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모르는 이에게 너무 큰 위로를 받는다.

by 홍미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몰려올까?'

요즘 속으로 수십 번도 넘게 되뇌었던 말이다.

4년을 넘게 만난 사람과 결국 헤어짐을 결심하고 몇 달을 울며 지냈다.

이제 좀 나아졌나 싶었는데, 이별 후유증인지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퇴근하면 또 병원으로 출근하는 사람처럼 오래도록 병원투어를 했다.


겨우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무렵, 마치 나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더 큰 시련이 닥쳐왔다.

8년 넘게 다닌 회사에서 조직개편으로 인해 일부 부서의 업무 개편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다른 부서로 오퍼를 받긴 했지만, 나의 커리어와는 너무 달랐기에 선뜻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조직개편 발표 후엔 회사를 와서도 일이 집중되지 않았고, 집에 와서도 잠을 제대로 자는 날이 없었다.

퇴사하는 꿈을 생생하게 꿀 정도로, 나의 스트레스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가고 있었다.

마음도 퇴사를 하는 것으로 기울긴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공식적인 팀 변경이 되는 날을 앞둔 일주일 전이었다.

할 일은 또 어찌나 많은지 연달아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녹초가 되었다.

평소와 같았으면 씻고 기절하듯 벌써 잠을 청했을 텐데, 어쩐지 바로 잠들기가 싫었다.


몸은 너무 피곤했지만, 오늘도 하루 중 나를 위한 시간은 없었다는 억울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겨서일까, 야밤에 책상에 앉아 바로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무장적 브런치에 들어가 글을 읽기 시작했다.


구독 중인 작가분들의 글을 읽으며 집중하니, 마음이 점차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있는데, 얼마 전 내가 발행한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떴다.


"작가님 오늘 속상한 일 있었나 봐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아프네요.

저도 힘든 일을 하도 많이 겪은지라, 작가님 감정이 벌써 와닿습니다.

나에게 닥친 모든 문제는 내가 풀어나가야 됩니다.

지혜롭게 또는 포악스럽게.

결정은 내가 하는 거니, 맞짱 한번 떠 보시길요!"


정말이지 이 글을 얼마나 다시 보고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댓글을 써주신 작가님은 내가 눈물까지 흘렸다는 건 상상도 못 하시겠지.


힘든 일을 겪을 때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함께 풀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항상 혼자서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데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들이나 연인에게도 힘든 내색을 잘하지 않는 편이었다.

내 고민 때문에 그들이 함께 감정을 쓰며 힘들어할 모습이 가장 미안했고,

동시에 그들이 준 조언과 다른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자 고민하는 게 더 편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 길지 않은 삼십 년 인생이지만, 가장 힘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요즘이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터놓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꾸역꾸역 혼자 앓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일면식도 없는 작가님의 글이, 내 마음을 더욱 울렸던 것 같다.


"결정은 내가 하는 거니, 맞짱 한번 떠 보시길요!"


나의 몇 달 동안의 고민이, 놀랍게도 이 글 하나로 깔끔하게 풀렸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수십 번이나 퇴사를 결심했지만, 용기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수많은 일이 닥치겠지만, 가끔 맞짱 한 번 떠 보는 것도 꽤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작가님! 이 글을 보실진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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