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했을 때나 너도 특별했던 거지

by 홍미


주변에서 흔히 짝사랑에 대해 말할 때면, 그건 어떤 감정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서로 좋아서 만나는 것이 아닌, 혼자서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이런 내 호기심에 답이라도 해주듯, 나에게도 늦은 나이에 짝사랑이 찾아왔다.


처음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생각보다 내 마음은 빨리 커져갔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마음이 생긴 적은 없었는데, 혹시 이런 게 진짜 인연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부터 점점 그 사람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이 많아졌고,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고민도 많이 했다.


만나는 날이 다가오면 이번엔 어떤 대화로 말을 걸어볼까 혼자서 설레기도 했다.

또 어떻게 하면 더 예뻐 보일까 싶어 옷장을 뒤져가며 모든 옷을 꺼내어 입어 보기도 했고,

만나러 가는 길엔 수도 없이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도 요즘따라 얼굴이 더 좋아 보인다고 얘기하는 걸 보니, 짝사랑도 행복할 수 있구나 싶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니, 나를 더 가꾸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래서 그저 행복했다.

이 지독한 짝사랑이 내 일상을 망치기 전까지는.


그날도 어김없이 한껏 꾸미고 나섰는데,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피곤해서인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지만, 그의 말투가 전보다 다정하게 들리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의 입에서 나왔던 단어와 말투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분석했다.

혼자서 생각에 꼬리를 물다, 유튜브에 짝사랑 관련 영상을 보며 잠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온갖 생각으로 잠을 설치고 일어나니, 컨디션이 좋을 리가 만무했다.

일어나자마자 울리는 알림은 더 시끄럽게 느껴졌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신경은 그의 카톡 메시지 하나하나에 곤두서있었다.


'이제 나와의 연락이 재미가 없어졌나?'

'내가 어제 혹시 뭐 실수했나?'

그렇게 지난 메시지들을 수도 없이 올려다보던 중, 우연히 그의 SNS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가 올린 게시글엔 행복함이 가득했다.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신나게 쇼핑도 하고, 그의 말대로 아주 즐거운 하루였나 보다.

순간 머릿속에 그간 나의 불안하고 우울했던 하루들이 소용돌이치며 지나갔다.


'나의 하루도 똑같이 소중한데, 나는 왜 그 시간을 애꿎은 짝사랑에 다 버렸을까?'

그 뒤로 나는 그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그와 마주칠 수 있는 상황들도 미리 다 끊어내 버렸다.

처음엔 좋았던 기억들 때문인지 생각도 많이 나고, 그래서 사실 잠깐씩 그의 SNS을 염탐하기도 했었다.

며칠 후 신기하게 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지만, 다시 그 피폐했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죽어도 싫었다.


그렇게 강렬하고 또 지독했던 짝사랑이 서서히 사라지니, 자연스레 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나는 불안하지 않았고, 내 하루를 그리고 감정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너를 볼 날만을 고대하며, 내 스케줄을 너의 일상에 끼워 맞추지 않아도 된다.

너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꾸며내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너의 행동 하나하나에 내 감정이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이젠 나름의 추억이 되었을 무렵, 내 마음을 더 가볍게 만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는 오래도록 만난 여자친구가 있었고, 나와 연락을 할 때도 연애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고 한다.

'나는 조상님에게 특별히 해드린 것도 없는데,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친구들과 이제는 우스갯소리로 그 얘기를 꺼낼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를 마주치게 되는 날이 오면 말해주고 싶다.

‘내가 좋아했을 때나 너도 특별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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