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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사람 May 28. 2024

삼원숭가족: 33살 부부와 9살 아이의 이야기-7

젊은 엄마

초등학생이 되고부터 숭이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걸 알아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본인의 엄마, 아빠가 굉장히 젊은 편이라는 것인데, 처음 그 사실을 안 날은 꽤나 신기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는 서른두 살이지? ㅁㅁ이네 엄마는 마흔몇 살이고, ㅇㅇ이네 엄마는 50살이 다 돼간대!"라고 전했다. 요즘은 거의 서른 살이 넘어서 아이를 낳아서 그게 보통이다, ㅇㅇ이는 셋째라서 엄마 나이가 더 많은 거다라고 덤덤하게 설명했지만 속으로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은 걸 얘기하고 느낀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이후로 숭이가 내 나이에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하루는 "엄마, 나도 엄마처럼 스물네 살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래. 그럼 우리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겠지?"라고 해서 빵 터진 적도 있다. (주변에는 없지만 세상에는 더 어린 엄마들도 많단다, 숭이야...)


또 하루는 자기 전에 '존경한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묻길래 '그 사람이 대단해 보이고 닮고 싶은 마음'이라고 알려줬더니 "나는 엄마를 존경해."라고 말했다. 순간 감동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엄마가 어렸을 때 엄마가 되어서."라는 예상치 못한 대답을 했다. 비교적 어렸을 때 엄마가 되기 위해 포기한 시간이나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아이가 알고 말한 건 아닐 텐데도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하나 툭 터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숭이의 이어지는 말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아빠는 좀... 존경은 안 해." 웃음이 터지려는 걸 참고 이유를 물으니 "아빠는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잖아." 란다. 속으로 옆에서 술 마시고 자고 있던 남편이 잠결에라도 이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확인 결과, 듣고 있었다고 한다. 키긱. 금연, 절주로 존경받는 아빠가 되길!




솔직히 숭이가 더 어릴 때에는 내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숨기고 싶을 때가 많았다. 지금이야 육아와 수험생활, 직장생활로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다른 엄마들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지만 20대 중반에는 딱 봐도 어린 티가 났고,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숭이 친구 엄마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게 약점이 될 것 같다는 피해의식이 있었다. 묻지도 않고 당연히 속도위반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괜히 억울했다. (속도위반이 나쁘다는 게 아니고 그냥 우리의 이성적인 결정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선생님들도, 육아 동지인 다른 엄마들도, 어리다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기특하게 여기고 더 많이 챙겨줬다. 실제로 K-장녀였던 나는 엄마의 세계에서 처음으로 '막내의 삶'이 얼마나 포근하고 편한지 느끼고 있다. 덕분에 그들 앞에서 터놓고 칭얼거리고 때로는 울기도 하면서 포용받는 경험으로 치유된 부분도 있고, 내가 포기한 시간에 대한 환상을 깨는 이야기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힌트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를 갖기에 이상적이거나 적당한 시기는 없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그 시기가 정해지는 것뿐이다. 엄마가 되기로 결정한 모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적절한 때 아이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것이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내가 그랬듯, 모든 엄마들이 그 사실을 깨닫고 아이가, 그리고 스스로가 존경하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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