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季의 비
또한 매연으로 혼탁해진 자연의 숨결을 맑게 정화시켜 신선함을 유지케 하는 결 고운 공기와, 개운한 숨결에 습도의 상승이 결의 촉촉함을 자극하여 몸이 느끼는 눅눅함과 보드라운 살갗의 촉촉함.
인적 드문 거리를 간간히 오가는 노랗고, 검은 우산 속 사람들의 아지 못할 외로움과 안쓰러움,
계절의 비와 엷은 안개가 뒤섞인 듯한 몽환적인 거리의 풍경과 어떤 이들의 감정 흐름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난폭한 자동차의 무절제한 질주, 등 이 모든 현상들이 비 오는 날의 풍경이 된다.
또한 꽃 잎새마다 내려앉은 물방울들의 반사가 빗방울을 일시에 다이아몬드로 둔갑시키기도 하고,
살짝 패인 작은 흙 웅덩이에서는 빗방울이 내려앉아 파문을 일으키는 작은 동그라미 물결을 그려내곤 한다.
비로 인한 거리의 자연 풍경은 여러 감정 요소들을 기꺼이 담아내어, 그들만의 고요한 시간에 부조화의 요소들을 찾아내 조화롭게 합을 맞추며, 햇살 가득한 날에, 무례한 이들의 무절제한 행동에 상한 마음들을 다독이며, 여백의 시간을 충만히 채워가는 듯 차분함과 아쉬움, 적막함이 자리하는 비 오는 날 밖의 풍경이다.
마치 노을빛이 사라지며 어둠의 나래가 세상의 문을 닫은 듯한 생경한 어두움과 고독함, 그 고요함이다.
규칙적인 음의 반복이 빗방울을 연상시키는 '빗방울 전주곡'을 창가에 서서 감상하며, 내리는 비의 잔잔하거나, 격동적이거나의 강약 조절에 집중하여, 그 리듬의 흐름에 손을 이용하여 가볍게 박자를 맞추며, 선율에 따라 평화롭거나, 격정적이거나, 외로움을 느끼거나의 감정으로 몰입의 진정성을 보인다.
그간 복잡하고 어수선하던 일상의 일 들, 무언가 얽히고설킨 듯한 감정의 엇갈림들은 이미 빗물에 씻겨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며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듯하다.
시간의 흐름이 감정 해결의 묘책이라며, 오롯이 내리는 비에 마음을 집중하여 묘한 마력의 존재를 창 안에서 즐기고 있는 것이다.
늘 선호하여 즐거이 마시던 커피의 은은한 향을 단호히 거부한 채로, 오늘은 비에 동화되어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허브차를 마시며, 그 향기를 깊이 품어 안고 있는 그 표정은 잔잔한 평온함이다.
비는 계절 색을 띤다. 감성적 느낌으로 존재의 변화를 받아들임인지는 모르겠으나, 특색 있는 계절에 그 특성을 드러냄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거라는 생각은 든다.
또한, 밤과 낮의 대비에 따라 마음에 내려앉는 존재의 여운이, 전혀 다른 색깔의 감정을 새로이 창조해 내기도, 바람과 더불어 제 멋대로의 결을 휘두르는 예민하며 자유로운 결의 소유자이기도 하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봄 비는 여릿여릿한 소녀 같은 비, 여름 비는 질풍노도 시기의 소년 같은 비, 가을 비는 갱년기를 품어 안은 허무한 비, 겨울비는 으스스하고 매몰찬 이야기 속 스크루지 노인 같은 비다.
행여 연한 잎새들에 생채기를 낼까 우려하고 조바심 내며, 가늘고 보드랍게 스스로의 결을 다듬으며 내리는 소녀 같은 비다.
겨우내 모진 환경 속에서 계절을 기다리며 새싹을 틔우고, 어여쁜 꽃을 피우며, 사람의 향기를 그리워하고, 존재로서의 인정을 기대하며,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던 소중한 존재의 긴 목마름을 깊이 헤아려 해갈의 기쁨을 주고, 변화의 흐름에 속도를 조절하며 적응해 가라고, 가늘고 가볍게 리듬을 타며 계절 봄의 자락에 사뿐사뿐하게 소곤소곤하게 내려앉는 어여쁜 소녀 같은 비.
하여 계절의 생명들은 무리 없이 쑥쑥 자라나고 숨 쉬며, 계절만이 가지는 고운 결의 입김을 봄의 대지에 화려하게 펼쳐 나간다.
자신을 내어놓은 그 사랑의 생명수를 촉촉이 마시며, 화사한 풍경의 자연을 만들어 봄의 일부로 오롯하게 스며들어 간다.
계절과 그 존재가 만들어 내는 환희의 풍경이 되는 것이다.
봄 비의 고운 결을 마땅치 않게 여긴 까닭인지, 계절의 여러 조건들의 불협화음에 의한 성깔인지, 강 약을 섞어가며 위협을 거침없이 실행하기도 하는 여름 비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여 자연에 무심한 인간군상들의 폐단에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기도, 과감 없는 강력한 힘의 균형을 드러내 보이기도 하는 질풍노도 시기의 과격한 소년 같은 비다.
지표면의 온도 과열로, 대기의 불안정으로, 폭우를 동반한 대류성 강수가 여름에 자주 발생하고 뭐 고의 과학적 근거나 기상학적 설명의 여름 비를 논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에서 느껴지는 무더운 계절의 폭풍 같은 눈물과 열기, 과격한 그들의 리듬과 속도, 그리고 그 내면의 소리를 체크하고자 하는 의도일 뿐이다.
그는 강렬하다. 또한 내면의 소리도 우렁차고 거세며, 그 흐름의 속도도, 강 도의 조절도, 탁월한 능력자다.
때론 과한 투정으로 과도한 눈물을 쏟아내기도 하여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뜨거운 계절의 열기로 지친 영혼들에 잠시의 휴식을 주기도 하는, 善과 인간의 교만에 대한 집행자 역할의 양면을 실행하는 양가감정 소유자이기도 하다.
한바탕 비가 스쳐간 여름날의 풍경은 시원함이기도, 불쾌함이기도, 개운 함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일원인 바깥세상의 풍경은 차분함이며, 열기로 앓던 마음의 상처를 일부 씻어낸 안도감이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초 가을의 비는 여름 비가 떠나간 자리에 계절 비로 갓 차고앉았음인지. 별 거부감도 없고, 순둥이인 듯 앙탈도 부리지 않으며, 그 마음의 온도도 뜨뜻미지근하지만, 거부감 없이 허락되는 마음의 온도이기도 하다.
때로는 하얀 바람의 기세를 일찌감치 꺾어놓으려는 저의가 깔려 있음인지, 수확의 계절에 방해꾼이 되지 않으려는 속셈인지, 여름의 온기를 대동하여 사그락사그락 그 내면의 소리를 드러내 보이며 내리기도 한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품었던 온기는 사라지고, 하얀 바람의 거센 물결이 차고앉았음인지 적막한 고요 속에 늦가을 비는, 순환의 감정에 몰입하여, 가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외로움과 고독, 허무한 인생의 깊이를 각인시키며 쓸쓸한 거리의 풍경을 그려낸다.
생생하던 나무의 잎새들도 낙엽이 되어 상실의 아픔을 안고 가을자락에서 뒹구는데, 그나마 끝자락의 시름을 전하려던 낙엽은, 속절없이 내리는 계절의 매몰찬 비로 인해 바스락 소리마저 잃어 애끓는 마음조차도 전하지 못하고, 처량한 모습으로 계절의 끝 자락에 머문다.
갱년기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허무의 늦가을 비가 되어 순환의 역사를 매몰차게 실행하는 것이다.
하여 풍경은 새로운 계절 앞에서 덧없이 사라져 가고.
겨울 비는 계절의 부조화처럼 뜬금없는 비가 되어, 꽁꽁 언 겨울 마음을 가혹하게 휘둘려 놓는 인정사정없이 냉혹함을 보이는 비로 그의 존재는 삭막함의 극치를 이루어낸다.
소통이 불통이 되고 연결이 단절되어 어떤 마음도 받아들이지 않는, 그러함으로 그는 외톨이다.
계절을 상징하는 자연 풍경은 하얀 눈이다. 어릴 적부터 만들어 온 눈사람이 주제가 되고, 백설이 나뭇가지에 내려앉음으로 만들어지는 설화 핀 겨울나라의 풍경이 펼쳐지며, 하얀 눈 위에 바둑이의 발자국이 찍히는 어느 만큼은 동화 속 나라가 겨울나라의 풍경으로 인지된다. 그런데, 겨울비는 그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감성을 잃은 비다.
이야기 속 고약한 성격의 노인 스쿠르지 같은 비로, 온기하나 품지 않는 냉혹한 겨울 비인 것이다.
깊은 의도로 하얀 계절에 비를 부르는지는 모르지만.
계절에 머물러 거리를 활보하던 봄날의, 여름날의, 가을날의 풍경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사람의 흔적은 거리 어느 곳에서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겨울날 빗 속의 풍경.
더구나 한설과 겨울비가 섞여 으스스한 거리의 풍경을 보면, 북풍이 몰아치는 겨울 거리의 계절 비를 생각하기라도 하면, 상상만으로도 움츠려든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며, 사람의 숨결은 거칠어지고, 머물 수 없는 환경으로 다가와 두렵고 슬프며, 늪으로 빠져드는 공포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여 겨울 거리의 비 내리는 풍경은 극한의 삭막함이다.
계절의 비가 자기 색을 찾고, 계절만의 풍경을 만들어 가며, 사람들이 그 안에서 평온한 온기를 누리면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을까를 다시 생각해 보며, 자연의 풍경은 나눈 만큼의 결과치 보다 더 크게 보상하며, 마음을 다 하여 보살핀 만큼 그 풍경을 더 아름답게 피워나감을 인지하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불어 한다.
계절의 비도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에 아름다운 풍경을 주고 싶지, 피해를 주고 싶겠는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뿌리는 헛된 마음들이 곳곳에서 깽판을 치고 있음의 결과치인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