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by 홍미

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무작정 유튜브에 흔히 좋은 글귀, 명언이라고 하는 것들을 보는 버릇이 있다.

우울함을 길게 가져가고 싶지 않아서, 한때는 명언 모음을 한 시간 내내 반복재생하며 잠이 든 적도 있다.

최근 퇴사와 이별이 한꺼번에 휘몰아친 후,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는 무기력함에 빠져 지낸 날들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알고리즘에 이끌려 한 교수가 말한 '어른의 정의'라는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람과 일들에 있어 어떠한 무기력감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처음 들어보는 명언이었고, 그 한 줄에 정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어서 하루 종일 귀에 맴돌았다.

이미 성인이 된 지는 꽤나 지났지만, 아직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와중에 있는 나에겐 정말 와닿는 말이었다.

모든 일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그것들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현실을 인정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이 과정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정말 유난법석을 떠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퇴사를 하게 되었을 때도,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매일 스스로를 자책하며 살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잘 되지 못했을 때도, 나의 부족함만을 탓하며 오랜 날을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대체 이런 불행은 왜 나에게만 일어나는지, 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지 모든 것이 불만 투성이었다.


정말이지 세상은 살아가면 갈수록, 나에게 원하는 것보다 원치 않은 것들을 더 많이 맞닥뜨리게 했다.

마치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세상살이가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듯이 말이다.


또 한편으론 이루어지지 않고 난 이후에 얻는 것들이, 진정 내 것이었음을 알려주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수능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가고 싶었던 대학을 포기하고 간 대학에서 내 적성을 찾았다.

원하던 전공과는 달랐지만, 적성에 잘 맞아 배우다 보니 그 길이 결국 지금의 내 커리어가 되었다.

식욕을 이기지 못해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한 후 찾은 헬스장에서 만난 사람과 연인이 된 적도 있었다.

사소하게는 가고 싶었던 식당을 예약하지 못해서 간 다른 곳에서,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발견하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꼭 이루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또 사랑받길 원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가지지 못하거나 혹은 갖고 있던 것들을 잃었을 때, 조금이나마 평온해지길 원한다.

내가 가진 최선을 다했다면,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저 운에 맡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것이 아니라면 저것일 것이고, 이 사람이 아니라면 저 사람일 테니깐!'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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