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서 좋아
오늘은 웬일이야 다정한 말도 다 건네주고 우스갯소리도 하고, 오늘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네가 웃으니 나도 너무 좋다. 집안 공기가 환해지는 것 같네.
부드러운 듯하나 칼칼하기도 하고 무뚝뚝한 듯 하지만 재미있기도 한, 나에게 가장 소중한 너.
말이 별로 많지 않고 필요한 말만 주로 하는 너를 보면 때로 말이 좀 많았으면, 일상의 이야기도 좀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지만, 그런 성향의 사람이 아니라고 이해하면 굳이 보챌 건 없다는 생각을 하며 떠들썩한 분위기를 포기하곤 한단다.
과묵한 아빠와 그를 닮은 아들이라 집이 때때로 적막한 공간처럼 느껴지는데 오늘은 그 공기를 한 번에 찍어 누르는 네 유머코드에 깜짝 놀라 박장대소로 유쾌함이 터지는구나.
그래 넌 어릴 때부터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이었어. 유머도 있고 배려심도 있어 나를 감동케 하곤 했지.
네가 네 살인가 다섯 살 때였던 것 같아. 동네에 놀러 나갔다 들어오는 네 조그만 손에 검은 비닐봉지 한 뭉치가 들려있는 거야.
어디서 난 거냐고 물었지. 가게에서나 필요한 검은 비닐봉지를 잔뜩 들고 들어오니 왜 안 궁금했겠어.
네 말 인즉 '집에 오는데 할아버지가 자전거에 봉지를 매달고 다니면서 팔고 계셔서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샀어요. 300원 드리고' 이렇게 또박또박 말하는 거야.
아마도 어린 마음에 측은지심 같은 마음이 들었던 건 아닐까 생각하며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여 안아주며 잘했다는 칭찬을 해 주던 일이 있었다.
아직 아기인데도 그런 생각을 하는 네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예쁘던지 정말 감동이 물결치더군.
-초등학교 1학년때의 그림일기-
또 하나 생각나는 즐거움은, 네가 대학교 시절 포복절도 할 만한 대답으로 웃다 웃다 결국은 눈물까지 흘리던 일도 있었지. 일부러 전혀 엉뚱한 대답으로 나를 배꼽 달아나게 하던 일 말이야.
진짜인지 장난인지 구분 불가할 정도로 무심히 엉뚱한 대답을 하는 통에 정말 웃겨서 뒤로 발라당 넘어지기까지 했다. 아마 너도 생각날 거야. 태연하게 답변하면서 우리 함께 웃던 일 말이야.
그때 상위코드의 질문으로 퀴즈를 했지만 서로 유머코드가 일치하다 보니 기초 문제까지 등장하여 박장대소, 포복절도까지 웃음 유발을 한 시간 이상은 했던 일이 생각나네.
어쩌면 그렇게 쿵 짝이 잘 맞는지 너무 웃어서 기진맥진 지쳐 목소리도 안 나올 지경이었지.
한동안 그 생각하며 혼자서 많이 웃기도 했었다.
게임 끝나고 나중에 네가 이야기하더군. 엄마 웃게 해 주려고 장난친 거라고.
그래, 늘 그런 날들이 그리웠어. 그 시절 누리던 너와 나의 유머코드, 따뜻한 관심, 유쾌하고 멋진 네 웃음, 근황을 이야기해 주는 그 상냥한 배려, 그리고 나를 챙기는 그 깊은 마음이 고마움으로 자리하고 있어 더 그리웠던 것 같다.
오늘 새삼 그 이야기들을 생각하니 새록새록 그날들이 더 그리워지는구나. 그날들은 나도 조금 더 젊은 날로 한 가닥의 백발 흔적도 보이지 않았을 때이니.
사람과의 교류에서 친밀하다는 것은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따뜻한 관계를 말하는 것이지.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간 관계에서의 친밀감은 최고조라고 말할 수도 있고 부족함도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이 가족 아니겠어.
그런데 시대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각자의 삶이나 가치관에 무게를 더 많이 두게 되어 개인의 사생활이 소중해지고 복잡한 사회에서 역할의 버거움이 혼자만의 휴식이라는 여백을 원하게 되어 가족이라도 터치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개인주의가 우선 용인되는 사회적 현상이 형성되었지.
하긴 사람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듯 가족 간에도 필요한 거리를 지켜야 더 친밀도가 높아진다고 볼 수는 있어. 가까울수록 다툼의 여지를 많이 남기기 때문이지.
각자의 생활과 역할이 있으니까 마땅히 존중해 주어야 하며, 가족이라도 각자 사생활을 침범하면 그건 불화를 양산하는 행동으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생각들이 변해 있는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사람 마음은 참 묘하기는 해. 상황을 잘 이해하고 동의하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져들어 자신에게 비교 상황을 만들어 섭섭하고 야속한 마음을 끌어내는 거야. 그러니 관계를 어렵게 하는 일이 종종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어.
좋을 때는 좋은 추억으로, 상황의 변화에는 또 그대로 수용해야 함에도 그때는 이랬는데 라는 좋은 기억을 되살려 비교상황을 만들어 더 어렵게 만들거든. 엄마라고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예전에는 대화도 잘하고 관심도, 배려도 많더니만 최근에는 별 관심도 없는 것 같고 내가 먼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집안이 적막강산이니 등등.
역할의 부담만큼이나 관심도 배분될 텐데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하면서도 이해 안 되는 양가감정을 가지는 것 같아서 변덕스럽지만, 어느 때는 정말 섭섭한 마음이 샘솟듯 솟구쳐 눈물이 나는 때도 있더라고.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 생각하면서도 그런 감정이 드는 건, 네가 어른이 되어 가는 만큼 엄마도 늙어가면서 그런 간격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성장하는 만큼 모든 일상사가 복잡해지고 그만큼의 역할을 해야 하기에 마음을 다 쓰지 못하는 부분도 있겠거니 하지만 그러함에도 품 안에 자식이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 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단다.
품 안에 자식은 내 의지대로 키울 수 있고, 그 사랑과 재롱으로 보상심리에 위안을 받지만. 독립적 성장이 이루어짐으로 부모의 의지는 의지일 뿐 뒤켠으로 밀려나고, 주체적 생활에 끼어들 틈조차 없음에서 오는 외로움 아니면 자신보다 더 중요한 자녀의 무탈함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오는 분리불안, 또는 존중과 사랑의 대상에서 밀려나는 인정욕구에 대한 불안감, 아무튼 이러한 이유 모두도 부모 위주의 생각에서 오는 심리적 반응이겠거니 생각은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고귀한 틀 안에서 동고동락하며 가족 간 애틋한 정을 나누고 소통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정겨운 작업을 함께 하지.
가족 간 불통으로 인한 감정의 뒤틀림으로 또는 여러 이유로 인하여 등지고 사는 가족들도 있지만. 가족이기에 고난도 역경도 서로의 힘이 되어 넘어설 수 있고,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취약한 부분도 , 고충도 이야기하며 감싸 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필요한 말만 하고, 하고자 하는 일만 하고 살겠어. 그저 이런저런 일상사를 이야기하며 즐거운 일들은 나누어 웃고, 속상한 일들은 서로 씹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지.
혼자서 감당하려면 너무 외롭지 않겠어. 쉽사리 풀리지도 않고 말이야.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제대로 질겅질겅 씹으며 풀어야 제 맛이라고 하잖아. 듣지 않는 곳에서는 나라님도 욕한다는 옛말도 있듯이.
아무튼 가족 간의 소통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끈끈한 정을 쌓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니 시간을 할애해서라도 그런 시간을 갖도록 하면 좋겠구나.
아무리 짬이 없는 일상사라지만 중요한 일에도 순서가 있듯이 사람의 근간인 가정, 가족의 일에는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삶은 늘 투쟁의 연속이고, 먹고사는 일은 마음대로 안 되고, 여러 성향의 사람 간 관계는 쉽지 않으니 참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기는 하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복합성은 때에 따라 많은 갈등요소가 되기도 하여 스트레스로 인한 불쾌한 감정들이 괴롭기도 하지만, 그런 부적절한 감정들은 살면서 잠깐씩 머물다 스쳐 지나가는 감정일 뿐인 것 같다.
그 시간 속에서 헤어 나오고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이 있거든.
다만 알면서도 조절이 되지 않아 마음 불편한 것이니 감정처리를 잘해서 마음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스스로 잘 다독이면 좋겠구나.
너 자신처럼, 네 마음처럼 소중한 건 이 세상 아무것도 없으니 너를 귀하게 생각해야 함은 당연지사겠지.
생각을 조금 바꾸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고 하더구나. 넌 그런 세상에서 네 멋진 이상을 펼치며 늘 즐겁고 행복하게 그렇게 살았으면 해. 긍정의 힘도 충분한 너니까 너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가득하고 싱그런 웃음이 멋진 너니까. 너를 사랑하는 만큼 무한 신뢰를 보내며 가족이 너의 가장 큰 자산이고 변함없는 지지자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너의 웃음이 상큼했어. 겨우내 언 땅 헤집고 올라와 곱게 얼굴 내민 푸른 새싹처럼 멋지던데.
싱그러운 네 웃음바다에 나도 모르게 퐁당 빠져들었다. 난 수영도 못하는데.
질식할 뻔했다나 뭐라나 푸하하하!
내일도 오늘처럼 환하게 웃었으면 해. 웃으면 행복이 찾아온다잖아.
내게 엄마라는 고귀한 사명을 준 너, 나의 소중한 아들!
네가 있어서 좋아. 너라서 그냥 이유 없이 좋아 나는.
너니까 난 마냥 좋다.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