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낯설어진 한국

2. 보금자리

by 민달팽이

인천 공항 게이트를 들어서는 순간,

한국만의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살짝 텁텁한 공기,

웅성거리는 한국말소리,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IMG_0342.JPG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때 즈음이었나,

그 분위기가 벅차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빠른 세상에서 혼자 반박자가 느린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독서실에서 머물던 12학년 여름 방학


방학은 늘 학원과 공부로 가득했다.

쉼은 없었고, 매일이 숨 찬 마라톤 같았다.


이상하게도, 한국은 힘들다고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곳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 그렇게 벅찬 하루를 사는 듯했다.


힘들다 하면 그들이 “다 그렇게 살아”라 할 것 같아 그 말은 삼키기로 했다.

참으로 외로운 곳이다,

늘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숨 가쁜 하루는 결국 익숙해진다.
그러나 낯섦은 엉뚱한 자리에서 나를 잊지 않고 늘 찾아온다.


친구와 카페를 갔을 때였다.

워낙 메뉴를 고르지 못하는 나이기에 주문하러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메뉴를 추천해 달라 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했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직원분을 보고

내가 뭔가 잘못했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자리에 돌아오자 친구가

“한국인은 안 그래”

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래?”라며 애써 무던히 넘기려 했지만

나는 열심히 숨기고 있던 나의 모습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늘 그런 작은 순간에 나는 무너진다.
앞사람이 문을 잡아줄 거라 믿고 걷다,
내 코앞에서 문이 닫힐 때.
가볍게 말을 걸었다가, 당황한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미안해질 때.
그럴 때마다, 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섞이지 못한 나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와르르 무너진다.


나는 여전히 한국을 고향이라 부르지만,

그 고향은 돌아올 때마다 한 발짝 더 멀어졌다.

나의 집이었던 곳은 점점 낯설어지고,

나는 그 안에서 이방인으로 남는다.

그 기분은 언제쯤 익숙해질까.

오늘도 그 생각에 씁쓸한 웃음을 흘린다.


keyword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