삶의 무게는 안게 됐지만 덕분에 건축을 위한 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건축과 관련된 비용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저축한 돈과 다른 자산을 합해도 설계비, 건축비용, 가구와 집기, 세금 등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추가 융자가 필요했어요. 다행히 저는 건물 내에 제가 사업자를 내 운영하고 있던 사무공간도 함께 넣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자금 중 시설자금 융자를 이용해 한 번 더 목돈을 조달할 수가 있었습니다.
사업용 정책자금의 최대 혜택은 시중금리와 비교해 아주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당시 연 2%가 안 되는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상환기간이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무척 짧아(저의 경우 1년 거치 3년 상환) 기한 내 상환이 무리가 되지 않도록 자금계획을 해야 했습니다.(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이미 오래전 상환이 완료된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토지매입부터 건축까지 저의 순수 자본을 제외하고 대출로 조달한 금액은 약 50% 정도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 덧붙이면 그 시절만 해도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던 때였습니다. 제 기준으로 적지 않은 돈을 대출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존 집과 사무실에 매월 지불하는 월세보다 새집의 대출 이자가 더 적어 아주 탁월한 결정이었어요. 심지어 한동안은 금리가 더 떨어져 이자가 처음보다 더 줄어드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새 집으로 생활환경은 올라가고 경제적 부담은 줄어들어 집 짓기를 결심한 스스로를 대견해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현재는 이자 부담이 훨씬 큰 상황이 되었네요. 가장 적었을 때 보다 무려 3배 가까이 오르더라고요. 지금도 매달 꾸준히 이자를 납부하고 있고 조만간 원금 상환도 시작될 예정이라 부담은 더 커질 예정입니다.
국가경제나 금융시장의 변화는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이제 제로금리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저 역시 그럴 거라 믿어 이자납입보다는 원금 상환을 중심으로 자금 계획을 세웠고요. 하지만 누가 알았겠어요? 짧은 기간 순식간에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현재 저로서는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융자를 통해 내 집마련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만일의 더 혹독한 상황도 한 번 더 염두에 두시고 자금계획을 세우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괜찮냐고요? 다행스럽게도 이 전에 말씀드린 건물 내 작은 상가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이미 완성된 아파트나 기존 건물을 매입할 경우 비용을 한 번에 마련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땅을 매입해 집을 지으면 자금준비에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토지구입과 건축공사를 분리할 수 있어 자금마련의 호흡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자금을 처음부터 전부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지만 우선 확보하고 건축 시기는 원하는 때로 미룰 수 있기 때문이죠. 누구도 땅을 샀으니 건축을 어서 하라고 압박하지 않으니까요. 만약 예산이 아쉬운 상황에서 건축을 하더라도 미래에 증축을 염두에 둔 설계를 바탕으로 필요한 층수만큼만 짓고 추후에 확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건축허가 문제로 2년 넘게 경매로 낙찰받은 구옥 그대로 사무실로 사용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좀 더 저축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건축비에 보탤 수 있었고요. 결과적으로 당시의 지연상황으로 이후 금전적으로 조금은 더 여유롭게 건축을 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