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언어
언어 덕분에 나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고,
언어 때문에 여전히 소수로서 삶을 살아가며 불안에 떠는 날들도 있지만
돌아보면 언어는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자신의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말투, 가치관, 좋아하는 단어 같은 것들이
말하는 사람과 꼭 닮은 사랑의 언어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수많은 언어들 중에서
비슷한 온도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을 충만하게 한다.
한국어가 더 편했을 적에는 한국인들과의 대화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같은 한국어라고 사랑의 언어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 때에는 나의 사랑의 온도가 상대보다 너무나 뜨거워 상대가 데이기도 했고,
어느 때에는 나의 사랑의 온도가 상대보다 너무나 차가워 상대가 떠나가기도 했다.
어쩌면 같은 사랑을 해도 서로가 느끼는 온도가 다르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때는 평생 비슷한 온도의 사람을 만나지 못할까 조바심이 났다.
시간이 흘러 그런 걱정이 내 삶에서 밀려났을 때,
눈만 마주쳐도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 덕에 넘치도록 비슷한 온도의 사랑을 받았고,
나에게서 나올 수 없을 것만 같던 끝없는 사랑을 줄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었다.
엑센트가 가득 섞인 말투로
영어 사전에는 없을 법한 말과 표현을 만들어 쓰고는 했다. 서툰 영어지만 비슷한 사랑의 온도로 덮힌 우리의 언어 덕에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나의 부족한 언어 때문에 눈치를 보던 순간들과,
서로 다른 사랑의 언어 때문에 인연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멀어진 순간들은
늘 아팠다.
그 시간들은 나의 사랑의 언어가 혹시나 틀리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언어로 눈치를 보지 않으며,
나와 비슷한 온도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간다.
서툰 언어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걸 이제 안다.
그 따스한 마음들이 모여, 떠돌던 민달팽이인 나에게 머물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어쩌면 언어는, 정말로 아주 작은 것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