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멀게만 느껴졌던 뇌 과학 책이 지금은 서점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우리의 뇌가 소우주라는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나는 단순히 창조를 강조한 뜻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사람의 뇌와 우주는 생김새부터 많이 닮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 속에는 860억~1000억 개의 뉴런과 약 100조 개에 달하는 시냅스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우주 은하계의 복잡한 구조와도 비슷하다. 그만큼 신경 가소성이 있는 인간의 뇌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우주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또한 뇌 속 뉴런과 우주 은하의 질량 비중은 뇌와 우주에 각각 30%를 차지하고 있고, 뇌에서는 물, 우주에서는 암흑에너지가 70%를 차지하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문득 물방울 하나에 바다 전체가 들어 있고, 작은 조각에 전체의 정보가 들어있다는 물리학자 데이비스 봄의 홀로그램 우주라는 가설이 떠올랐다.
생각과 습관으로 뇌의 회로를 바꾸면 우리에게 펼쳐지는 세상 또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와 같아진다.
뇌에는 '신경 가소성'이 있다. 신경가소성은 우리의 경험이 신경계의 기능적 및 구조적 변형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우리 뇌의 능력을 개선하고 신경회로를 강화하는 것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상이나 새로운 경험, 긍정적 강화를 통해 새로운 뉴런을 연결하고 스트레스와 도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1장부터 8장까지의 여러 행동들은 우뇌와 좌뇌의 균형을 찾고 다양한 뇌 속 회로를 연결하기 위한 경험들이었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행동들로, 머리로는 알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신경망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이었다.
노력의 결과는 의지와 습관이 된 행동이 곧 현실에 드러내리라 믿는다.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생소한 경험이 익숙해 지기까지는 3일에서 21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안전하게 4주인 28일로 설정해 내용을 구성했다.
구성된 행동목록들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작은 변화가 모여, 예측하지 못한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카오스 이론인 ‘혼돈 속에 질서가 있다’는 의미 같다. 세상만물은 모두 크고 작은 규칙성과 복잡성을 띠고 있다. 이것을 질서 정연한 체계로 간주한다면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매 순간의 변화를 피하지 말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기 위해서 끝없이 자신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 미래라는 혼돈 속에서 패턴, 곧 질서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불변하는 단 한 가지는 모든 건 변한다는 사실이다. 매 순간 우리의 뇌도 몸속 세포도 나의 생각의 지배를 받고 그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삶에 문제를 만나 긍정적 선택하기를 게을리하면 어느새 우울이 한 발을 슬쩍 걸친다. 반복되는 노력에도 바뀌지 않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던 때쯤, 힘들이지 않고 긍정적 선택하기를 이어갈 수 있는 장치를 발견했다.
우주는 보상을 바라지 않고 먼저 베풀면 몇 배가되어 되돌아온다는 규칙성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자신'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이라는 양팔저울의균형의 영향을 받고 있다.
'모든 것'이라는 한쪽 저울에 올려둔 선행은 곧 '자신'이라는 저울에 무언가 더해져 같은 균형으로 조정될 것이 분명하다.
우주는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할 길, 누군가에게 봉사할 길을 찾고 있으며,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통로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활발한 통로를 통해 인류에게 도움을 주고 가장 큰 이득을 주려는 작용이 계속된다.
이 법칙의 작용을 알고 나서부터인지 몰라도, 나도 봉사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사실 진정한 봉사는 그리 거창한 무엇이라기보다는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편견 없는 시선'과 '인사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봉사를 하게 된다면 가장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다. 배고픈 이들을 위한 봉사를 찾아보다가 [명동밥집]을 알게 됐다. 일주일에 세 번 명동성당 마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명동밥집]은 노숙인이나 혼자 거주하시는 어르신을 위한 무료 급식소다. 그곳의 봉사자들은 저마다 봉사가 본인을 위한 일이라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천주교인뿐 만 아니라 여러 종교의 봉사자들이 힘을 합쳐 더위와 추위를 이겨내는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종교의 차이라는 관념을 넘어서 추위와 더위라는 생존을 함께한 전우애 같은 느낌이 든다.
바쁠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봉사가 나를 위한 장치임은 분명한 것 같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말한 만물의 정기는 '사랑'이고 광물과 식물만이 안다는 '모든 건 하나'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주는 것이 받는 것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의 뜻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봉사에 참여하는 장치는 수시로 고개를 들어 올리는 우울에 해마다 겨울에 맞는 독감 주사 같은 백신 역할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