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래된만년필 2시간전

영감이 되는 여행자 그리고 한국이 싫어서

터키-발칸반도 여행기(13)


니슈에서 베오그라드로 떠나는 길 아침은 핀란드에서 온 스물세살 친구와 함께했다. 그는 어제밤 본인 여행스타일을 이야기해 내 머리속을 온통 부러움으로 가득 채워버렸었다. 뜬금없이 이슈에는 무얼 타고 왔냐고 묻더니 본인은 화물기차를 몰래 히치하이킹해서 다니는 여행을 한다고 했다. 무슨말인지 도통 이해를 못하는 나를 보고는 영상을 하나 보여줬는데, 보자마자 충격을 받고는 그의 얼굴이 다르게 보였다.

내가 타는 이 기차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수 없다는 불확실성에, 몰래 하는것이라는 일탈감 그리고 다른 어떤 여행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기차 히치하이킹 여행에 담겨있었다. 이런 여행스타일이 있음에 충격받았고 그걸 실행할 수 있는 그의 강인한 멘탈에 또 감동받았다. 후에 인스타그램을 교환해서 그의 사진을 보니 상남자의 향기가 진하게 나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지만 당시엔 그저 부러웠다.


아침에 짐싸는 나를보며 어디까지 가냐기에 난 버스터미널까지 간다고했고 본인도 기차 기지까지 가야한다기에 20분정도 동행했다.  어제밤 니가 사진을 보여주고 난 진정으로 부러운마음이 생겼고, 너를 따라 나도 이걸 해보고싶다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들고있는 20Kg짜리 백팩을 매면 본인도 기차에 못뛰어들거같다고 답변했다. 그렇긴 하다. 이걸 매고는 기차에 올라타거나 뛰어내리는건 많이 무리다. 머리를 크게 한대 맞은 느낌으로 진정으로 당신을 응원한다는 이야기를 건내고 버스터미널에서 친구와 헤어졌다. 베오그라드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나의 편안함이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그와의 대화에서 부러웠던건 이것 뿐이 아니다. 많은 여행자들과의 대화가 그랬듯 어디서 출발해 어디까지 가는지 혹은 언제까지 여행하는지를 물어봤는데, 나름 자랑하는 마음을 담아 터키부터 발칸반도를 쭉 돌아볼 예정이며 언제까지 다닐지는 모른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그는 본인은 기차가 향하는데로 갈것이며 집에는 두세달정도 있다 돌아오겠다는 말 정도만 했다고 했다. 진정 부러웠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그 나이때 마땅히 해야할 일들을 담은 짐을 지고 삶을 살아간다. 수능, 입대, 취업, 결혼, 육아 등 그 나이때 해야할 일들이 계속 이어진다. 그 여정에서 살짝 미끄러지거나 미치지 못하고 표류하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은 차갑다. 스무살이 되어 핀란드 군인으로 복무하고 지금은 어느 유튜브 영상에서 본 기차 히치하이킹 여행을 하는 그의 삶은 그래도 된다는걸 모르는 20대때 나와 비교 했을때 많이 달랐다. 그때 왜 나는 그런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도 있지만 눈가리개를 씌운 경주마의 삶을 살아온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 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계남이 한국에서의 삶이 싫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꽤나 큰 비중으로 표현된다. 홍대를 졸업해 취업도 성공하고 괜찮은 남자친구도 있지만 그는 스스로를 대한민국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설명한다. 우리내 삶이 그렇다. 아무리 발버둥치고 올라가도 그 위에는 누군가 있고 그들과 삶을 비교하자면 패배감 절망감의 연속이다. 그걸 피해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로 떠난 삶은 계나의 해방된 삶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한국식 계측 기준을 가진 사람이 보자면 일시적인 일탈로 보인다. 삶에 정답이 없다고 가르치지만 우린 모두 다 안다. 한국식 삶에 정답은 있는것을.


핀란드 친구의 삶이 나에게 던진 울림은 여러 갈래로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후의 여행일정에도 그리고 내가 하고싶은것들을 다시 일깨우늗데도. 그의 여행이 안전하고 재미로 가득차길 바라며 내 삶도 하고싶은 것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래본다.


작가의 이전글 영감이 되는 사람들, 세르비아 니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