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의 매력

보리밥 정찬

by marina



낙하한 낙엽이 목마름을 호소할 즈음인 늦은 가을에 우리 가족들이 보리밥 집에 모여 즐긴 구수한 보리밥 정찬의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만 족 함이었다.

맛있는 음식도 가족이 함께 모여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겨야 진정한 맛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맛의 기운을 더 돋을 수 있는데, 오늘은 그 의미가 모두 충족된 만족한 식사 자리였다고 자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우선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간 소통이 잘 이루어졌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 유쾌함이 있었으며, 배려의 마음이 빛나던 자리였기에 소화기관의 기능에도 문제가 없었고 감정 선도 편안함과 즐거움이었다.


보리밥 정찬이라고는 하나 음식의 종류는 모두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소소한 반찬으로 차려져 나온다.

우리가 흔히 웃자고 하는 '반찬이 어떻게 풀잎파리만 있어. 풀 뜯어먹어야겠네'라고 말하는 그야말로 채소로만 차려져 있는 반찬이다.

굵은 보리쌀은 한번 쪄내서 밥을 지은 것인지 부드러운 보리밥이 기본으로 나오고, 청국장찌개와 무생채 나물, 고추 된장무침, 물김치, 비지찌개 그리고 콩나물을 비롯한 대 여섯 가지의 나물 종류를 오밀조밀 조금씩 담아 나눔 그릇에 내어놓고 커다란 놋그릇에 보리밥을 넣어 내어 오면 한상차림은 끝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나물들과 청국장찌개를 넣거나 비지찌개를 넣고 쓱쓱 잘 섞어 비벼서 먹는 방식인데 기름기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음식이다 보니 먹을 때 부담이 없고 맛도 좋으며 건강에 이바지하는 음식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음식인 것 같다.

넓은 음식점 안이 사람들로 꽉 차 있는 걸 보니 풀잎파리의 인기가 꽤나 좋아 장사도 잘 되는 듯싶었다.


내 어린 시절에는 집집마다 하얀 쌀밥보다는 쌀이 조금 섞인 보리밥을 많이 먹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식량이 풍족하지 않아서인지, 보리농사를 많이 지어서인지, 쌀값보다 보리쌀값이 싸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8 : 2, 7 : 3으로 보리쌀을 섞어 밥을 지었던 것 같다.

풍족하지 않은 살림살이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어른들이 느끼는 구수한 보리밥의 맛을 아이들이 느낄 리가 없고 깔깔하고 퍽퍽한 맛으로 받아들여 나도 싫어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그래도 비교적 쌀의 비율을 더 늘려서 보리쌀의 흔적이 적었음에도 깔깔한 보리밥이 싫어 골라내고 먹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물기 없고 거무스레한 보리밥이 꽤나 싫었던 모양으로 보리가 많이 섞인 밥이 내 차례로 오면 입을 실룩거리며 툴툴대고 골내며 밥을 먹지 않았었다.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밥을 비며 먹는다 해도 입안에서 겉도는 보리밥의 식감은 영 좋지 않았으며 어린 마음에 보리쌀이 뱃속에서 굴러다닐 것만 같았던 생각이 많이 들어 거부했던 것 같다.


반면에 하얀 쌀밥은 매끈매끈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며 느껴지는 촉감이 보들보들 말랑말랑하여 달콤한 카스텔라 빵을 먹는 듯 부드러워 식사시간이 즐거웠으며 쌀밥만 달라고 떼를 많이 썼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철이 없기도 했지만, 그 구수한 보리밥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아쉬움도 크게 다가와 그 시절의 보리밥을 한번 다시 먹어보고픈 욕구도 생기곤 한다.


지금은 시절이 많이 바뀌어 식량도 풍족하고 다양한 종류의 곡식들이 많이 나와 현미 같은 건강에 좋은 식품 배합으로 밥을 지어먹으며 특히 보리밥의 선호도는 건강식품이라는 최고의 명예를 달고 가정에서나. 음식점에서 많이들 먹고 있으니 시대가 곡식의 진가를 평가해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요즘 사람들은 건강을 최고의 복으로 생각하고 생활하기에 건강에 유익한 식품이라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잘 먹는다.

비타민을 비롯해 복합적인 영양소 등 몸에 좋다는 약도 10여 가지 이상씩 매일 먹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며 옛 기억을 더듬어 보면 가치 평가 절하한 식품들이 지금은 귀한 식품으로 재 평가되어 대접을 받고 있으니 그만큼 건강을 챙기는 시대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기야 무엇을 먹든 살아가는 동안은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철칙은 꼭 지켜져야 하며 자신의 건강이 자기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을 좌우하기도 하기에 건강을 위해서 하는 행동은 더없이 가치 있는 일이기는 하다.

느지막한 가을에 가족과 함께 즐긴 보리밥 정찬은 근래 들어 먹어본 음식 중 최고의 음식으로 따 따봉이었고 디저트로 즐긴 브랜드 커피의 달콤한 향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종종 이런 시간을 가짐으로 가족 간 우애도 다지고 원활한 소통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가족의 소중함은 음식의 맛에서도 그 빛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보리밥의 매력에 푹 빠져든 너무 즐거운 보리밥 정찬의 시간이었다.


행복이 뭐 별 건가, 순간순간 느끼는 만족이 행복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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