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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수니 May 13. 2024

[에필로그] 이번 생은 너와 함께 하려고 왔어.


난 무용한 것들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예컨대 우주, 시공간, 에너지, 철학, 과거, 현재, 미래 이런 살아가는데 하등 도움 안 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늘 고민을 거듭하곤 한다. 어릴 때부터 명심보감, 탈무드, 논어, 양자역학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의 지혜와 원리를 익히는 것에 꽂혀있었다. 우리 엄마는 그러셨다. 넌 공상가라고. 허무맹랑한 것에 빠져 산다고. 사차원이라고.


맞다.


근데 정말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안 궁금해해? 이 광활한 우주에 과연 지적생명체가 우리만 있을까? 하는 것.

아님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말이 뭔지. 우리는 매일 밤하늘에서 몇백 광년전일 지, 몇천 광년 전일 지 모르는 과거에서 오는 별 빛들을 지켜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어쩌면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

난 잘 살고 있나?하는 것. 난 이 우주의 찰나에 무엇을 남기고 떠나게 될까? 가죽? 이름? 아님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어 태초에 없었던 듯 그렇게 사라지진 않을까? 하는 것.

인과응보라는 거 카르마라는 거 진짜 있나? 그럼 나의 전생도 있나? 현생에서 이루어야 하는 과제는? 하는 그런 것들.


나는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 늘 그런 무용하고 가치 없는 공상된 생각에 잠겨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아니. 어쩌면 이 글을 쓰는 오늘 밤도.. 그런 생각들로 밤을 지새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 건 이번 생의 나의 과제다. 그건 바로 너와 함께 하기 위해 이번 생에 왔다는 것.




막 돋아나는 어린 새싹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봄볕의 심성을 가진, 따뜻하고 여리기만 할 것 같아도 강인하게 내려쬐는 곧은 심지의 여름 햇살 같은,  어린아이답지 않게 슬픈 노래가사에 대통성곡을 하는 가을 감성을 닮은, 매서운 추위 속 간신히 버티는 나무뿌리를 포근히 감싸 안고 자신을 희생해 해갈해 주는 넓은 아량의 겨울눈 같은 그런 사계절을 닮은 너.


그런 너를 지켜주기 위해 이번 생은 내가 너의 우주가 되어주려 한다.


너를 만나기 위해 평생 업으로 하지도 않을 식영과 나와서 후회하고 맘고생하고 방황하다 호주로 도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어 좀 할 줄 안다는 어드벤티지로 회사에 취직했다가 너의 아빠를 만난 것 같기도. 나의 인생의 모든 굴곡이 너를 만나기 위한 빌드업? 이였나 싶기도.


이 책은 그런 세상의 소중함, 사소함의 소중함, 너의 소중함, 그리고 그 남은 시간의 소중함을 담은 이야기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이런 부모의 마음으로 키워낸 소중한 보물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한층 더 자신의 인생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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