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다시 원점으로

by 홍미

이십 대 중반에 만나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름 오랜 시간 동안 잘 지내왔다 생각했다.

처음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서로 소개도 하며, 이대로 가다간 정말 결혼을 하겠구나 싶던 시점이었다.

모든 건 사소함에서 시작된다는 말대로, 나의 연애는 정말 어이없게도 쓰레기 재활용 사건으로 끝이 났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말 데이트를 하며,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하는 지하철이었다.

쇼핑으로 무거워진 양손의 짐을 덜기 위해, 우리는 거의 다 마신 음료를 버리러 역사 내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 우리 앞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음료를 마시고 버리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차례가 되어 남은 음료를 붓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남자친구는 이미 저만큼 걸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을 보니, 먹다 남은 음료 그리고 얼음이 그대로 들어 있는 플라스틱 컵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뒤에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의 음료까지 분리수거를 하고 돌아왔다.


내가 남자친구의 쓰레기를 버려줬다는 사실이 아니라, 너무 자연스럽게 버리고 간 그의 행동이 의아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내 성격 탓인지, 남자친구는 금세 기분이 나쁜 걸 알아차리고 먼저 말을 걸어왔다.

큰 일도 아니고 숨길 필요가 뭐 있나 싶어서, 있는 사실 그대로 기분 좋지 않음을 설명했다.


내가 예상했던 답은 고맙다까지도 아닌, '다음엔 버릴게, 귀찮아서 그랬어' 등의 가벼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남자친구가 잠시 정신을 놨나 싶을 정도의 생각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미국은 재활용 안 한다는데, 알지?'

'오빠, 여기가 미국이야? 우리나라야..'

'아니 그냥 그렇다고, 그리고 어차피 거의 다 먹은 음료였어.'

'남았잖아 얼음도 그리고 음료도, 분리해서 버리는 거 어려운 거 아니잖아'


뒷 이야기는 더 이상 적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정말 유치하기 그지없는 대화였다.

내가 4년 동안 만난 사람이 맞나 싶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가슴이 너무 쿵쾅거렸다.

재활용을 하지 않아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정말 당당한 그의 답도 없는 대답에 순간 머리가 멍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자친구와 언쟁이 있을 때마다 서로 다르니 맞춰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넘어갔던 것 같다.

세상에 나와 정말 모든 것이 잘 들어맞는 사람은 없으니, 연애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 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너무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며 불편해하는 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이었다.'


비단 이 하나의 사건이 우리에게 이별을 선사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맞지 않는 관계였고, 그저 ‘정’이라는 감정 하나로 버텨왔던 건 아닐까 싶다.

이별을 생각했던 매 순간에도, 이 나이에 오래 만난 사람을 놓는다는 사실 자체가 두려운 게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늘 그렇듯, 결국 일어날 일은 언젠간 일어나기 마련이다.

결국 내 연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이상하리만큼 그를 원망할 생각도 미워할 마음도 없다.

이제라도 서로를 위한 선택을 했음에 만족하며, 나는 또 앞으로 올 새로운 사랑에 기대를 걸어본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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