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타이밍은 없어요.

by 홍미

나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방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많은 학생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아무 걱정 없이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번 책을 잡으면 기본 두세 시간이라, 내가 무언가에 그렇게 집중할 수 있단 사실도 뿌듯했다.


생각해 보면 친구들이랑 한창 영화를 보러 다닐 때도 그랬다.

영화처럼 내 눈앞에 무언가를 펼쳐놓고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보단,

오직 글로 적힌 책을 보면서 나 스스로 장면을 만들고, 결말을 그리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이런 나의 과거사만 들으면, 벌써 내가 작가이거나 못해도 꽤 많은 글을 써 본 사람으로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작년부터 브런치 작가가 되어, 아직 손에 꼽을 정도의 글 몇 개만 써 본 글쓰기 입문자이다.

책을 좋아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 그 이상을 시작하는 일은 늘 어렵게 느껴졌다.

그저 변명을 하자면 주어진 현실에 맞춰 살기도 버거웠다.


이런 내가 놀랍게도 글을 제대로 쓰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현실이 더욱 바빠지면서부터였다.

회사일로 워라밸이 무너지던 시기에, 너무 힘들어서 제일 친한 언니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평소와 같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언니는 요즘 나에게 뭐가 제일 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나는 자연스레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지만, 우습게도 난 글을 쓰기 위한 어떤 플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것을 해명이라도 하듯, 회사일이 바쁘고, 컨디션이 안 좋고, 시간이 없고... 나의 말이 길어졌다.

구구절절 스토리를 다 들은 언니는 딱 한마디를 했다.


"글을 쓰고 싶어? 그러면 글을 써!, 작가가 되고 싶어? 그러면 작가를 해!"


정말 당연한 말 한마디가 나에겐 마치 유레카 같은 느낌으로 느껴졌다.

내가 제일 되고 싶은 것은 '작가'였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

하지만, 항상 '언젠가는'이라는 독약 같은 다짐으로 미루고 미뤘다.


아마 나는 평생 오지 않을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일이 바쁘지 않고, 스트레스가 많이 없는 환경에서,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는 타이밍.

참 바보 같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시기를 마냥 고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선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맨 땅에 헤딩하듯 출판사에 전화해서 출간 프로세스도 문의해 보고,

여러 사이트를 뒤져가며 출간기획안과 함께 원고도 투고해 봤다.


원고들은 아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제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조금만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이라는 현실적인 아쉬움이 마음에 남긴 해도,

과거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생각한다.


이건 비단 글을 쓰는 것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며 무언가를 미루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세상에 완벽한 타이밍은 없어요! 지금 당장 시작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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