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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재 Oct 01. 2024

끼인 출근길과 아침 일찍 문을 연 가게 주인들

10월 1일 출근길

  사거리를 향했다. 사거리에는 출근길에 나서는 차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버스는 지나가지 않았다.

  '제시간에 버스를 탈 수 있겠군!'

  사거리를 향해 중간쯤 왔을 때 파란색 버스가 지나갔다. ○○○번 버스였다. 부르르릉 버스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아쉬운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거리를 지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전광판에는 다음 ○○○번 버스 도착 시간이 9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다른 버스를 타러 위쪽 사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벼운 오르막길을 걷다가 횡단보도를 건넜다. 좀 더 직진하니 대각선 방향으로 길 건너 버스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앞서 걷던 몇 사람이 서두르는 걸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신호등이 보이지 않았다.

  '신호등이 녹색인 건가?'

  뛰어가 보니 녹색 신호등이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버스정거장까지 20여 미터를 내달렸다. 신호등이 바뀌어 버스가 출발하면 이래저래 뛰어야 할 일이었다.

  버스정류장을 몇 미터 앞에 두고 걸음으로 바꾸었다. 길가에 붙은 가게 앞에서 장년의 한 남자가 벌써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벅머리에 얼굴은 구릿빛으로 체구는 작고 마른 편이었다. 등산용 검은색 반팔티에 브라운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신발은 야외용 고무 슬리퍼였다. 가게는 건재상으로 오른편 한쪽에 괭이에 갈퀴며 쇠스랑을 기대어 세우고는 가지런하게 손보고 있었다.


  버스가 다가오는데 버스 속이 시꺼멨다. 불길한 생각이 일어나고 바로 현실이 되었다. 내 앞으로 하차용 출구가 열렸는데 계단 위로 들어설 만한 틈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당혹스러움에 움직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한 남자가 승차를 시도했다. 첫 계단에 오르고 손잡이를 잡고 둘째 계단에 한 발을 올렸는데 나머지 한 발을 마저 올리지 못하고 문틀에 기대어 버티고 있었다. 문은 계속 열려 있었고 이번에는 한 여자가 시도했다. 첫째 계단에 올라갔지만 둘째 계단은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한 발을 올려 끼워 넣고 마저 올라가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문은 닫히려고 삐이이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남자는 얼추 올라가 첫째 계단에서 발을 띄웠지만 여자는 첫째 계단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버스는 계속 소리를 울렸다. 어찌 될 모양인지 궁금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여자가 몇 번 더 시도하여 발을 띄우게 됐고 이내 문은 닫혔다. 

  나는 다음 버스를 타야 할 판이었다. 다음 버스는 내가 늘 타는 ○○○번 버스가 아직도 9분으로 표시되고 있었고 마을버스가 3분을 나타내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기대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차례 소란이 지나자 주변으로 시선이 분산됐다.


  길 건너에 한 남자가 빗질을 하고 있었다. 자동차정비소가 있었고 남자는 정비소의 주인 같았다. 남자는 왼쪽 귀퉁이에 있는 가로수 주변을 쓸고 있었다. 정비소 앞 쪽은 이미 쓸었는지 차도 쪽 보도를 쓸고 있었다. 길 건너 10여 미터 떨어진 거리였지만 정비소 앞과 좌우 보도가 깨끗하게 보였다.

  '이른 시간인데 문을 열었네?'

  건재상이 어떤 가게인지 보고 싶어 졌다. 가게는 반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건재상에 전파상을 같이 취급하는 가게였다. 왼편은 전파상으로 각종 전기기구들이 좌우 벽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른편은 건설 자재들과 청소용품, 농기구까지 갖추었는데 다품종 소량 구비를 콘셉트로 하는 듯했다. 다양한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주인의 손놀림은 여기저기로 바삐 움직였다. 

  건재상도 길 건너 자동차정비소도 무슨 이유로 아침 일찍 문을 여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출근길이 어떨지 궁금함이 일어났다.

  ‘멀까? 가까울까? 걸어올까? 나처럼 끼는 형편일까?’


  마을버스가 왔다. 승객들은 많은 편이었지만 승차가 어렵지는 않았다. 돌곶이역 버스정류장에 다가가자 앞뒤에서 안내 음성이 연달아 들려왔다.

  "하차입니다. 하차입니다. 하차입니다."

  잠깐 멈춘 뒤에 다시,

  "하차입니다… 하차입니다."

  계속 이어질 듯한 안내 음성을 들으며 버스에서 내렸다. 도심지의 길거리처럼 사람들이 뭉쳐 줄지어 걷는 장면이 연출되고 내 옆으로 마을버스가 지나갔다. 나를 태웠던 마을버스는 일반버스만큼 크기가 컸다. 예전에 한 번 마을버스가 왜 일반버스만큼 클까 의문을 가졌었는데 오늘 이유를 알았다.

  ‘작은 마을버스를 만났으면 정말 끔찍했겠어…’

  번잡스러움에 치를 떨며 대합실을 지나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시꺼먼 열차가 전조등을 번뜩거리며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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