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얌전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님 말씀이라면 고분고분 다 따랐던 아이였다.
사춘기 시절에도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 없이 무난하게 지나갔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겐 부모님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듣지 않는, 나만의 규칙이 하나 있다.
바로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을 생일답게 잘 보내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생일날이 되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거나 파티를 열며 신나게 보냈다.
좀 더 큰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파티까진 아니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인이 된 지금은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꼭 케이크를 사고 축하노래를 부르는 건 잊지 않는다.
누가 보면 어린아이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의 생일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할 것이다.
매년 돌아오는데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고, 너무 유난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한 번쯤 되물어보고 싶다.
'매년 돌아올 거란 걸 어떻게 확신해요?'
이 질문을 하고 싶어진 이유가 특별히 있다면, 우리 할아버지 덕분이다.
삼 년 전, 할아버지 생신 당일에 사정이 생겨서 바로 다음 날 가족들끼리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다.
하지만 또 유별난 손녀는 야근을 마치고도, 빵집이 문 닫기 5분 전에 도착해 케이크를 사갔다.
할아버지는 밤늦게 케이크를 사들고 온 손녀를 어리둥절하게 보시면서도 웃으며 반겨주셨다.
비싼 케이크까지 사서 오냐는 할머니의 애정 어린 잔소리가 있었지만,
우리는 각자 잠옷바람으로 야밤에 거실에 둘러앉아, 케이크에 초를 켜고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그날이 할아버지의 마지막 생신 파티가 되었다.
아직도 할머니는 나를 보면, 입이 닳도록 말씀하신다.
'그때 생일파티 해드린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네.. 정말 잘해드렸다..'
'사실 살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위해 케이크를 불고, 축하를 하는 자리가 얼마나 될까?'
졸업, 승진 그리고 결혼 등 인생에서의 굵직한 일들이 아니고서는 많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에야 말로, 온전히 축하하고 행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거창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생일 하루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새해가 막 시작된 지금, 올해의 생일만큼은 미뤄두지 말고 한 번쯤 설레는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