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를 위한 퇴사

by 홍미

오늘은 7년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나는 날이다.

조직개편으로 인해 몇몇 팀이 거의 공중분해되어, 여기저기 다른 팀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나는 그나마 괜찮다던 영업부에 발령이 났지만, 커리어와 너무 무관했기에 무려 한 달을 고심했다.


아직 나에겐 연봉이나 회사의 규모보다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직무가 제일 중요했다.

주변에는 나이가 들수록 직업이 주는 안정감이 중요하다며, 내 생각이 어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회사 자체만 보면 탄탄한 규모의 외국계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매일 8시간씩 해야 하는 직무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나이를 생각하자니, 다른 직장을 구하기 전까진 버티는 게 답이란 생각도 들었다.

채용 공고가 많이 올라오는 시즌도 아니어서, 당장 일을 그만 두면 정말 백수가 되는 셈이었다.

뿐만 아니라 평소 강박증이 심했던 터라, 아무런 계획 없이 퇴사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해봤던 일이었다.

주변 사람들 또한 내 성향을 알기에, 당연히 발령받은 부서로 가서 일을 계속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런 모두의 예상과 달리, 사직서를 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우연히 스스로에게 던진 한 문장 때문이었다.

“지금 좋은 기업에서 아무런 조건도 보지 않고 바로 채용을 시켜주겠다고 하면, 난 행복할까?”

그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을 때, 대답은 이미 마음속 어딘가에 준비되어 있었던 듯 바로 나왔다.

아무리 좋은 곳에서 나를 불러준다고 해도, 감사하기는커녕 하나도 기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과중한 업무와 수차례의 팀장 교체 속에서, 내 안에 에너지가 남김없이 다 고갈된 느낌이었다.


이런 상태의 내가 과연 커리어와도 관련이 없는 부서에 가면서까지 버틸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스물한 살에 입사를 해 지금까지 쉴 틈 없이 달렸으니, 처음으로 나를 위한 쉼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좀 더 생각해 보라는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른 살 백수가 되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곳에서, 또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퇴사를 결정한 오늘날의 나를 후회할 수도, 그리고 불안하고 막막한 현실에 많이 힘들어 할 수도 있겠다.

다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서른 살에 맞이한 백수 생활을 어떻게 하면 더 알차게 보낼지에 집중하고 싶다.

어쩌면 지금의 이 선택이, 훗날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꾼 중요한 순간으로 남을지도 모르니깐!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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