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는 숨만 잘 쉴 수 있다면 다른 바랄 게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숨쉬기가 어려워 기본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좀 괜찮아진 듯해 마음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면 가슴 답답증이 다시 올라오니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했다.
창문이 있는 장소만 골라 다녔고 지하나 좁은 공간에는 가지 않았다. 비행기 타기가 두려워서 장시간 비행은 꿈도 못 꿨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공황장애 증상이 사라졌다. 다시 불쑥 고개를 들 줄 알았는데 잠잠했다. 정확히 어떤 시점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감사일기를 쓰면서부터 뭔가가 180도 바뀌었다.
감사일기를 검색할 때면 따라다니는 진부한 말들을 내가 쓰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우울증 공황장애 극복 D-28일 행동목록 중 딱 한 가지만 하겠다고 한다면, 단연코 감사일기를 추천한다.
감사일기 쓰기의 효과는 똑같은 장면이 다르게 보이는 ‘매직아이 안경’을 쓴 것 같다고 하면 비슷한 표현일 것 같다.
예를 들어 울긋불긋 촌스럽게만 보이던 단풍잎 색이,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경이로운 색으로 보이는 식이다. 자외선을 피해 가리기 바빴던 해는 식물이나 사람에게 주는 영양분이자 치유제 같았다. 당연하게 여기던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나의 팔다리에도 감사하게 됐다.
한 줄 쓰기에도 한참이 걸리던 감사한 일이, 지금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한 장을 순식간에 쓴다. 전에 없던 뇌 회로가 생겨서인지 감사인사를 먼저 건네는 변한 내 모습이 나도 신기했다. 습관이 된 감사한 일 찾기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줄줄이 떠오른다.
긍정적인 마음이 커지고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니, 예전 같았으면 화를 냈을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쁜 일로 보이는 일이 좋은 일과 연결된다는 것도 알게 되니 그다지 낙심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렇게 변한 내가 나도 어색했다. 또 다른 내가 내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나는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드디어 관찰자가 된 것일까. ‘긍정적인 뇌 회로’의 연결로 나의 다른 차원의 문이 열렸다. 나를 지켜보는 또 다른 나와 만났다.
감사일기 쓰기를 쉬고 있던 평범한 어느 날,
폐지를 줍고 계신 어르신을 길에서 봤다. 예전 같았으면 어르신이 운동을 나왔다가 소일거리를 하신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고단한 삶에서 빨리 떠나는 게 덜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아차 싶었다.
특별한 사건이 없었는데 '긍정 스위치'가 꺼진 사실을 발견했다. 집에 돌아와서 그날부터 부랴부랴 감사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연결됐던 회로라도 단련시키지 않으면 '투쟁 도피반응'의 스위치로 전환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감사함으로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건, 창조 앞에 선행되어야 하는 기본 상태이다.
모래가루에 감사라는 마법 가루를 넣어 모양이 만들어지는 점토가 됐다. 다음은 점토로 모양을 빚어 눈으로 확인해 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