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노트와 마음에 드는 펜 한 자루를 준비했다.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감사일기를 써 기적을 확인해 봐야겠다. 감사일기 경험자들은 하나같이 미라클을 외쳤다. 썩 현실성이나 설득력은 없어 보였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쓰기로 마음먹었다.
감사일기를 쓰는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하루 2번 쓰기를 하면 효과가가 좋다고 한다. 여러 책에서 배운 대로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믿음이 없어서였을까? 3일이 지날 때쯤 별다른 변화가 없자 슬슬 꾀가 나기 시작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또 효과가 좋다는 조건에 맞춰(시간, 장소, 형식..) 쓰려다 보니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하루가 넘어가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침 시간에는 허둥지둥 나가기 바빴고, 일과 중에 쓰자니 하루 내내 들고 다닐 무거운 노트가 문제였다. 혹시나 누가 볼까 봐 들고 다니기에도 조심스러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유난스럽게 저런 걸 왜 쓰냐는 누군가의 눈빛에, 해명 같은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주로 혼자 있을 때만 쓰는 편이다.
나는 나만의 방법을 정해야 감사일기 쓰기를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찾아 적용해 봤다.
처음에는 스프링노트에 하루 3가지씩 감사일기를 썼다. 5~6일쯤 쓰다가 노트를 들고 다니기가 무거워서 사용하기 간편한 감사일기 쓰기 앱을 써보기로 했다. 감사일기 쓰기 앱은 꽤 많았다. 사용해 본 앱은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어 좋았지만 쉴 새 없이 들어오는 다른 정보 때문에 오로지 감사한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SNS에도 감사 단어 태크를 사용해 한 줄 감사일기를 올렸었다. 다른 감사태그와 연결돼서 좋았지만 앱을 열자마자가 쏟아지는 정보의 파도를 타고 구경 삼매경에 빠진 나를 발견한다. 나의 감사일기 쓰기 방법은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했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중요한 핵심 몇 가지만 지켜 쓰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내가 만든 한 장짜리 감사 메모장을 만들어 가지고 다닌다. D-28일 감사 메모는 두툼한 종이에 인쇄를 해 모양이 잡혀있어 마음에 든다. 집 여기저기 보이는 곳에 붙여두기도 하고 갖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쓴다.
책 사이에 쏙 들어갈 크기여서 책갈피로 쓰기에도 좋고, 지난 감사한 일들이 한눈에 들어와 순식간에 마음이 풍요로워져 좋다. 한 달을 기준으로 감사일기를 작성하니, 커피 쿠폰 도장을 모두 채운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그리고 28일이 완성되면 나를 위한 선물을 준다.
곰과 호랑이도 마늘과 쑥을 먹고 100일을 견뎌서 사람이 됐다는, 변곡점인 100일이 되면 나를 위해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떠난다. 한 장씩 쌓여가는 감사일기를 다시 볼 때면 감사했던 순간이 한꺼번에 밀려와 더 큰 감동에 휩싸이곤 한다.
*감사일기 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지켜야 할 중요한 항목 몇 가지가 있으니 확인하자!
1. 28일 계속 쓰기
2. 나에 대한 감사 쓰기
3. 감사 느낀 후 쓰기
4. 작성 날짜 쓰기
5. 3가지 감사 쓰기
이제는 나의 스타일에 맞게 구색을 갖추었으니 감사한 일만 써나가면 된다.
먼저 감사한 일을 찾아야 하는데 이 또한 나와의 타협이 필요했다. 내 돈 내고 타는 버스나, 사 먹는 음식에 왜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늘 제자리에 있는 내 팔, 다리에 무슨 감사를 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공짜로 제공되는 것들에 대한 감사부터 찾아 쓰기로 했다. 도서관 구석구석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하고, 지하철 곳곳에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코드가 있음에 감사했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는 전기 인심이 후 하다는 것도 덕분에 알게 되었다. 공공복지가 좋은 우리나라에 태어난 게 감사했다. 이렇게 작은 감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눈덩이처럼 커지는 걸 발견했다.
또 하루는 누군가의 감사일기를 따라 쓴, ‘오늘 날씨가 정말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향기가 좋은 커피에 감사합니다.’ 이렇게 따라 쓰다 보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감사한 일이었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한 줄 쓰기는 한 시간 같은 십 분이 걸렸고 3줄 쓰기는 갖은 창의력을 총동원해야 했다. 그것도 힘들 때는 마음에 와닿는 말을 따라 쓰기도 했다. 무작정 따라 쓰면서 ‘이런 일도 감사할 수 있겠구나’라고 익히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당연하게 느껴지는 보편 감사는 선뜻 받아들이기 혼란스러울 수 있다. 차차 뇌에 '감사 신경망'이 연결되면 힘들이지 않고 쓱쓱 써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뇌에 감사 신경망이 튼튼하게 연결되기까지 통계적으로 21일 이상의 지속이 필요하다. 21일 동안 당연해 보이는 일에서 감사를 찾아내는 연습을 해보자.
뇌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은 스쳐 지나치지만 새로운 정보에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미 뇌의 자동 반응이 형성된 익숙한 것에는 관점을 바꿔 다시 익혀야 하기 때문에 쓰기나 말하기 등의 행동을 동반한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한 것을 새롭고 신기한 것으로 보는 연습을 반복해야, 머릿속과 마음속에 감사할 만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익숙한 관점을 바꿔, 같은 상황이 다르게 보이게 되는 것이야말로 ‘연금술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감사한 일 찾기 샘플
◉자연에 대한 감사
-대자연에 감사합니다.
-식물에게 감사합니다.
-동물에게 감사합니다.
-구르는 돌, 무생물에도 감사합니다.
-우주의 법칙에 감사합니다.
-계절의 변화에 감사합니다.
◉사람에 대한 감사
-가족에게 감사합니다.
-친구에게 감사합니다.
-이웃에 감사합니다.
-직장동료에게 감사합니다.
-인간관계에 감사합니다.
-여러 직업 종사자분들께 감사합니다.
◉사회에 대한 감사
-대한민국에 감사합니다.
-전 세계에 감사합니다.
-이웃에 감사합니다.
-직장에 감사합니다.
-학교에 감사합니다.
-동아리 및 클럽, 사회단체에 감사합니다.
-과거(현재)에 받은 모든 교육에 감사합니다.
◉사물에 대한 감사
-생활 도구에 감사합니다.
-책에 감사합니다.
-사회 제반시설에 감사합니다.
-의식주를 도와주는 수단들에 감사합니다.
-교통수단에 감사합니다.
◉나에 대한 감사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감사합니다.
-변화하고자 하는 나 자신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일상의 편안함에 감사합니다.
◉꿈과 소망에 대한 감사
-창조적인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합니다.
-예술작품에 감사합니다.
-깨달음에 감사합니다.
-나의 소망에 감사합니다.
-경제적 풍요로움에 감사합니다.
-다른 이의 소망에 감사합니다.
양경윤/ 한 줄의 기적, 감사일기
감사할 때 무의식적 마음인 우리 몸은
그 미래의 현실이 현재 순간에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믿기 시작한다.
조 디스펜자 ⟪당신도 초자연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