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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수니 Jul 15. 2024

만약 동생을 가지면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진 기분일 거야

많은 외동아이의 부모들처럼 우리도 끊임없이 둘째를 고민한다.

우리가 떠났을 때 아이가 혼자 느낄 외로움, 쓸쓸함이 걱정되어서. 또는 어딘가에 놀러 갔을 때 늘 친구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형제가 있다면 같이 놀텐데 하는 생각들로.

물론 형제가 생긴다고 우리가 원하는 그림처럼 우애가 좋다는 보장도 없고 어쩌면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보다는 덜 쓸쓸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로 아직도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


아이에게도 물어봤다. 평소 어린이집에서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고 동네에서 동생들의 손을 꼭 잡고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예쁜 모습들을 보면서 동생을 낳아주면 어떨 거 같냐고. 예쁜 동생이 있으면 더 행복할 거 같지 않냐고.


아이는 그럴 때마다 단호했다. 싫다고. 그러고 싶지 않다고. 이제 동생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접을 수 없던 우린 어느 날인가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너의 장난감을 망가뜨릴 거 같은 거 말고. 너의 물건을 함부로 만질 거 같은 거 말고. 진짜 동생을 갖기 싫은 이유가 있냐고. 그러자 아이는 맑고 깨끗한 검정 눈동자 가득 슬픔을 담은 채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다.



"엄마, 저는요. 엄마가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나만큼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세상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엄마가 나를 사랑할 때, "멍이야~"하며 부를 때 쳐다보는 그 눈으로 동생을 본다면 전 정말 심장이 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진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엄마아빠가 갖고 싶은 거지 내가 갖고 싶은 게 아닌데 왜 자꾸 동생 갖고 싶냐고 물어봐요.


전 엄마아빠만 있으면 돼요. 그리고 엄마아빠한테도 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니까 그만 물어봐요. 동생이 있다는 생각 그만하고 싶어요."


아이가 하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어쩌면 아이를 위해라고 말했지만 우리를 위해 낳고 싶었던 건 아닌지.


아직도 마음을 접지 못했다. 가끔은 둘째가 있는 집들을 보면 부럽다. 나도 일찍 낳아서 저렇게 한 번에 키울 걸 하고. 하지만 아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더 이상 나의 욕심을 내비칠 수가 없다. 내가 이 아이에게 온 우주가 되어 주기 위해 이 세상에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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