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래된만년필 Oct 01. 2024

축구도시 도르트문트와 유로2024 결승

터키-발칸반도 여행기(16)


독일에서 일할때 기차로 오스트리아에 다녀온 일이 있는데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한손에는 맥주를 한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얼굴은 빨개져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노란옷의 남자 패거리들을 봤었다. 그들은 올라가는 기차안에서 한참을 도르트문트 응원가를 부르더니 내릴때가 되서는 기차 여기저기에 노란색 스티커를 붙이고 갔다.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과 도시겠거니 하면서 잠깐 찾아봤는데 축구스타 손흥민선수와도 연이 있는 재미난 곳이었다. 유로2024 결승을 어디서 볼지 고민하다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고, 저렴한 호텔이 있으며, 축구에 진심인 도르트문트를 선택했다.


동양인들이 많아 익숙하고 친근했던 뒤셀도르프에서 도르트문트까지는 한시간정도 거리다. 오후 두시까지 Late Checkout서비스를 해준 Moxy호텔 덕분에 편안히 쉬다가 Düsseldorf Hauptbahnhof에서 기차를 탔다. 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호텔이 위치해 있었고, 체크인하면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장소를 물어봤다. 독일이 탈락하기 전인 지난주 까지는 메인 축구 경기장에서 다같이 관람할 수 있게 했는데, 독일이 없는 결승전은 흥미가 많이 떨어져 메인 경기장에서는 Public view 행사를 하지 않고, 도시 중앙 광장에서만 진행한다고 했다. 본인들 나라 본인들 팀이 아닌 경기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오직 노란색 도르트문트 유니폼에만 반응하는 이 도시 사람들의 특징이려니 하며 구글맵 핀을 받아 저장했다.

독일의 일요일은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는다. 대비 없이 맞이한 일요일에 관광객들이 많이 당황할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케밥, 쌀국수를 기억하면 된다. 장사에 진심인 터키와 중국 사람들은 일요일에도 가게를 열기 때문이다. 추가로 정말 급할 때라면 역 근처의 REWE to-go 매장을 찾으면 상품이 많지는 않지만 생필품 정도는 구매할 수 있다. 나는 케밥집을 찾아 치킨 Dürum을 하나 사먹었다. 분명 케밥은 터키음식인데 독일케밥이 더 맛있다. 이런 현상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니고 인터넷 밈 중에 독일 케밥은 독일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케밥을 먹고 유로2024 결승전 한시간 전 쯤 맞춰 레베투고에서 Lebienz과자와 제로콜라정도 구매해서 Public viewing 장소로 이동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퍼블릭관람 장소에서는 물 포함 어떤 음식물도 반입이 금지된다는 점이다. 사실 뒤셀도르프에서 입장할때 검문을 실시하는 것을 봤는데 나는 이게 무기등 테러위협때문에 실시하는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래서 가져간 제로콜라와 과자는 앞에서 몇점 집어먹고 쓰레기통에 버리고 들어왔다.

엄청 뜨거운 열기는 아니었지만 4면으로 구성된 관람장소는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우리나라 길거리 응원을 생각하면 당연히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관람할 것 같지만, 여기는 모두가 서서 축구를 본다. 공간 뒤쪽에서 판매하는 맥주와 감자튀김을 사와 먹으면서, 심지어는 담배도 편하게 피면서 축구를 보는 모습이 우리 풍경과 달라서 신선했다. 경기는 스페인이 이겼는데 예전 위닝일레븐 축구게임을 하던 시절 알던 선수들은 당연히 없기때문에 경기자체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고 결과때문에 흥분하는 이곳 관객들을 보는게 재미있었다. 어딜가나 매너없는놈들은 있는데 여기도 영국이 질 것 같으니 스페인쪽으로 쓰레기를 던지는 파렴치한 인간이 있었다.


경기가 끝나니 꽤나 늦은시간이었고 기분좋게 숙소로 걸어 돌아갔다. 유로2024를 제대로 본 건 아니지만 개최국 거리에서 결승전을 봤다는 것에 만족하고 이제 내 여행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워 보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