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 아이와 함께 경주 시댁에 차 타고 같이 갔다가 남편이 월요일부터 울산 출장이 잡혀있어 나와 아이는 SRT를 타고 집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린 사흘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우리가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아 기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남편과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하트도 날리고 손뽀뽀도 하며 빨리 보자며 기약 없는 출장 스케줄에 아쉬움을 두려는 찰나 기차가 출발했다.
기차가 출발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도착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이라 아이를 데리고 택시나 잡을 수 있을까 걱정 한 가득에 기차에서 조금만 쉬자며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곤 좌석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한 손으로는 아이 무릎에 얹힌 아이의 손을 잡은 채 엄지손가락으로 아이 손등을 매만졌다. 연하디 연한 촉촉한 피부결에 기분이 좋아 한참을 엄지로 손등을 쓸어내리는데 갑자기 아이의 손등에 뭔가 차가운 액체가 톡 하고 떨어졌다. 순간 에어컨에서 물이 새나 싶어 감은 눈을 떴는데 천장이 아닌 아이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언제부터 울고 있었는지 두 눈덩이는 색조화장이라도 한 것마냥 붉게 부어올라 소리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었다. 너무 놀라 울고 있는 아이의 두 어깨를 가슴쪽으로 끌어당겨 꽈악 안았다. 안아주자 더 격하게 들썩이는 어깨. 한참을 있다 왜 우냐는 나의 질문에 울음을 그치느라 한참을 그러고 있다 대답했다.
"벌써 아빠가 보고 싶어... 엄마, 사장님은 왜 아빠만 일 시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남편의 직업 특성상 늘 아이의 어린이집 여름방학, 겨울방학에도 남편은 바빠 늘 아이와 단둘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한 번은 아이가 "엄마, ㅇㅇ아빠는 맨날 6시면 집에 오고, 잘 쉬는데. 아빠는 왜 맨날 늦게 들어오고 같이 못 쉬어요?" 해서 맘이 아팠던 적이 있다. 알아들을 수 있게 타이른 후 후로는 이런 말이 없었는데 최근 주말에도 일하고 어린이날에도 일하고, 멕시코 출장도 다녀왔는데 이번엔 언제 집에 온다고 얘기도 못하는 지방 출장이 잡히자 그간의 서러움에 복받쳤는지 7살 아이가 소리 죽여 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이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남편 부서에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많아 어떤 직원은 진짜 몇 달씩 가족도 못 보고 일하고 있지만, 당장 제 아빠가 출장 간 7살 아이에게 이해해 달라고 할 순 없는 일이니까.
"그러게. 엄마도 아빠 보고 싶네. 근데 아빠도 우리가 보고 싶을 거야. 사장님도 아빠한테 너무 일 안 시키고 싶은데 바빠서 어쩔 수 없는 거야. 아빠 집에 오면 아빠랑 인라인 타고 놀자."
안쓰러운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며 한참을 그렇게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다 아이의 눈물이 그치고 아이에게 "티니핑 보여줄까?"하고 물으니 금세 환한 얼굴로 바뀌며 생긋 웃는다. 무언의 긍정을 한 아이에게 소리를 끈 채 태블릿을 켜주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티니핑에 집중하는 아이. 그런 아이의 머리를 쓰담거리고 남편에게 짧은 카톡을 보냈다. 남편이 '하이고...' 하며 끝나는 대로 가겠다며 답장을 했다. 수고하라는 답장을 하고 다시 눈을 붙이려는 찰나 아이에 나에게 귓속말로 다시 말했다.
"엄마, 그래도 사장님 나쁘지?"
아이의 물음에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니 아이가 만족한 미소를 지은 채 엄마는 다시 자라며 태블릿으로 고개를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