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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Jul 30. 2024

갑자기 그녀가 노래방에 가자 하네

장범준_노래방에서

정생물의 노래방 사랑은 대학생 때 정점을 찍었는데 시무룩하게 수업을 들으러 간 날 칠판에 적혀있는 휴강 공지를 보면 오전 오후 할 것 없이 친구들과 학교 앞 노래방에 갔다. 우리 과에 휴강을 진짜 많이 한 교수님이 있었는데 휴강 공지를 볼 때마다 등록금 아깝게 자꾸 휴강하네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오전부터 노래방이나 PC방에 갈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내가 유일하게 했던 PC게임이 포트리스였고, 나는 당연히 PC방보다는 노래방을 좋아했지만 남자 동기들이 PC방 가면 쥐포를 사준다고 꼬셔서 몇 번 갔던 기억ㅋㅋㅋ 학교 밑으로 쭉 내려오면 있는, 지하가 아닌 2층에 있어서 좋아했던 텔레토비 노래방, 아직도 있을까?

노래방 관련 최고 기록은 일주일 내내 노래방에 다른 친구들과 갔던 기억인데 그때는 어려서 그런가 그렇게 노래방에 자주 가도 목이 멀쩡 했고, 술 마시고 노래방 가면 고음이 더 잘 되는 바람에 소찬휘 Tears를 부르곤 했다ㅋㅋㅋ 교사를 하고 나서 목을 많이 쓰면서 뭔가 목소리도 바뀌고, 이제는 고음 불가 상태 ㅠㅠ 신규 때만 해도 아이유의 좋은 날 3단 고음이 가능했는데 말이지. 3단 고음 가능했던 예쁜 목소리의 정생물은 어디로 간 건가요?

그래도 코로나 이전 노래방 회식 문화가 있을 때만 해도 내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 선생님들께서 잘 부른다며 칭찬해 주셨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수학여행 가기 전에 동학년 선생님들과 노래방에 가서 "여행을 떠나요"를 같이 떼창 한 것. 그리고 그 당시 브리튼스 갓 탤런트라는 경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대중의 관심을 받은 수잔 보일이라는 가수가 있었는데 어떤 나이 많은 선생님께서 "샘이 우리 학교의 수잔 보일이네. 앞으로 정생물만 마이크 잡아.ㅋㅋㅋ" 하시며 내 노래 실력을 극찬해주시기도 했지.


https://www.youtube.com/watch?v=TL0dfzK3Aqs

수잔 보일 모르는 사람을 위한 참고 자료 ㅎㅎㅎ


암튼 이렇게 노래방 좋아하는 정생물은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목소리 좋은 남자에게 심쿵한다는 것.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김동률이니 뭐 말 다했지. 뭔가 별로였던 사람도 노래방에서 좋은 목소리로 노래까지 잘 부른다면 훈훈하게 보이는 후광 효과가 생겨서 어느샌가 흐뭇하게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사실 오늘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이제 장마는 끝난 건가 하고 내 노래방 애창곡 중 하나인 정인의 장마라는 노래를 골랐는데 글을 적다 보니 장마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나의 노래방 사랑에 대한 이야기 밖에 없어서 급 장범준의 노래방에서로 변경했다. 조카들이 방학해서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폭염을 피해 오늘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코인 노래방에 같이 가볼까? ㅋ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ZuXCLVCztE4

나는 사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연구했지

여러 가지 상황의 수를 계산해 봤지

그땐 내가 좀 못 생겨서 흑흑

니가 좋아하는 노랠 알아내는 것은 필수

가성이 많이 들어가서 마이크 조절이

굉장히 조심스러웠었지

그렇게 노래방으로 가서 그녀가 좋아하는 노랠 해

무심한 척 준비 안 한 척 노랠 불렀네 어어

그렇게 내가 노랠 부른 뒤 그녀의 반응을 상상하고

좀 더 잘 불러볼걸 노랠 흥얼거렸네

사랑 때문에 노랠 연습하는 건 자연의 이치

날으는 새들도 모두 사랑노래 부르는 게

뭔가 가능성만 열어 준다면

근데 그년 남자친구가 있었지 그것은 내 실수

그 후로 혼자 노래방에서 복잡한 맘을 달랬네

몇 달을 혼자 노래방에 갔는지

그렇게 노래방이 취미가 되고 그녀가 좋아하는 노랠 해

괜찮은 척 안 슬픈 척 노랠 불렀네 어어

그렇게 내가 노랠 부른 뒤 우연히 집에 가려 하는데

갑자기 그녀가 노래방에 가자 하네

그렇게 나는 그녀를 따라 걸어보지만

괜찮은 척 사실 난 너무 많이 떨려요

그녀 아무렇지 않아도 나는 아무렇지 않지 않아요

근데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는 자기도 지금 아무렇지 않지 않대요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네

그렇게 노래방을 나오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 뒤

무슨 일 인가 괜찮은 건가 멍해 버렸네 어어

핸드폰도 없는 늦은 새벽 집에서 계속 잠은 안 오고

그녀가 좋아하던 노랠 흥얼거렸네

그녀가 좋아하던 노랠 흥얼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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