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음표 Sep 29. 2024

도와달라고 찾아갔는데 경찰에 신고당했다

미국 대학의 정신장애인 차별

미국 대학교에는 정신과적인 이유로 자타해 위험이 있는 학생은 학교가 임의로 캠퍼스에서 쫓아내거나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5150 hold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미국의 이미지와는 달리 인권침해적인 규정이지만 엄연히 사실이다.


입학한 지 몇 주 지나지 않았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학생 상담실에서 나는 가정폭력 생존자고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학생 상담사가 나를 학교 경찰에 신고했다. 밤중에 제복을 입은 경찰 2명이 기숙사 방에 들이닥쳐서 내 상태를 확인하겠다면서 (이걸 wellness check라고 부른다. 실상을 교묘하게 숨기는 이름이다) 지금 느끼는 기분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다. 샤워하고 나온 상태여서 수건만 걸친 상태로 경찰하고 마주쳤는데, 항의하니까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오라고 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해도 “당장 너를 만나야 한다”고 문을 두드려서 아무 옷이나 주워입고 나갔다. 빡세게 마스킹한 채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어떻게 잘 말해서 돌려보냈다. 만약 이때 경찰을 설득하지 못했다면 나는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하거나 더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 


이런 일을 겪은 뒤로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지원 제도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사라졌다. 어렵게 들어간 좋은 대학이었지만 소속감이 들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면서 꾀어내다시피 한 다음 내가 범죄라고 저지른 것처럼 경찰에 신고해서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게 만들었으니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장애학생 지원도 웬만하면 받지 않고 버티려고 했다. 도움을 주기는커녕 일을 키우기만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장애학생 지원을 받지 못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고, 결국 전적대를 예정보다 일찍 떠나게 되었다. 


가장 뼈아픈 점은 시작부터 정신장애인으로 '찍혀서'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점이다. 문제가 생겨도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이 없었다. 폭력을 당해 정신장애인이 되었고 정신장애를 이유로 또다시 폭력을 당했다. 

이전 07화 죽고 싶었는데 대학은 잘 가고 싶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