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행동치료라 쓰고 학대라 읽는다
당신은 나를 평가할 자격이 없어. 잘했다는 말도 당신 입에서 나오면 역겨워. 치료 잘 받으라는 말은 이제 내가 듣기에 2차 가해야. 당신 때문이야. 나를 제대로 진단할 능력이 없어서 상태를 악화시키는 치료를 강요했다는 걸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리라 믿어.
내가 그만하자고, 이건 아니라고, 효과가 없다고 아무리 말해도 가스라이팅으로만 일관하던 당신은 내 인생에 관여할 자격이 없어. 5초도 집중하기 어려웠던 나한테 15분씩 매일 명상을 하라고 강요하던 당신을 생각하면 역겹다는 말도 부족해. 집중 못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어. 그랬더니 당신은 집중이 안 되는 느낌에 집중해야 한다고 우겼어.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하고 뱉기는 한 거야?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 나간 애한테?
순진한 호구였던 내 눈에도 당신이 원하는 대답을 유도하려고 술수를 쓰는 게 뻔히 보였어. 그때는 피해의식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내가 당신이 정해놓은 정답 밖의 말을 하면 당신은 내 말을 강제로 교정했어.
"그게 합리적인 생각이야?"
"너 친구한테도 그렇게 말할 거야?"
"너 후배한테는 어떻게 말할 거야?"
친구나 후배한테도 똑같이 말하겠다고 대답했어. 진심이었어. 당황하던 당신 모습이 기억나. 이런 말을 던지면 환자가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얘는 왜 자기 생각을 밀고 나가지, 이런 생각이었을까. 나를 어르고 달래고 윽박질러서 당신이 원하는 생각과 말만 뱉는 영원한 아이로 길들이고 싶다는 의도가 보이더라. 영원히 당신을 우러르며 졸졸 쫓아다닐 아이.
당신한테 마음까지 다 내주기 전에 치료고 뭐고 때려치우고 나온 건 내 삶의 행운이지만 애초에 당신한테 걸렸던 것 자체가 큰 불행이야. 당신이 치료라고 퍼부은 쓰레기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던 여성 양육자가 억지로 계속 보냈다는 건 더 큰 불운이고.
몇 년 동안 좁은 방에 못 들어갔어. 당신이 있던 상담실이 떠올라서. 심리치료하고 전혀 관련없는 청년정책 상담, 노동상담 같은 것들도 못 받았어. 상담은 어떻게 포장해도 철저한 갑을관계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끔찍하게 알아버려서. 정보가 필요해서 할 수 없이 청년정책 상담을 신청한 전날 공포로 밤을 꼴딱 샜어.
내가 당신한테 가서 따지는 대신 이걸 블로그에 쓰는 이유는 당신에게 내 속내를 더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내가 가장 비참하고 약한 모습이었을 때 내 절박함을 유린한 당신에게는 더이상 어떤 것도 내주고 싶지 않아. 의지할 곳이 없어서 나를 함부로 대하고 휘두르는 사람한테 가서 속내를 다 드러내고 애걸복걸하게 되는 일, 당신도 꼭 당해보길 바라.
제발 엿이나 처먹어. 당신한테는 이런 말도 아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