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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재 Oct 04. 2024

이 정도면 괜찮은 출근길 아닌가!

10월 4일 출근길

  사거리 신호등은 제때 바뀌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뛸 필요가 없었다. ○○○번 버스를 탔다. 대기시간은 4분이었다. 저상버스였는데, 2인좌석 맨 뒷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2인좌석 세 줄 중 중간의자는 바퀴 때문에 의자가 높아 앉기에 불편하고 그냥 서서 가는 경우도 많았었다. 2인좌석에는 한 사람이 이미 앉아 있었는데 창 쪽에 앉아 있어서 끼어 들어가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


  돌곶이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앉을자리는 없었지만 객실 통로는 서있는 사람들이 2열 정도로 드문드문 빈자리가 있었다. 틈새로 자리를 잡았다.

  "이번 역은 OO, OO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안내방송이 나오고 곧이어 OO역에 도착했다. 일단의 승객들이 승차했다. 승객이 없는 승강장은 썰렁해 보였다. 열차 바깥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출입문 닫습니다. 출입문 닫습니다."

  안내방송과 함께 출입문은 닫히고 열차는 출발했다.

  내 앞에는 젊은 여자가 한 명 앉아 있었다. 머리칼은 가지런하게 붙은 머리에 군청색의 각이 잡힌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었다. 귀에는 유명 회사의 흰색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고 있었다.

  '스튜어디스 같은데…’

  젊은 여자의 신발은 뉴*** 운동화였다.

  '운동화라니!'

  보행의 편리함을 찾는 욕구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안내방송이 다시 나왔다.

  "이번 역은 ◇◇,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이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으니 내리실 때 발 빠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이 서고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탔다. 승강장의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발 빠짐 주의, 발 빠짐 주의."

  이번에도 승강장의 승객들은 남아있지 않았다.

  젊은 여자 옆에는 조금 나이 있는 중년여자가 앉아 있었다. 중년 여자의 파마머리는 헤어 제품 때문인지 윤기가 있었고 머리 한쪽이 흘러내려 눈가를 덮었다. 눈을 힘주어 감았는데 주름이 미간을 꼬집고 있었다. 불편한 모양새였다.


  이후로도 지하철은 몇 개 역을 지나며 승객들을 계속 태웠고 출입구는 승객들로 혼잡 해졌다. 이제 승차하는 사람들은 통로의 승객들을 밀며 승차했다. 그래도 승객들은 모두 탈 수 있었다. 지하철은 승객들로 가득 찼다. 내 오른쪽에는 젊은 남자가 섰는데, 폴더형 휴대전화를 펼치고 스포츠 경기를 보고 있었다. 왼쪽에는 여자가 한 명 섰는데 마찬가지로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언뜻 보이는 화면은 부동산 매물을 표시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열의 여덟 정도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밀집된 가운데 자기만의 공간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약 20도 내외로 고개를 기울이고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휴대전화의 밝은 화면이 반사되어 보이는 듯했다. 눈을 감거나 허공을 보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사람들은 휴대전화가 보여주는 화면과 들려주는 소리에 잠잠히 잠겨 있었다.


  지하철 창문 밖은 컴컴하고

  터덕터덕 크긍크긍 지하철 소음이 들리고

  안내방송이 나오고

  창문 밖에 승강장이 나타나면서

  다음 역에 도착한다.


  승객들이 남김없이 타고

  승강장 안내방송이 나오고

  출입문은 닫히고

  지하철은 다시 출발한다.


  최소한의 거리를 확보한 승객들은 지하철의 흔들거림에 따라 흔들리며 휴대전화에 잠겨 있다. 지하철은 정지된 듯 ‘정상 상태’가 되었다.


  오늘 지하철은 승차를 독촉하는 육성의 안내방송이나 출입문의 위치가 차이가 나서 다시 움직이거나 하는 외란이 없었다. 대화소리도 없었고 그 흔한 기침소리도 없었고 간혹 코를 불쾌하게 만드는 인간의 배기가스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앞에 앉은 중년여자의 미간을 꼬집었던 주름은 어느새 사그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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