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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빈 Sep 23. 2024

[우울증 극복 D-1] 1. 지구학교 숙제하기


D-1. 성공의 마스터키

-지구학교 숙제하기


술자리에서 한창 잘 나가는 동생이 '삶의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는 주제를 던졌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세계를 누비는 친구도, 욜로 생활에 즐거움을 만끽하는 선배도, 나도 누구 하나 답하지 못했다. 주제를 던진 동생이 말을 이었다. 포르셰도 타고 서울에 아파트도 사고 아이들도 잘 크고 체인사업도 잘되는데, 인생에 뭔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시간이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자신의 삶을 찾아보려고 예전에 읽다가 말았던 자크라캉의 ⟪에크리⟫ 완독을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동생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소명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종교가 없어서 그런 건 모르겠다는 의견 또 내일일도 모르는 세상에 인생 소명 찾기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마침 나도 빵빵한 풍선에 바늘구멍이 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중이었다. 새로운 시작은 곧 익숙해졌고 일상에 여유가 생겼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니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목표했던 수입은 나에게 선택의 자유를 선물했다. 언제든 타국으로 여행을 떠났고 마셔 보고 싶었던 와인을 마셨다.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가장 좋았다. 그런데 이런 생활이 즐거울 줄만 알았는데 또 그렇지도 않았다.


나에게 허락된 여행과 시간적 자유는 무엇이든 초고속으로 익숙해지는 에고의 습성에 평범한 일상이 됐다. 앞으로는 무엇으로 설렘을 채워야 할지 몰라 마음에 바람구멍이 난 듯 허전했다. 분명 이전과 다른 무언가야 한다는 건 확실했다.

내 마음은 막연히 심장을 뛰게 하고 특히 ‘모두를 위한 일’을 찾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

독수리 5형제는 하늘도 날 수 있고 다섯 명이기라도 하지 나 혼자서 어떻게 ‘모두를 위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는 공상 만화만 떠올랐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답을 찾지 못할 확률이 99.9% 였다. 그러다 문득 꿈에서 답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도 꿈을 많이 꾸는 편이라 제레미 테일러의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를 참고해 힌트를 얻어 보기로 했다.

꿈기록은 꿈에서 힌트를 받겠다고 의도하고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서 꿈을 기록하하는 방법이다. 스펙터클한 꿈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기 위한 꿈일기를 쓰던 어느 날. 꿈에서 누군가 나에게 펜을 쥐어주고 노트뭉치를 옆구리에 쿡 찔러준다. 노트를 읽어보라는 이야기인지 쓰라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펜도 쥐어 주는 걸 로 봐서는 쓰라는 뜻 같았다. 사실 예전에도 누군가 펜을 세트로 주겠다는 꿈을 꾸긴 했었다. 그때 노트에 글을 끄적이기도 했었는데 일상이 바빠 포기했던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그 후의 꿈에서도 누군가 나에게 또 펜을 주려 했지만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한사코 거절했었다.

글을 쓰라는 이야기 같았지만 글쓰기는 너무나 무지한 영역이라 도전할 자신이 없었다.

일단 시작부터 해보는 나이지만 글쓰기는 시도도 해보지 않고 가볍게 패스시킨 장르이기도 했다. 시도 비슷한 걸 해보기도 다. 잘 쓴 글을 읽는 눈은 있는데, 앞뒤가 안 맞는 내가 쓴 글은 어설프다 못해 안쓰러워서 차마 읽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나의 이야기가 쏙 빠진 내 글은 '누가 뭐라고 했다더라'라는 인용구로 가득했다. 앙꼬 없는 붕어빵, 계란 빠진 계란빵 같다고나 할까.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내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극복한 나의 경험을 들려주는 일뿐인 것 같았다. 하지만 처절하게 구질과 우울로 버무려진 내 이야기를 사방팔방 알리고 나서 고개 들고 다닐 자신이 없었다. 나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글쓰기만큼은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무의식이 내 이야기를 쓰기로 한 건지 아니면 내 인생 소명인지 몰라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깨달음을 공부하기 전에 꿈에서 자주 조그만 문을 통과하는 꿈을 꾸고는 했다. 싱크대 아래, 놀이터 구름다리 중간, 공터 흙바닥 아래에도 나타나던 조그만 상자만 한 비밀 문을 고통스럽게 빠져 통과하던 꿈이 떠올랐다. 그 작은 문을 통과하면 롯데월드로 연결되거나 말도 안 될 지름길이었음을 발견하고 놀라곤 했다. 물론 꿈에서 지만. 그때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숨 막히게 노트북만 한 문을 계속 통과해야 할 테니 씩씩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 땅에 온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금 나의 환경과 삶이 존재한다고 네빌 고다드가 말했듯이,

각자의 인생 소명을 찾아 나서야 한다. 본문 6장에서 우리가 소망을 이루기 위해 했던 현실 창조는, 꿈의 실현이 최종 목적이 아니라, 인생 소명을 깨닫기 위한 과정에서 수반되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네빌 고다드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지구 학교에 오기 전에 가져온 소명을 이루기 위해 끌어당김의 법칙을 익혀야 한다고 했다.


끌어당김의 법칙에서 배운 내가 이해한 모든 걸 통합하는 글쓰기가 이제 끝을 향하고 있다. 내세울 것도 없고 별것 아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겠다고 결심할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글의 마지막 부분을 쓰고 있는 내가 참 대견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또 다른 숙제가 남아있는 지도 슬슬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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