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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재 Aug 30. 2024

출근 준비하는 여인들

8월 30일 출근길

  버스를 탈 때 비가 흩뿌리더니 돌곶이역 정류장에 내렸을 때는 비가 그쳤다. 우산을 펼친 사람도 있고 우산을 접은 채 들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상황이 어정쩡할 때에는 이런저런 모습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제각각 판단하는 정도가 다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름을 탓하는 마음이 어리석을 뿐이다.


  열차를 타고 줄의자 앞에 섰다. 왼쪽으로 한 사람 건너 연한 노란색의 얇은 스트라이프 반팔 상의를 입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는 베이지색 긴치마에 별모양이 크게 붙어있는 스니커즈를 신었다. 머리에는 앞머리를 위한 대왕롤이 말려 있었다. 옆얼굴은 광대가 약간 나온 타원형이었는데 쌍꺼풀이 있는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있었다. 여자는 왼손에 주먹만 한 검은색 손거울을 들고 파우더퍼프를 잡은 오른손으로 윗 볼을 두드리고 있었다. 거울을 보고 톡톡 톡톡톡, 다시 한번 토옥 톡 두드렸다.

  '신중하군!'

  거울을 보며 이마로 옮겨 두드렸다. 다음으로 파우더를 가방에 넣고 아이펜슬을 꺼냈다. 눈썹의 여기저기를 꼼꼼히 다듬었다. 오른쪽 눈썹의 윗부분 한 곳을 한 땀 한 땀 그리고 있었다. 정교한 동작이었다. 또렷하고 약간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좌우로 위아래로 두어 번 움직이며 거울을 뚫어지게 살펴봤다. 다시 손보는 듯 몇 곳을 터치한 후 아이펜슬과 손거울을 파우치에 넣고 마무리했다.

  휴대전화를 열어 살펴보다가 지하철이 동묘 앞역으로 들어서자 일어섰다. 출근길에 여자는 적어도 10분 이상 자기 자신을 가다듬었다.


  신당역에서 열차를 갈아탔다. 내 앞 왼쪽으로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는 베이지 니트에 폭이 넓은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얼굴은 살이 있는 편으로 둥그렇는데 이 여자도 앞머리에 롤을 달고 있었다.

  '여전히 앞머리는 소중해…'

  여자도 출근 준비에 한창이었다. 뒷면에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동그란 거울을 들고 액체 화장품을 이마에 바르고 톡톡 두드렸다. 

  성수역에서 옆쪽 자리가 비어서 앉게 되었다. 사람들은 실내가 붐비도록 탔고 줄의자 앞으로 어깨를 줄지어 섰다. 그중에 여자도 세 명이 끼어 있었다. 두 여자는 서둘렀는지 머리칼이 좀 젖어 있었다. 다른 한 여자는 머리칼을 뒤로 말아 헤어핀으로 집었다. 선명한 눈과 눈썹, 윤기 나는 입술, 부드럽고 밝은 색감의 얼굴. 옷차림도 시원하고 산뜻하게 착용했다.

  ‘부지런한 아침이었겠다…’

  여자들은 생김새가 서로 달랐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화장한 얼굴들이었다.


  롤머리 여자 옆으로 장년의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엉덩이도 약간 내어 비스듬히 의자에 앉은 모습이었다. 검은색 머리칼은 헤어 왁스를 바르고 대빗으로 빗질을 했는지 빗질자국이 넓게 유지된 채로 굳어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흰색의 머리칼이 전체적으로 보였지만 이대팔 가르마는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 싱글 정장에 넥타이는 자동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출근준비를 단단히 한 모습이었다. 남자들도 일부는 정성스레 출근준비를 한다.


  잠실역에 내렸을 때 비는 다시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가 무거워졌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 빗발이 얼굴 주변으로 부딪치며 흩날렸다. 소중한 앞머리, 정성스럽게 화장한 얼굴, 그리고 이대팔의 헤어 스타일 모두모두 무사하길!




개량된 오토바이는 우리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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