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ta(after, 넘어서, 함께, 접하여,
스스로)
* sequoia(북미 인디언 체로아키족
문자 창시자)
* metasequoia 살아있는 화석
'metasequoia!'
현재를 뛰어넘는 몇 천만년 전 생물이 내 앞에 우뚝 서 있다. 수천만 년을 견뎌 살아있는 화석쯤 되는 그 웅대함도, 간 밤에 내린 비에 시달려 눈물 같은 방울들을 떨어뜨렸다. 수천만 년을 횡단해
묵묵히 자신을 지켜 온 이 나무는 무얼 보고 어떤 걸 들으며 살아온 것일까?
아니 그저 나무라 부르기에는 그 세월이 가히 초월적이다. 길을 가다가 문득 내 어깨를 치는 무엇인가를 느끼고는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진 줄로만 알았더니, 그 나무의 방울이 내게로 떨어진 것이었다. 우연히 나를 불러 세운 이 방울은 갑자기 나에게 수천만 년 전의 세계에서 내 앞에 서 있음을 말하는 듯했다.
만일 그가 내 어깨를 툭 건드리지 않았으면 나는 그저 평소처럼 무심히 지나쳤으리라.
인연을 맺는다는 것이 억겁을 반복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도 현실에서 이 나뭇잎과 방울은 환경 미화원들에겐 성가신 존재다. 수천만 년 전에 살던 땅으로 자신을 되돌려 달라는 항의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일까?
한여름 뜨거운 거리를 제 몸 한껏 벌려 그늘이 되어 주다가, 비 내리는 날이면 그리도 애달프게 제 팔을 털어낸다.
수천만 년의 나이를 넘어, 길어봐야 고작 백 년을 사는 인간에게는, 암석이나 굳은 진흙에 투영한 모습으로 대면할 뿐인 데,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자 우리 앞에 섰을까?
아니 그 훨씬 전에는 언어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 있어 인간과 소통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의 단절을 겪어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일까?
비 내린 다음, 여전히 바람은 불어대는 날, 수천만 년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몇 개의 동심원으로만 제 연륜을 표현할 뿐이다. 문득 그를 올려다보게 된다.
키가 커서 올려보기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