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빈 Aug 05. 2024

[우울증 극복 D-11] 3. 얄미운 마음 처리하기



D-11. 판단하지 않는 기술

-얄미운 마음 처리하기


만나면 매번 내가 커피값을 지불하게 되는 지인이 있다. 커피값이야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라 내가 선뜻 내고는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나의 결제를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는 것 같았다. 하루는 카페로 아이들까지 불러 음료와 디저트까지 더 주문하는 모습을 보니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서로 불편한 관계는 아닌데, 유독 결제할 때면 주저하는 모습이 거슬려 그와 마주 대할 상황을 은근슬쩍 피하게 된다. 그 지인의 씀씀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하는 평소의 스타일인 것 같았다.

내가 커피값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지인의 행동은 너무나 태연했다. 

그냥 나 혼자만 불편한 상황이었다.

급기야는 ‘내가 속이 좁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우연히 마주쳐도 마음이 불편해졌다.

어떻게 생각해야 나의 마음이 괜찮아 질지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그냥 피할까?’ 싶다가도 ‘아니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다. 내 생각이 갈 곳을 몰라 이리 튀고 저리 튄다. 그 생각에 이름표를 붙여 머릿속 폴더에 정리하면 될 텐데, 정리가 안 된 생각이라서 그런지 머릿속에서 뱅뱅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아 신경이 거슬렸다.


정리가 안된 생각이 반복되던 어느 날  떠오른 책이, 시야를 넓히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것이 마법처럼 이루어진다는 김상운의 저서 ⟪왓칭 2⟫이다. 

책에서는 시야를 넓혀 문제를 둘러싼 해결책까지 알아차리라는 의미 같았다. '모든 건 텅 빈 공간에 다 들어 있으니' 시야를 넓혀 빈 공간을 만들면 답이 도착한다는 이론이다. 나의 이 이름표 없는 관계에 ⟪왓칭⟫에서 배운 대로 나의 ‘시야 넓히기’를 적용해 봤다.


돈을 안 내는 지인이 얄미운 작은 나가 있다. 그런 나를 우주만큼 확장시켜 큰 나가 됐다. 공간을 가득 채운 내가 보기에 지인은 작은 콩 하나만 해졌다.

작은 콩만 한 그는 돈을 대하는 힘이 없는 안타까운 영혼으로 보였다. 그의 가까운 주변 사람들 또한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그가 갖고 있는 돈을 대하는 균형을 잃은 마음이, 그를 한쪽 끝으로 내몰아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가 무의식적이든 아니든 기울어진 저울은 자동으로 중심을 잡게 된다. '우주의 균형력'이 그를 다시 재조정하려 들 것이라 생각하니, 연민이 느껴졌다.


우주의 균형력의 작용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인 '유스티치아'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눈은 천으로 가린 채 오른쪽은 긴 칼을, 왼쪽엔 수평저울을 들고서 저울이 기울면 가차 없이 칼을 내리쳐 반대의 상황을 발생시킨다.

그렇듯 주는 것이 받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먼저 베푼 저울 또한 곧바로 받는 균형의 조정을 받게 될 테니 말이다.


그 지인에게 향했던 불편했던 생각 처리의 이름표는 ‘연민’이라고 달아서 머릿속에 정리했다. 그 후로는 지인을 만나도 ‘연민’이라는 이름표를 확인하고는, 이미 몸에 학습 돼버린 얄미운 감정이 들어도 금세 사그라든다.

물론 지인의 태도는 그전과 다름이 없다. 내가 커피를 사고 싶은 날만 커피를 사면 그만이지 내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었다는 걸 알았다.



왓칭 2 / 김상운






이전 20화 [우울증 극복 D-11] 2.판단하지 않기! 질문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