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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t

길을 가다가 발길에 돌이 밟힌다. 그냥 지나치면 되는 것을 괜히 걷어차 버린다.

"휙"

영문 모를 돌은 날아가 사정없이 담벼락에 부딪힌다.

본래 끝이 뾰족했더랬는데 장벽에 세게 충돌해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다.

그것이 금이나 은같은 귀금속이어도 그렇게 사정없이 걷어찼을까?

알지 못하는 경우를 빼고는 누구도 그렇게 돌처럼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금 1g을 생산하는 데에는 밀도에 따라 1t도 좋고 2t도 무방한 쓸모없는 돌덩이를 덜어내야 한다. 그러니 어디 함부로 굴러다니는 돌덩이를 이에 다 비교할까?

하지만 그들은 우리 보잘것 없는 돌덩이에 의존해야 한다. 금이 나오는 곳이면 금광, 다이아몬드가 나오면 다이아몬드광이지만, 사람들에게 대접받는 것은 그 조그맣게 다른 색을 내는 광물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겨우 이 변종을 감싸 안고 있다가 마구 으깨어져 버려지는 신세이다.

"쓸모없는 돌덩이..."

온갖 비아냥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나마 건축재료나 되기라도 하면 덜 괄시를 받겠지만...

사람들은, "석기시대가 왜 마감되었느냐고? 결코 돌이 부족해서가 아니다."라는 하찮은 평가까지 보낸다. 너무 흔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리라.

사람들은 풍요를 바라면서도, 정작 풍부한 것은 무시한다. 그냥 기본적인 것은 그냥의 당연함이다. 없으면 질식해 죽을 공기가 언제 우러러보는 시선을 받았던가? 우리 동료 중 시커멓게 생긴 돌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갑자기 사람들을 콜록거리게 한 즈음이나 비로소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물은 또 언제 귀하다고 여겼을까?

땅속을 가로질러 흐르는 좋은 피가 검은 피에 뒤덮였을 적에나 겨우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돌도 그런 저항을 시작해 볼 때이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많다. 심지어 우리를 내버려 두고라도 달이니 화성이니 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별로 유용한 광물을 찾아 나서니 말이다.

우리는 어쨌든 최선을 다하며 존재해 왔다. 인간이 단단한 구축물을 지으려면 반드시 우리를 찾았다.

아주 견고하든, 조금 무르든, 우리는 역사를 지켜오면서 서있다. 자랑스러운 이집트 피라미드며, 그리스. 로마의 건축물로부터 지금껏,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이 어디 있으랴?

그러면서도 우리는 부드러움 또한 잊지 않고 지내왔다.

우리는 강한 것에 깨지는 것보다는, 흐르는 강물, 떨어지는 빗물, 곁을 스치는 바람 같은 말랑한 것들에 씻겨 내렸다. 하지만 이 모든 화해와 조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시선을 받고 있다.

"돌대가리"

"돌멍청이"...


높은 산에 굳건히 버티고 있는 바위를 본 적이 있는가?

또는 벼랑 끝에서 무너져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돌덩이는?

온갖 기하학적 계산을 동원해도 이런 균형을 이뤄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이 돌대가리 에서 나온 결과라면 어쩔 것인가?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라고?

꽤나 대접받는 광물에 현혹되지 말고, 별 가치 없는 돌멩이처럼 보아 욕심을 절제하라는 말일 것이다.

'믿었던 돌에 발부리 차였다'

믿었던 일이나 사람이 어긋나거나 배신해 오히려 해를 입는 경우이다.

우리 돌은 이처럼 무가치하거나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동원된다. 물론 '강물이 흘러도 돌은 구르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를 좋게 인용하는 겅우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무수하게 깎이고 잘려나가야 한다.


자, 이 모든 설움과 오해는 그 잘난 물컹하기 짝이 없는 금, 은, 동 따위들의 과시욕이나 효용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마음을 가까이 에서 얻지 못하니 여기저기에서 걷어 차인다. 그러나 명심하라. 모든 인류문명은 우리 돌에서 시작되었고, 그 세월의 흔적은 고스란히 우리 얼굴에 새겨져 있다.

많은 경우 인간의 마음을 얻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변하지 않는 마음은 우리 몸에 새긴다. 심지어 변덕스러운 인간의 마음을 온몸으로 받아내기도 한다.

그러니 화가 풀릴 것 같으면 우리를 힘껏 집어던져도, 걷어차도 좋다.

또는 '다이아몬드는 사랑과 헌신을 상징한다'는 것처럼, 우리에겐 그런 속성이 없는 것처럼 비교하는 일은 삼가주길 바란다. 오히려 우리가 다이아몬드를 감싸고 갖은 보호자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 태초에서 지금껏 어디에 박혀 있다가 지금 2025년의 싱크홀난 도로 수직면에서 드러난 암석층.

그것이 다이아몬드 목걸이 한 어느 여인이 추락할 때 빚어진 웅성거림인 것을.

여전히 눈길은 실종된 여인과 목걸이에 꽂혀 있지만, 가만히 버티며 더 이상의 무너짐을 차단하는 것.

그러니 연탄재 함부로 걷어차지 않듯, 돌도 맘대로 걷어차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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