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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빈 Jul 12. 2024

[우울증 극복 D-14] 2. 함께, 가볍게 즐기기


D-14. 새로운 놀이 찾기

- 함께, 가볍게 즐기기


함께 일했던 진중한 캐릭터의 20대 청년이 있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청년으로 자세가 곧고 예의가 바른 친구였다. 양반의 후예임이 틀림없어 보이는 친구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적잖이 이상했나 보다. 만나는 친구도 많고 어울려 놀기도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해피빈님은 가정과 아이도 있으신데 언제 철드실 거예요?’

‘철이 얼마나 무거운데? 깔려 죽을 수도 있어, 가볍게 살아야지!’


그 대화 이후로 양반 청년이 나를 피하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결이 맞지 않는 사람쯤으로 간주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에서 다 큰 어른이 친구들과 놀기 좋아한다면, 혀를 끌끌 차는 리액션이 왠지 익숙하다.

나도 가끔은 내가 남들과 좀 다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친구들과 만나 이런저런 다채로운 세상 이야기를 듣는 게 참 즐겁다.  항상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 중이 만나는 사람은 자연히 점점 늘어간다.

내가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즐기는 이유는, 경험하지 못한 세상 이야기를 들는 게 즐거워서다. 각자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같아, 다음 이야기가 금세 또 듣고 싶어 진다. 특히나 도전을 즐기는 친구와의 대화는 더더욱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결국 어떤 관계를 누려봤는지가 행복의 열쇠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마음을 깊게 공유한 지인 몇 명이면 인간관계는 충분하다생각했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은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기도 힘들었고, 누군가와 맺어졌다 멀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아프고 슬펐다.

그런 마음이 바뀐 건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나서부터다.

관계도 흐르는 물처럼 인연법에 따라 흘러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흐르다 어디선가 다시 또 만나면 너무나 반가울 것 같았다. 도쿄 한복판에서 우연히 한국친구와 마주쳤던 것처럼. 이렇게 생각하니 멀어짐이 두려운 것이 아닌, 다시 만나면 더 기뻐질 것 같았다. 이제는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멀어질 부담감 없이 소중하다.

오늘 함께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또 새롭게 다가오는 인연도 기쁘게 맞아들인다. 한참 후에 또다시 만날 때는 어제 만난 사람처럼 기쁘게 반갑겠지. 나는 이렇게 미래에 대한 부담감 없이 오늘 만난 사람과 함께 즐기는 지금이 따뜻하고 좋다.


일일이 만날 수 없는 지인들과는 온라인으로 관계를 유지한다.

사진 모임 단체 톡은, 전국의 새로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실어다 준다. 그리고 여행 모임 톡에서는 한 달에 오만 원씩 모인 금액을 자축하고 떠날 날을 기약하며, 학교 때 친구들 단체 톡에서는 시답잖은 농담으로 큭큭 거리며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어제부터 친구들과 2주 동안 걷기 내기를 시작했다. 핸드폰 걷기 어플에 뜨는 서로의 실시간 성과를 확인하며 응원도 하고 약을 올리기도 한다. 꼴찌가 밥을 사기로 했으니 부지런히 나가 걸어야겠다. 나를 움직여 활력을 불어넣게 만들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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