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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혁 Jul 27. 2024

부동산 최고의 입지를 찾아서

종로로 갈까요 명동으로 갈까요 - 파크와 버제스의 도시생태학


1. 어디 살까요?     


    부동산.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이다. 부동산의 사전적 의미는 말 그대로 움직여 옮길 수 없는(不動) 재산(産)이다. 토지, 주택, 기타 건물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부동산은 이러한 사전적 의미 그 이상이다. 부동산은 주거, 직장, 교육 등과 큰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에 관련된 각종 뉴스가 하루라도 안 나오는 날이 없다. 도시 어디에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가 존재하는 나라이다. 


어디에나 있는 공인중개사무소 (한국일보)


    ‘부동산 불패’라고 불릴 정도도 부동산은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자산이다. 부동산 가격의 등락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는다. 특히 주택은 그 본래 기능인 거주보다 투자에 더 치우쳐 있다. 우리는 '사는(live)' 것보다 '사는(buy)' 관점에서 부동산을 바라본다. 실제로 5060 부모님 세대는 굵직굵직한 도시개발 사업을 직접 체험하며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논밭과 과수원이 즐비한 촌동네가 강남이 되었고,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분당은 신도시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국토를 대개조한 도시개발 역사와 맞물려 우리 부모님들은 부동산으로 재산을 쌓을 수 있었다.


한 때 영동(영등포의 동쪽)으로 불렸던 강남 개발사업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우리 역시 부동산에 인생을 ‘몰빵’하고 있다. 있는 것 없는 것 빚까지 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고자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중 80%는 부동산에 묶여 있다고 하는데, 이는 20~30% 대정도인 미국, 일본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부동산 불패 신화’가 무색하게도 집을 산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영끌했던 젊은이들이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급매로 집을 내놓거나 집이 아예 경매로 넘어가 큰 손해를 본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우리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학생 때 인생의 목표가 명문대학교였다면, 사회인으로서 인생의 목표는 내 집 마련이다.


가계의 부동산 비중 (한경, 2024. 04. 17.)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렇게도 중요한 부동산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입지이다. 집을 살 때도, 학원을 내더라도, 사무실을 차리더라도 입지를 제일 먼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직장과 가까운가, 교통은 편리한가, 좋은 학교와 학원이 있는가, 상권과 편의시설에 접근성이 괜찮은가, 자연환경은 어떠한가 등등 따져봐야 할 것이 산더미이다. 그래서 아파트나 사무실 분양 광고에는 이러한 입지상의 이점이 꼭 적혀 있다. 강남의 지가가 높은 것은 이러한 입지상의 우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입지 설명이 되어 있는 분양 광고 (비즈팩트, 2023. 06. 16.)


    입지는 결국 도시가 생겨 먹은 모양, 즉 도시의 공간구조의 문제이다. 도시공간도 특정한 패턴에 따라 구조가 생기기 마련이다. 대체로 도시에 일자리 중심지가 생기면 그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하고, 교통망을 통해 주거지역과 연결되며, 주거지역 인근에는 교육 및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이러한 도시의 공간구조는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형성되는 것일까? 정말 도시공간 구조에는 일반적인 패턴이 존재할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공간구조를 사회학의 렌즈로 관찰한 학자들이 있다. 이제 오늘의 사회학자 듀오를 모시고 그들의 렌즈로 도시공간구조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2. 파크와 버제스의 도시생태학     


    오늘의 사회학자 로버트 파크(R. Park)어니스트 버제스(E. Burgess)는 이 연재글에서 여러 번 등장했던 시카고학파의 거목이다. 잠깐 부연설명을 하자면, 유럽에서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이 발발하면서 전통사회와 확연히 변화된 근대사회를 해석하고자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태동했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동안 사회학의 중심지는 가장 먼저 극심한 사회적 변화를 겪었던 유럽이었다. 하지만 1910-1940년대에 걸쳐 미국의 시카고대학에서 드디어 ‘미국’적인 사회학이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시카고학파의 '도시사회학'이다! 유럽에서는 단지 자본주의 산업화의 단면으로서 부차적인 주제일 뿐이었던 도시가 미국 사회학 전면에 등장하여 드디어 체계적인 사회학 이론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시카고학파의 도시사회학 황금기를 이끈 것이 바로 파크와 버제스이다. 파크와 버제스는 1916년에 ‘도시: 도시환경에 있어 인간 행위 연구를 위한 제안(The City: Suggestions for the Investigation of Human Behavior in the Urban Environment)’를 함께 펴내면서 도시생태학(Urban Ecology)의 시작을 열었다.     


로버트 파크와 어니스트 버제스, 그리고 그들의 저서 '도시'

    생태학(ecology)이란 본래 살아있는 생명체, 유기체들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를 탐구하는 자연과학의 한 분야이다. 사회학은 생각보다 자연과학에서 그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는데, 에밀 뒤르켐(E. Durkheim)이 대표적이다. 뒤르켐은 나중에 더 깊이 다루겠지만 사회를 일종의 유기체라고 보았다. 각 신체 부위가 제 역할을 하면 건강한 신체가 만들어지듯, 사회의 각 집단과 분야가 적절히 상호작용하고 제 기능을 하면 통합적이고 안정된 사회가 구성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학의 3대장 중 한 명인 에밀 뒤르켐


    뒤르켐의 영향을 받은 파크와 버제스는 자연에서 유기체들이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고, 생태학적 아이디어를 사회학에 적용한 도시생태학을 통해 도시를 해석하고자 하였다. 연못의 생태계에서는 물고기, 곤충, 식물 등 여러 종들이 상호작용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종이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연못에 나타나면 균형 상태가 깨지고, 연못에서 살던 몇몇의 유기체들은 연못의 가장자리로 쫓겨나며, 새로 침입한 종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 다시 평형 상태를 이루게 된다.


연못의 생태계


    파크와 버제스는 그들의 연구 배경이 되었던 대도시 시카고를 관찰하며 도시에서도 이처럼 개인과 집단이 도시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공간이 구성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과정에는 경쟁(competition), 지배(dominance), 침입(invasion), 승계(succession)가 있다.      

    먼저 경쟁은 유한한 자원을 둘러싼 인간의 기본적인 사회적 행위이다. 한정된 도시공간에 살고 있는 여러 사회집단은 경쟁을 벌이고 때로는 다른 집단과 협동하며 도시의 자원을 적절히 분배하는데, 이에 따라 도시의 토지이용 패턴이 형성되고 도시공간이 기능적으로 분화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도시 핵심부에 아파트 단지를 짓고 싶을 것이고, 누군가는 공장을 짓고 싶을 것이다. 그 경쟁에 따라 토지가격이 비싼 도시 핵심부에 어떤 기능이 들어올지가 결정된다.      


주거기능이 경쟁에서 승리한 일산신도시


    이러한 경쟁의 결과는 지배인데, 경쟁을 통해 어떤 우세한 집단이나 주된 기능이 등장하여 공간이 특정 집단과 기능에 지배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도시의 경우 공업이라는 우세한 기능이 도시를 지배하고, 공장이 도시의 핵심 토지를 차지하는 것이다. 포항제철이 있는 포항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공업기능의 지배로 성장한 포항시

 

    도시공간에서의 지배를 통해 우세한 사회집단과 기능이 도시를 장악하게 되면, 도시공간은 이전과 다른 공간적 체계를 이루게 된다. 이 과정을 승계라고 한다. 울산에서는 산업이 도시의 주된 기능이 되면서, 공장 노동자들이 많이 유입되었고, 그들을 위한 상권과 교육기관, 주거지가 도시에 차례로 형성되어 도시공간을 재편하였다. 우세한 집단과 기능을 중심으로 초기의 불안한 경쟁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된 균형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울산 삼산동 상권


    하지만 이러한 평형 상태도 잠시, 균형 잡힌 체제에서도 도시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집단과 기능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기존의 지배 집단과 기능이 장악하고 있던 도시공간에 침입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새로운 경쟁을 통해 도시에 침입한 사회집단과 기능이 점차 도시공간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주거 중심 지역에 대형복합쇼핑몰이 등장하면 상업활동이 주거지역을 점차 침식하면서 차도 막히고, 주변이 시끄러워져 기존에 살던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스타필드 수원으로 인한 교통체증


    경쟁, 지배, 승계, 침입의 과정은 도시공간 내에서 반복되며 새로운 도시의 질서와 평형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제 도시생태학 이론을 시카고에 적용한 버제스의 동심원 이론을 살펴보며 논의를 이어나가 보자!




3. 시카고의 성장과 공간구조 형성     


    파크와 버제스의 연구는 당시 20세기 초반 시카고의 도시적 배경과 큰 관련이 있다. 1910년대에 미국의 대도시들은 급격한 공업화로 빠르게 성장 중이었다. 도시가 공업화되면서 새로운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수많은 이민자들이 도시에 몰리게 되었다. 그중 시카고는 여타 다른 도시보다도 다양한 인종의 노동자들이 모이면서 도시환경의 변화가 두드러졌던 도시였다. 인종, 계층별로 분화된 주거지역, 공장지역, 상업지역, 슬럼가 등 도시공간의 토지이용이 일련의 규칙대로 형성됨에 따라 파크와 버제스 같은 시카고대학 사회학자들에게 시카고는 아주 중요한 도시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버제스는 도시생태학의 관점에서 시카고의 공간구조 형성을 관찰하며 동심원 이론(concentric zone theory)을 제시하였다.      

    버제스에 따르면 도시성장의 초기 단계에서 원자재를 구하기 쉽고 생산한 상품을 유통하기 용이한 도시 중심부에 중심업무지구가 입지한다. 이러한 중심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침입과 계승이 반복되면서 외연적으로 도시가 동그랗게 확장되며 사회집단과 기능에 따라 도시공간이 각 구역으로 분화된다.


버제스가 제시한 동심원 이론

 

   중심부의 중심업무지구(Central Business Distict)에는 대기업 본사, 사업체, 백화점, 극장, 사무소, 금융기관 등이 입지한다. 다운타운 시카고(Downtown Chicago)에 위치하여, 상업과 행정 중심지로서 다양한 식장과 극장, 고밀도의 상업 및 업무 시설과 시청이 위치한 시카고 루프(Chicago Loop) 지역이 그 예이다.   

    중심업무지구와 접한 점이지대(Zone in Transition)에서는 중심업무지구의 확장으로 생활이 복잡해지고, 기회를 찾아온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범죄, 교통혼잡 등 여러 도시 문제가 유발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살고 있던 부유한 계층들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아 떠나고, 그 자리를 저소득층 이민자가 채우며 불량주택지구, 시장, 창고, 경공업, 상업 기능이 혼재된 지역이 된다. 시카고 루프 주변의 슬럼가와 차이나타운이 대표적이다.

    근로자층 주거지대(Zone of Workingmen’s Home)는 점이지대보다 더 나은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고, 도심에서 일하는 공장노동자, 일반노동자 등 근로자들을 위한 주택지구가 입지한다. 공장과 거리가 가까워 이 지역에는 공장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주택가가 있다.     

    중상류층 주거지대(Residential Zone)는 대규모 주거지역으로 블루칼라 노동자보다는 화이트칼라 사무직과 중산층들을 위한 주택지가 형성된다. 이에 따라 학교, 공원 등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주거형태는 아파트인 경우가 많은데, 중산층이 모여 살아 주택의 질이 높고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통근자지대(commuters zone)에는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층 거주자들이 쾌적한 대규모의 주택가를 형성해 거주한다. 간선도로를 포함한 교통망이 잘 발달해 있어 고소득층들은 자동차를 이용해 도시 중심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시카고의 부유한 교외지역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대규모 주택과 정원이 즐비하고, 도심과 거리가 꽤 있음에도 고속도로가 있어 접근성이 높다.          

    버제스의 동심원 이론을 통해 시카고를 보면, 도시공간이 사회집단별로, 기능적으로 적절히 분화된 형태를 이루게 되었는데, 이렇게 도시 공간을 배분하는 가장 큰 요인은 토지 가격이다. 돈이 없으면 도심 주변 슬럼가의 열악한 노후 주택가에서 살게 되는 것이고, 조금 여유가 된다면 도심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주거환경은 좀 나은 빌라에서 사는 것이다. 그보다도 더 여유가 되면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 단지에서 살 수도 있다. 그리고 진짜 부자들은 강도 보이고 뒤에 산도 있는 최적의 환경에서 그들만의 구분된 저택을 지어 산다. 그래서 지가를 보면 도시의 공간구조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도시가 성장하고 분화되는 원리를 체계화하고자 했던 도시생태학의 관점은 부동산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카고학파의 연구 무대였던 시카고 전경 (Business Traveller)



4. 도시생태학과 부동산


    물론 파크와 버제스의 도시생태학이 시카고 외에 모든 도시에도 통용되기는 어렵다. 당장 같은 미국의 뉴욕만 봐도 도심 외곽 교외의 멋들어진 주택보다 맨해튼 시내의 아파트가 훨씬 더 비싸다. 서울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에는 대표적으로 세 곳의 업무지구가 있다. 바로 4대문 안 도심의 중심업무지구(CBD)와 여의도의 YBD, 강남의 GBD이다. 각 중심지에는 특화된 산업, 상업, 행정 기능이 밀집해 있다. 서울에서는 시카고와 달리 업무지구와 가까울수록 주거환경이 좋고 주택가격이 비싸다.     


2040 서울 도시공간구조


    강남3구, 마용성, 노도강, 금관구... 부동산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만한 용어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비슷한 생활환경, 아파트 가격 등을 기준으로 급을 나누는데, 유사한 수준의 자치구를 묶어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상급지라 부르는 강남3구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는 우리나라 부유층들이 모여 살고 있고, 서울 3대 업무지구 중 하나인 강남 GBD를 품고 있으며, 백화점, 명문학교, 편리한 교통 인프라 등의 생활환경이 매우 좋다. 그 밑으로는 마용성이라고 부르는 마포, 용산, 성동구가 있다. 이 자치구들은 CBD, YBD, GBD와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마포의 경우 YBD와 CBD에 접근하기 좋고, 용산은 서울의 정중앙에 있어 어디로든 이동하기 쉬우며, 성동구는 서울 도심과 강남에 가까울뿐더러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서울을 보면 오히려 CBD, YBD, GBD와 거리가 먼 곳의 주거환경이 낙후되어 있고, 생활 인프라 접근성이 좋지 않다. 서울에는 버제스의 동심원 이론을 적용하기 어렵다. 


서울 구별 매매가 순위


    도시생태학에는 명확한 한계점이 있다. 도시생태학적 접근은 도시 발달을 ‘자연적’인 과정이라 간주하면서 인간의 정치·사회적 행위와 도시계획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경쟁을 강조하며 통합과 평형 상태를 지향하는 것은 자칫 기존의 사회체제와 이미 가진 자들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금의 도시구조는 경쟁을 통해 자연적으로 분화된 결과이니, 부유한 사람은 좋은 환경에서 살고, 가난한 사람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 공간구조에는 자본과 권력이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회적 중심인 강남은 결코 자연적인 도시공간 구조 분화의 결과가 아니다. 논과 과수원이었던 강남 개발은 국가주도 도시계획으로 진행되었다. 강남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는 명문고등학교와 각정 정부 기관 및 시설을 반 강제적으로 이주시켰다. 강남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2호선 순환선도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구자춘 시장이 20여 분만에 지도에 선으로 그은 노선이다. 즉, 강남 개발은 매우 인공적인 결과인 셈이다.              


포병장교 출신 구자춘 시장이 쓱쓱 그린 2호선


    비록 이러한 한계점으로 도시생태학이 전 세계 모든 도시에 통용되는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도시공간구조를 체계적인 사회이론으로 해석하고자 한 최초의 시도라는 의의는 부정할 수 없다. 또한, 도시생태학의 모든 면을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은 비슷한 집단끼리 살고 싶어 하고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난다는 점, 토지 가격에 따라 거주지가 분화된다는 점 등 일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많다.      

    오늘도 우리는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을 떠나 상급지로 가기 위해 부동산 시장을 연구한다. 우리는 중상류층들이 사는 대단지 아파트, 좋은 학군, 직장으로 출퇴근하기 좋은 교통의 요지, 쾌적한 생활편의 시설을 원한다. 이렇게 모두가 하급지에서 상급지로 침입하여 그 자리를 승계하고자 하는 '인간적인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부동산 열풍은 계속될 것이다. 분명한 이론적 결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도시생태학이 여전히 사회학과 도시계획 분야에서 중요한 이론으로 다뤄지는 이유는 지구상 수많은 종들 중 하나인 인간의 이러한 유기체적 욕망을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 아닐까? 김 씨도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하고 부동산 입지를 공부하러 간다. 상급지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길 기대하며.






  

로버트 파크( 1864 - 1944)

    로버트 파크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다. 미시간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파크는 현실세계를 경험하고자 신문기자로 활동하였다. 직접 도시를 누비며 취재하던 신문기자로서의 경험이 아마 파크가 도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 

    1898년에 34세의 나이로 파크는 하버드 철학과에 들어가 잠깐 수학하였고, 더 깊은 공부를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전드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을 만나 사회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시카고대학 사회학 교수로 임용되어 도시사회학의 발전과 시카고학파의 학풍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도시성으로 유명한 도시사회학자 루이스 워스를 지도하기도 했다. 1925년에는 미국사회학회 회장으로 임명되어 사회학계의 영향력 있는 학자로 인정받았다. 

    미국 흑인들의 처지 개선에 관심이 많던 파크는 1930년대 초에 시카고대학을 은퇴한 이후에 당시 대표적인 흑인 대학이던 피스크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이어나갔다. 

    학자로서 낭만을 이룬 파크의 도시생태학과 발로 뛰며 자료를 수집하고 관찰하는 사회학 연구방법은 많은 도시 연구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어니스트 버제스 (1886 - 1966)

    어니스트 버제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사라진 오클라호마의 킹피셔 대학교에서 공부한 버제스는 시카고대학 사회학과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고 1913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불과 3년 만에 시카고대학 사회학 교수로 임명되어 파크와 함께 도시사회학 붐을 일으켰다. 파크와 함께 가르친 학생이 루이스 워스이다.

    특히 파크와 공저한 "The City"는 도시사회학의 고전으로 인정받으며, 시카고학파의 도시 연구방법론과 도시생태학적 관점을 잘 소개하고 있다. 1934년에는 그의 멘토이자 동료 파크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사회학회 회장으로 임명되어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로 꼽히게 되었다.

    파크와 함께 도시생태학을 체계화하고, 동심원 이론이라는 걸출한 연구를 남긴 버제스는 1966년 그의 연구의 무대였던 시카고에서 눈을 감았다. 

    버제스의 동심원 이론은 전 세계 사회학 교재와 도시계획학 교재에 실려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도시개발과 정책 수립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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