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걸러 피던 '난 꽃' 맘 열지 않는다.
계절 기다린 심정으로 오롯이 바라보건만
도도한 잎새만 숭배 대상 바라보듯
하늘 향해 다소곳이 잎새만 뻗고 있다.
기다림에 지친 마음 훼엥 토라지고
마음 열지 않으려면 그만두라며
매몰차게 외면하며 그를 놓았다.
열하루 지나 무심히 바라보니
미묘한 움직임 눈길 사로잡아
마음에 다시 들 오려나 했더니
꽃가지 멋지게 하늘 향해 뻗으며
아름아름 열매가 생겨나듯
가지가지 매듭마다 꽃 봉오리
곱고도 탐스럽게 빚어내고 있다.
꽃 피었다, 꽃. '난 꽃'이 피어났어.
밤사이에 한 송이 한 송이 시간마다
어여쁜 그 마음 드러내고 있네.
수줍어서 해맑을 때 펴내지 않고
몰래몰래 숨어서 계절 열었네.
가을에 피어나는 '난 꽃'의 고귀함
닳을까 아까워 쳐다보기도 두렵다.
한동안 변치 않고 고운 모습 보이다가
어느 날 자연스레 계절을 놓겠지.
오래도록 곁에서 머물면 좋으련만
나 모르게 살며시 떠나지 말아야 해.
기다리는 마음 한 해를 넘기면
보고 싶은 목마름에 애가 타거든.
고맙다 잊지 않고 찾아주어서
한 동안 즐거움으로 기쁨으로
너를 보며 너와 함께 계절 나누리.
이 계절이 지나면 네 머묾에
미련두지 않고 기꺼이 보내리니
잘 놀자 우리, 시간 가리지 말고.
오늘도 내일도 이 계절 끝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