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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쥐!

by justit

집사람과 식재료를 구입하느라 인근 마트엘 갔다. 전시대에선 오늘 판매하는 과일이랑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불현듯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나를 향해 힘껏 하소연 하는 듯한, 포장 용기에 들어앉은 방울토마토 였다.
'k tomato?'
'탈출?' '차별화?' 'k tomato'라고 하면 갑자기 일반명사가 고유명사로 바뀌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갑자기 우뚝 솟으려는 몸짓이거니와, 모든 소속 제품을 편입해 대표하고자 하는 강제 혹은 배타적 우월성 과시인 것인가?

토마토는 조선 광해군 때 일본을 통해 도입되었다는 견해와 18세기에 중국을 건너 유입되었다는 설이 엇갈린다.
암튼, 토마토가 구경하기 힘든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이때에는 토마토 자체가 과일이나 채소 무더기 중에서 대표 명사처럼 작동했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역사적 위상(?)과는 별개로, 토마토는 정체성 문제를 겪는 식물이다.
음식 재료로 직접 투입되면 채소, 디저트로 활용되면 과일이라는 것인 데, 학문적으로는 식물학에서는 과일로, 원예학에서는 채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는 채소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관례로 이용해, 이미 1893년에 그를 채소로 분류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디저트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그 성격이 모호하며,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과채류로 분류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맞춤법으로는 앞으로 읽어도 '토마토', 거꾸로 읊조려도'토마토'인 이 식물은, 모든 방향에서 제 자신을 확연히 구축하고 있음에도, 아이로니컬 한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이 토마토가 손에 넣기 어렵게 출하되었을 땐, 과일이든 채소이든 소속을 뛰어넘어 고유명사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런데 토마토가 제법 쉽게 손에 들어올 수 있었을 땐 일반 명사화된 것이다. 그래서, 각종 식물이나 토마토 자체 속에 끼어 그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채 한구석에 진열된 것이다.
여기에 마치 토마토 내의 고유명사를 지향하듯, 'k-tomato'라는 상표명이 눈에 띄는 것이었다.
그 메시지야, '우리 땅에서 키운 품질 좋은, 믿고 먹을 수 있는 고유 명사화된 과채류' 정도의 자기 어필일 것이다.
출처가 어디든, 어디로부터 흘러 들어왔든, 과일인지 채소인지에 대한 논란은 무화 시키고 자신은 자신임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엄마, 나 토마토이지?"
"당근이지!"
"난 토마토가 아니라 당근이었어!" 하고는 자기 부모를 찾아 나선다는 이전 광고 장면이 문득 생각난다.

이런 토마토는, 자기가 어디에 소속되는지를 가름하지는 못한 채, 그 속에서의 고유명사를 치켜들고 내세우는 것이다.

'짭xx이 토마토', 'kxxx'등

바로 세워도, 뒤집어도 같은 이름은, 왜 과채류 논란 속에 휘말려 자기 고유성을 목이 쉬도록 외쳐대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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