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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만년필 Sep 30. 2024

동양인의 디딤돌같은 도시, 뒤셀도르프

터키-발칸반도 그리고 독일 여행기(15)

북쪽 유럽 국가들 중 독일 뒤셀도르프를 고른건 항공권이 저렴해서다. 파묵칼레에서 만났던 개발자친구가 알려준 Skyscanner ‘아무데나‘ 검색법은 꽤나 유용해서 다음 여행지를 고르지 못할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새벽 베오그라드 시내에서 테슬라 국제공항까지는 운영하는 공항버스가 없어서 택시를 불러 이동하기로 했다. 동유럽권에선 Yandex라는 택시 서비스가 많이 사용되는데 보통 현지 전화번호를 필요로 해서 초기 활성화가 불편한데 세팅만 해두면 Uber와 별 차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전날 밤 미리 세팅해두고 짐도 대강 싸둔 뒤 새벽을 맞이했다.


보통 테슬라 하면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미국의 전기자동차 브랜드를 생각할테고 공대를 나온 친구라면 단위 T(테슬라)를 떠올릴텐데 실제 인물 니콜라이 테슬라는 세르비아사람인걸 이번에 알게 됐다.

(테슬라 지폐, 테슬라 공항 사진)

인류의 역사를 진보시킨 위인들중 한명인 줄은 알았지만 모국에서 이정도로 큰 위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지금은 미국이 그 이미지를 가지고 갔으니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매우 쾌적했던 테슬라 국제공항에서 Air Serbia 항공기를 타고 독일 뒤셀도르프까지는 두어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는길에 항공기에서 봤던 세르비아항공 승무원은 내가 봤던 승무원들 중 키가 제일 컸다. 왜 세르비아가 배구 당국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독일에 도착하니 고작 1년정도 체류했음에도 분위기와 여기저기 써있는 독일어 글귀들이 익숙하고 반가웠다. 짧게 아는 독일어 지하철 안내방송이 고향도 아닌데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줬다. 독일의 자랑 49유로 도이칠란드 티켓을 앱으로구매하고 미리 예약해둔 Moxy Düsseldorf 호텔로 S반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름 아침 시간인데도 메리어트 멤버십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꽤나 친절하게 안내를해줬고 얼리 체크인 서비스를 받았다. 그다지 많이 걸은건 아니지만 비행기타고 장거리를 이동한게 꽤나 피곤해서 호텔에서 좀 쉬었다.


독일에서 근무할때 많은 친구들이 ”나 뒤셀에 있을때는 말야“, ”뒤셀시절에“ 등등 뒤셀도르플 이야기를 많이 했던것들이 기억났다. 잘은 모르지만 독일로 유학을 오는 친구들이 이 지역에서 6개월-1년가량 어학공부를 하고 입학준비를 하는것으로 알고있다. 그래서인지 여행내내 거의 만난 적 없는 나같은 동양인들이 흔히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한식당, 중식당, 일식당은 물론 한인/일본인/중국인 마트도 크게 있었고 한인마트에 마법처럼 이끌려 들어가 라면과 삼각김밥을 사왔다. 한국에 있을땐 잘 관심가지 않는 삼각김밥이지만 해외에서는 맛도 훨씬 덜한데도 자꾸 손이 가는 음식이다. 호텔방에서 사온 음식들을 먹으면서 발칸반도에서 한참 입었던 반바지를 집어넣고 긴 청바지와 트레이닝복을 꺼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민소매옷을 입어야 겨우 살만했는데 여기서는 짧은바지로는 생활이 힘들겠다 싶을정도로 날씨가 선선했다. 그리고 그게 너무 좋았다. 여행은 꼭 날씨 좋을때, 봄/가을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동안 밀린 빨래를 하기 위해 독일 코인빨래방 Waschesalon에 가서 돌려두고 중앙 광장에 가봤다. 선선한 날씨와 잘어울리게도 알 수 없는 퍼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독일이나 영국에서 날씨좋을때 행진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멀리서 보면 멋진 말을 타고 늠름하게 걷는 모습에 박수가 나오지만, 가까이서 보면 말들이 걷다가 푸짐하게 배출하는 대변들로 그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다. 한참을 지켜봤는데 이걸 치우는 골프카트정도 크기의 청소차가 제일 뒤에서 따라다니는 모습이 꽤나 재미있었다.


개인정비를 하고 오랜만에 독일에 온 만큼 학세(독일식 족발)를 먹고싶어서 친구에게 물어 음식 잘한다는 양조장에 다녀왔다. 단주중이라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학세는 역시 양조장에서 먹는게 으뜸인것 같았다

배를 두들기며 거리 산책을 하다보니 강변에 유로2024 거리 관람소가 보였다. 결승전인 일요일을 앞두고 토요일인 오늘은 디제잉 파티를 하고 있었다. 들어가서 잠깐 흔들어봤지만 그다지 흥이 나지 않아 금방 나와 시원한 독일 날씨를 즐기며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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