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서른

by 홍미

우리나라에서 흔히 좋지 않은 뜻으로 말하는 아홉수, 하지만 내게 스물아홉은 그저 보내기 싫은 아홉수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연말은 디데이까지 설정해 두면서,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유난스러운 나를 보며 주변에서는 '스물아홉이나 서른이나 그게 그거야'라며 별난 사람이라 말하곤 했다.


근데 나에게 있어 서른은 정말 묵직하고 또 한편으론 웅장하면서도 묘하게 시큰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냥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오만가지의 감정들이 섞여서 '나 서른 되기 싫어요'라고 떼쓰는 식이다.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되기 싫다기보다는 아직 될 준비가 안 되었다는 말이 더 맞겠다.

20대로 살아가면서 이루지 못한 것들은 항상 서른이 되면으로 나도 모르게 미뤄뒀다.


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늘어갈 때는 '30대에는 내가 내 일에 확신이 설거야'

때론 인간관계에 지치고 피곤할 때도 '서른이라는 진짜 어른이 되면, 이런 것쯤은 별거 아니겠지'

연애의 쓴맛을 본 뒤로도 '아직 20대니깐 괜찮아, 서른엔 결혼했을 수도!'


그렇다고 20대를 그냥 흥청망청 시간만 흘려보낸 것은 정말이지 절대로 아니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남들보다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하면서, 이리저리 치이며 회사생활에 적응하기 바빴다.

미래를 위해선 4년제를 나와야 좀 더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에, 회사를 다니며 야간으로 3, 4학년을 마쳤다.

중간에 교통사고와 목디스크로 힘들었지만, 새벽까지 야근하며 꾸역꾸역 회사생활을 이어갔다.

바쁜 와중에 연애도 꾸준히 해 왔지만, 4년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지며 연애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렇게 나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고는 생각했지만, 항상 불안했고 또 미래에 있어서도 막막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맞이할 서른이란 나이는 이 모든 것에 있어 안정을 찾기를 바라는 내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간절한 바람을 담은 스물아홉 마지막 밤은 친구들과의 파자마 파티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다음날, 숙취로 시작한 나의 2023년 1월 1일, 그렇게 나는 서른이 되었다.

일단 눈 비비고 해장라면을 끓였던 것으로 보니, 정말 '스물아홉이나 서른이나 그게 그거야'의 그거였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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