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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Jun 08. 2024

학생들이 수능을 잘 치려면 2

수능 시험장 업무 이야기 2

1탄에서는 수능 전날까지의 업무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수능 시험 당일에 해야 하는 수능 시험장 업무 담당자의 역할에 대해 적어본다.


< 수능 시험 당일 >

1. 새벽에 출근하여 감독관 회의 마지막 준비, 시험지와 답안지 받기

감독관 선생님들은 7시 20분 정도까지 출근하시지만 수능 업무 본부 요원은 새벽 4-5시에는 출근하여 교감선생님께서 교육청에서 받아오는 문제지와 답안지, 박스 등을 챙기는 것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출근하자마자 김밥 등을 허겁지겁 먹고, 감독관 선생님들 오시기 전에 본부를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아침에 잠시 진행될 감독관 회의도 준비한다. 


2. 여러 학교에서 오시는 감독관 선생님들 휴대폰 수거 및 명찰드리기

감독관 선생님들께서 출근을 하시면 휴대폰을 수거하고 서명을 받고, 명찰을 나눠드린다. 뭔가 휴대폰을 가져오셨을 것 같은데 안 들고 왔다며 제출 안 하시는 분들이 있다. 차에 두고 와서 몰래 가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차에 두고 오는 것도 안 된다고 무조건 제출하라고 하면 또 소심한 교사들은 가지고 오기도 한다. ㅋㅋㅋ


3. 본부에서 수험표 및 신분증 안 들고 온 학생 응대

그렇게 수험표랑 신분증을 챙기라고 고3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만 꼭 안 챙겨 오는 아이들이 있다. 수험표를 가지고 오지 않은 학생에게는 가수험표를 발급해 주고, 신분증을 안 들고 온 학생은 그 학생 소속 학교에 전화를 걸어 사진이 나오는 생기부 제일 첫 장을 팩스로 받아 신분증 대신 휴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


4. 매시간 문제지 및 답안지, 응시원서, 물품, 응시자 현황표 등등 세팅하기

매시간 문제지 및 답안지, 응시원서, 감독에 필요한 물품 꾸러미, 응시자 현황표 등을 배부처에 세팅을 하면 제1감독관이 인수인계서에 사인을 하고 두 분의 선생님께서 세트(탐구 시간은 3명이 세트)로 감독을 하러 가신다. 시험이 끝나게 되면 가져갔던 모든 것들을 접수처에 제출하면 그걸 또 챙겨야 하고, 그다음 시험이 오기 전에 배부처에 또 재빨리 세팅을 마쳐야 한다.


5. 매시간 교육청으로 현황 보고하기

매 시간 결시자 현황표가 본부로 내려오면 서식에 맞게 작성하여 우리 고사장에 결시자가 몇 명이고, 응시자가 몇 명인지 교육청으로 보고를 한다. 너무 바빠서 현황 보고를 까먹으면 교육청에서 전화가 와서 확인하기도 한다.


6. 매시간 등장하는 시험 포기자 학생 응대

이미 최저와 상관없는 수시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이 그냥 한 번 수능 경험하러 왔다가 1교시가 끝나면 우르르 포기하러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를 필수로 응시해야 한다고 말하면 합격해서 필요 없다면서 쿨하게 집에 가게 해 달라는 학생들. 그러면 왜 시험 치러 왔냐고? 수능 안 치면 응시료 돌려받을 수 있는데... 거의 매 교시가 지날 때마다 포기 학생들이 본부로 내려오는데, 가장 포기자가 많은 영역은 제2외국어 영역으로 제2외국어를 응시한다고 체크하면 좋은 곳의 학교로 배정받는다는 이상한 소문을 믿는 아이들이 제2외국어 시험을 칠 생각도 없으면서 응시하겠다고 신청해서 수능 당일 탐구 영역 시험이 끝나면 줄줄이 포기하러 내려온다. 


7. 1교시 종료 후부터 이어지는 답안지 검수 선생님들이 찾아낸 것 피드백하기

수능 시험장에는 아이들 답안지에 인적 사항 등이 제대로 기록되었는지 감독관 도장은 잘 찍혀있는지 등등을 확인하는 검수요원이 보통 3~4명 있다. 이 분들의 본격적인 업무는 1교시 종료 후부터 시작되는데 필적 확인란등이 빈칸이면 해당 학생을 쉬는 시간에 불러 작성하라고 해야 하며 감독관 날인이 빠져있으면 해당 감독관을 찾아서 또 도장을 받아야 한다. 검수 요원이 왔다 갔다 할 수 없으므로 검수 요원이 해준 피드백을 받아서 처리하는 본부 요원이 또 따로 존재한다.


8. 영어 듣기 시간 조마조마하기

대한민국 수능 영어 듣기 시간에는 비행기도 이착륙이 금지되어 있다. 그만큼 모든 사람이 긴장하는 시간이 3교시 영어 영억 제일 처음에 시작되는 영어 듣기. CD에 문제가 없는 걸 확인했지만 그래도 또 제대로 방송이 안 나가는 건 아닌지... 영어 듣기 마지막 문제까지 아무 일 없이 진행되는 걸 조마조마하면서 지켜본다.


9. 탐구 시간 부정 학생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 

탐구 시간에는 자신이 선택한 과목 중에 아무 과목이나 먼저 응시하면 안 되고, 순서에 따라 제1선택과목부터 응시해야 한다. 인문계 아이들은 주로 학교에서 교육이 잘 되어 있어서 실수하지 않지만 수능은 아이들이 아주 긴장한 상태이므로 또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고, 실업계 아이들이 응시하는 직업 탐구 영역이 있는데 대부분의 실업계에서는 학력평가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제1선택과목부터 응시해야 한다는 걸 잘 모르거나 문제지 보관용 봉투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10. 감독관 선생님들께 수당 나눠드리고 서명받기

모든 시험이 끝나고 마지막 교시 검수가 이루어지면 학생들을 고사장 밖으로 내보내고, 감독관 선생님들께 수당이 들어있는 봉투를 나눠드린다. 낭만이 있던 시절엔 이 날 받은 현금으로 회식을 하러 갔었는데 요즘에는 감독으로 인해 다들 피곤하니 집으로 가는 분위기다.


11. 교육청에 답안지 제출 잘되었는지 확인하기

마지막 교시 검수가 완료되면 답안지를 포장하여 한 박스에 담은 다음 교감선생님께서 교육청에 제출하러 가신다. 제출이 아무런 문제 없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날의 수능 업무는 끝난다고 볼 수 있다. 그 소식을 듣기 전까지 본부로 사용되었던 교무실을 정리하게 되는데 그다음 날부터 바로 수업과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코로나 이전에 수능 시험장 업무를 했지만 코로나 시절에는 더 과중한 업무가 추가되었다. 방역 물품 구입, 체온 체크부터, 가림막 설치, 교실 환기, 점심 먹을 때 칸막이 제공 등등 


교무기획 1 업무를 해본 친한 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교직 생애 한 번은 교무기획 1을 해야 하는 걸 규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ㅋㅋㅋ 나만 당할 수 없다는 마인드가 아니라 교무기획 업무를 해보면 수능 시험장을 준비하는 그 힘든 시기에 쓸데없는 말은 안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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