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고민하다가, 요가 시간에 배운 동작인 손바닥을 위로하고 허벅지 위에 힘을 빼고 올렸다. 얼추 그림은 비슷한 것 같다. 이제 숨만 쉬면 된다. 사전 조사한 바로 숨쉬기는 정해진 것이 없었다. 코로 6초 들이마시고 입으로 좀 더 천천히 내 쉬기로 선택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생각이었다. 에고에게 아무 말 대잔치 멍석을 깔아 준 것 같았다. 이 상태로는 성과 없이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았다. 명상을 가이드해 줄 자료가 필요했다.
참고할 수 있는 객관화가 검증된 영상 정보를 찾아보다가, ‘넷플릭스’에서 [헤드 스페이스]라는 콘텐츠를 찾았다.
[헤드 스페이스]의 [명상이 필요할 때]는 20분짜리 애니메이션이 8화로 구성돼 있다. 영상을 보고 시키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돼 초보자가 혼자 따라 하기에 딱 이었다. 숨을 들이마시라고 하면 들이마시고 내쉬라고 하면 내쉬기만 하면 된다. 아주 간단하고 쉬웠다. 헤드 스페이스는 어플로도 이용가능하다. 초보자라면 명상 입문 가이드로 추천한다.
처음에는 ‘멍 때리기’와 명상이 비슷한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명상은 목표, 즉 집중하는 대상(호흡관찰)이 있는 반면 ’ 멍 때리기‘는 생각 비우기다. 내가 해보니 생각 비우기는 에고를 손바닥에서 갖고 노는 도인이나 가능한 기술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가이드가 있는 집중 명상이 잘 맞았다.
명상을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무슨 효과가 있기는 할까'라는 만 프로의 의심이 들었다. 보통 명상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원래 그런 거란다. 수상쩍은 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믿음을 갖고 계속해야 효과를 본다고 하니, 일단은 계속해보기로 했다.
결론은 왜 '명상이 답'이라고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명상은 생각과 생각사이에 어떤 공간을 만들어 주었는데 효과는 놀라웠다. 짜증이나 화가 올라오면 '나는 왜 화가 났지?'라고 나에게 돼 묻기만 해도 문제의 반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서 요즘은 화가 나면 일단 나에게 질문부터 한다. 이 작용은 놀랍고 신기했다.
이미 설계된 자동반응이 점차 줄어드니 화가 날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여유가 생겼다. 그 변화는 나를 크게 바꿔 놓았다.
명상은 에고가 우리의 익숙한 패턴을 이용하기 전에, 마음이 하는 말을 듣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 에너지가 물리적 차원에 덜 집중하게 되면서 명상하는 사람의 뇌파(대개는 베타파 형태로 작용)는 알파파와 세타파의 상태로 올라간다. 뇌파가 올라가면 몸의 긴장이 완화되는데 이런 상태는 명상을 할 때 생기는 뇌의 변화로 관찰된다.
뉴스 속 험악한 사건 사고 시청으로 경직되는 우리 뇌는 부정적 스위치를 켠다. 하루에도 몇 차례나 보는 뉴스로 계속해서 눌려 있는 이 스위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꾸준한 명상이었다. 세상에 어울려 살면서 세상 이야기를 아예 단절할 수 없으니 말이다.
명상은 눈을 감고 세상 보기를 잠시 멈추고 상상 속에서 내가 원하는 세상을 그려내는 미술수업 같다. 상상 속에서 완성된 그림은 곧 현실로 내 앞에 나타나고는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아침에는 졸음이 나를 꼼짝 못 하게 하기 전에 카페로 향한다.
향기와 크레마를 머금은 커피 한잔이 오늘 친구가 된다. 한 모금 맛부터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커피 향기를 정성 들여 천천히 들이마신다. 눈을 감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몇 차례 반복한다.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맞으며 호흡에 집중하고 있으면 스쳐가는 커피향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을 선물 받는 느낌이랄까.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나를 칭찬하고 완벽하게 쓰일 글감을 받기 위해 머리를 비운다. 그리고는 떠오를 글감에 ‘미리 감사’를 전한다.
처음에는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구석 자리에 앉아서 하고는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다른 손님들은 이어폰을 끼고 자신의 일을 하기에 바빴다.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새로움이 익숙해지기 전의 내 생각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명상은 가만히 앉아서 눈감고 하는 것만이 아닌 움직이면서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명상법이 있다. 먹기명상, 걷기 명상, 설거지, 빨래 등 현재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명상이 될 수 있는데 나는 걷기 명상이 잘 맞는 것 같다. 워낙 한 군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기도 하고 탁 트인 하늘이 보이는 가로수길 걷기는 언제나 즐거워서 좋다.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나뭇잎 위에 구름이 지나가는 평화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있음을 느낀다. 이따금씩 들리는 새소리에 마음이 더없이 평화롭다.
내가 느낀 명상은 어떤 비법도 아니고 돈, 시간, 스승도 필요 없는 몸의 긴장이 풀린 머릿속의 고요한 상태 만들기 같다. 불안과 두려움을 몰고 오는 생각에서 아주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마음 챙김의 시간이다.
에고의 소리가 멈추는 시간에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생각이 떠오르고 중첩된 생각은 물리적 세상에 현실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