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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빈 Jul 10. 2024

[우울증 극복 D-14] 1. 숲, 자연의 위대한 선물


D-14. 새로운 놀이 찾기

-숲, 자연의 위대한 선물


머리가 복잡한 날은, 운동화를 신고 남산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조그만 남산 숲길을 따라 울퉁불퉁한 흙길에 박힌 돌을 피해 가며 걷기를 시작한다. 일정하지 않은 숲길을 집중해 정신없이 걷다 보면, 답이 없을 것 같던 상황에도 ‘아~하!’라는 통찰이 떠오르곤 한다. 숲에서는 뭔가 폭넓은 시야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문제’에 집중한 나머지 그 ‘문제’만 보였던 것이, 그 ‘문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해결책까지 알아볼 수 있도록, 잠시나마 시야를 확장시켜 주는 것 같다. 평소에도 걷기를 좋아하지만 숲길에서는 뭔가 달라도 다른 느낌이다.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이 불현듯 떠올라 '번쩍'하며 직관의 답을 받게 된다.


숲에 있으면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받는 것 같아서 좋다. 

나뭇잎 사이로 아낌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은 상처 치료제고 산바람에 흔들리는 싱그러운 나뭇잎들은 나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결정을 해야 할 일이나 고민거리가 생기면 가장 먼저 숲으로 간다. 남산 둘레길에 있는 가장 듬직한 친구인 큰 바위에게 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고는. 내가 하는 결정이 타인의 의견이 아닌 진정한 나의 결정인지 알 수 있는 통찰을 달라고 요청한다

자연 치료제가 가득한 숲 밑자락에 사는 행운을 누리라고 동네 지인들을 설득해도 대부분은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하고는 한다.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느낌이 예민한 친구들은 숲길의 매력에 푹 빠져 나보다 더 열심히 다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한 번은 한창 바빠서 산에 못 가던 때였느데, 동네 친구가 산을 오르다가 큰 바위에게 내가 잘 있다고 전해 줬다며 찍은 사진을 보내 웃음 지을 수 었었다. 그 친구는 아마도 내가 전하고 싶어 하는 어디든 펼쳐있는 자연치유의 효과를 본 것 같아 뿌듯했다.


한동안 집에 들어가는 길에 지하철 입구 옆 화단 벤치에 앉은 외국인 남자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발 옆에는 모기향을 피워 놓고 맨발로 화단 흙에 발을 댄 채였다. 일주일은 그 자리에 앉아 어떤 '의식'을 치르는 것 같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뭘 하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었는데 나중에야 그 행동이 ‘어싱(Earthing)’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싱(Earthing)’은 맨발로 흙을 접지하기만 해도 병이 치유되고, 지구에 연결된다고 한다. 몸 안에 쌓인 정전기가 방출되고 대지와 하나인 우리의 몸에 자연의 기운을 흐르게 한다고 한다.


하루는 동네 골목길 탐험가 일본인 언니가, 집 근처 숲에 맨발 걷기를 하는 곳이 있다는 고급 정보를 알려주었다. 자주 다니던 길에 이런 곳이 있다고 하니 반갑기도 하고 궁금한 마음에 따라나섰다. 길은 발을 닦을 수 있는 수돗가가 있는 지압길에 만들어져 있었다.

내가 처음 어싱을 했던 날은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찰흙같이 반들반들 해진 흙길이 미끄럽기도 하고 툭 삐져나온 돌을 밟아 발바닥이 얼얼하기도 했다. 숲길 사이에 어싱을 하는 사람들이 밟아 만들어낸 평평한 흙길을 조용히 따라 걷다 보니, 이 대지와 내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도시에도 둘레길이 많이 조성되고 있어서 좋다. 조만간 서울 둘레길 완주 스탬프 받기에 도전할 계획이다. 또 숲길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많아져, 혼자 오는 외국인도 둘레길 안내리본을 보고 따라 걷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도 언제가 타국의 숲으로 날아가 숲길을 걷는 상상을 하니 가슴이 쿵쾅쿵쾅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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