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스펙터클한 영화 감상에 밤잠을 강탈당하고 밤을 잊은 그대가 되어 적막한 초 겨울의 을씨년스러운 밤에 맞서 홀로 외로운 시간을 한없이 끼적인다.
생각의 고리를 끊어 내고 달콤한 잠의 나라로 빠져 들어가 보려 하지만, 생각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생각나는 게 생각이 되어 도저히 내면의 나를 홀로이 내버려 두지 않기에 일단 잠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잠을 자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생각의 고리가 엉키고 엉켜 더 잠이 오지 않는 못된 습성이 있으므로 아예 다른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은 것이다. 그러다 보면 스르르 나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 때가 여러 번 있었기에 내 마음과 내 생각을 분리시켜 따로 놀도록 수를 써보기로 한 것이다.
아무튼 희미한 불빛에 나를 타인처럼 방관한 채로 두 존재의 길목에 오르락내리락 드나들며 깊이 빠져 들거나, 합치가 되지 않도록 조절 강도를 살피며 먼발치의 나를 조명하는 중이다.
하긴 이렇게 깊게 감성에 물드는 시간은, 아무 구속이 없는 본연의 나로 돌아가는 지극히 편안한 시간이기에 비록 다른 행동에 제약이 걸려 있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으며, 때때로 즐겨 맞이하는 나의 경계 없는 자유로운 시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다만 나의 성향에 의한 고독한 심정에 대해서는 나에 대한 스스로의 깊은 이해와, 통찰과, 위로가 필요하며,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러한 조명은, 내면의 나를 깊이 있게 바라보며 치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여 피곤이 나를 야금야금 삼키려 할지라도 크게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는 시간이 된다.
짙은 어둠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황량한 거리의 가로등 불빛은 졸음을 참고 있음인지 총명한 빛을 서서히 잃어가고, 이따금씩 텅 빈 도로를 쌩하니 질주하는 자동차는 가는 길 바쁘게 내달리고 있는데, 이제는 내게 와도 된다고 간절히 청하는 잠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으로 오지 않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명도 출타 중인지 완전 무소식인지라 일단은 생각을 접어 비밀 서랍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놓고 얕은 잠이라도 청해 보기로 한다.
본연의 나로 돌아가는 이러한 시간 속에서 무심하게 놓쳐버린 나의 상처는, 나 스스로 토닥이며 위로하고, 소홀하게 다루었던 일상의 생각이나 행동들도 깊이 있게 정리해 보며,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오지게 가졌으니 밤을 잊은 그대의 이 시간에 할 작업은 모두 야무지게 끝이 난 셈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이제는 잠의 나라로 퐁당 빠져들어 행복한 꿈의 시간을 가져도 미안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앞으로는 절대로 잠을 취해야 할 소중한 시간에는 영화 감상이나 기타 불필요한 일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내 감성에 젖어 즐긴 오붓한 시간이었지만, 또 다른 나는, 쫓기는 심정으로 취할 행동에 제약을 건 것에 대해 많이도 초조해하였기 때문이다.
즐기는 고독도, 나를 위한 여백의 시간도,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그 안으로 온전히 스며들지 못하며, 오롯한 나로 돌아가는데 취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관리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 스스로 명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피곤하면 만사가 귀찮아지며, 나를 속박하고 자책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기에, 아무런 구속도 없는 나로 돌아가는 시간은 온전히 무장해제가 되어 나를 인정하고 보듬으며, 존재의 가치를 높여 소중한 나로 재무장하여야 함을 인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무한 우주 속에 유일한 나이고, 나의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안에 따뜻한 사랑이 있어야 다른 사랑도 할 수 있음을 인지하는 오늘이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