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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Jun 15. 2024

저 이제 경력교사입니다만

오만했던 정생물 이야기

신규발령을 받고, 첫 번째 학교에서 가장 짜증 났던 것 중에 하나가 내가 근무한 전임교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회의를 하거나 그냥 이야기를 할 때 선생님들이 전에 근무한 학교는 이랬다 저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나는 그 전임교가 없는 신규 발령받은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한 학교에 4년 근무해야 하니 5년 차 때 학교를 옮겨야 나는 전임교가 생기는 것이었다.


5년 차, 나는 이제 경력교사라는 마인드로 남고로 가게 되었는데 그때 내가 28세였는데 그 학교 화장실에서 만난 교무기획 선생님께서 나를 보자마자 "샘이 정은경샘이야? 샘이 우리 학교에서 제일 어려."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속으로 '이런 나는 경력교사 느낌으로 왔는데 제일 어리다고? ㅠㅠ 저 이야기 왜 나한테 하는 거야? 어쩌라고? ㅋㅋㅋ' 생각했다. 교무기획 선생님은 교원 실태 조사를 담당하기 때문에 그 학교 교사의 나이를 다 알 수 있는데 이렇게 자기가 알게 된 개인 정보를 소중하게 다뤄야지 나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다니...


암튼 나의 첫 학교 4년 간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정생물의 모습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갔기 때문에 그 해 근무하게 된 2학년 실에서 나는 경력 교사로서 아주 잘난 척을 많이 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친한 선생님께서 해보라고 주신 설문에서 나의 최상위 강점은 유쾌함이었고, 최하위 강점은 겸손이었으니 혈기왕성한 5년 차 정생물이 오만했을 거라는 건 뭐 안 봐도 뻔하지.


그리고 그 학교에서는 2학년 기획, 교무기획 2년 - 그 당시 분위기로 어린 교사가 하기 힘든 학년 기획과 수능 시험장 학교였는데 교무기획을 2년간 하면서 이제 내가 못할 업무는 없겠구나 싶었으니까 얼마나 학교 생활을 하면서 아는 척을 많이 했을까? 내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지만 나의 그런 겸손하지 못한 태도와 모습은 그 당시 동료 교사의 기억에 남아 있겠지 ㅋㅋㅋ


나는 지금도 참 교사 코스프레를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이때도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이들 생기부 기록 관련 문제였던 것 같은데 5년 차인가 6년 차일 때 뭔가 이상해서 교무부에 가서 문의를 했고, 교무부장과 담당 교사는 큰 문제도 아니니 나만 입을 닫고 있으면 모든 담임이 편하다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댔다. 분노한 나는 원칙대로 해야지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고, 나의 태도에 분노한 교무부장은 나에게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말하라는 꼰대 같은 이야기를 했다. 겨울이라 추워서 코트 안에 손을 넣고 내가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손 빼고 계속 따졌던 기억이 ㅋㅋㅋ


나는 이번에 수술을 하면서도 느꼈고, 평소 치과 진료를 받으면서도 느낀 것이 있는데 신체적 고통을 잘 참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나의 뇌구조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학교에서 벌어지면 참을 수가 없다. 남의 자식 챙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 교사라고 생각하는데, 자기 자식은 사립학교에 보내고 자기가 데리고 있는 공립학교 아이들의 인생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선생님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자기 자식 챙긴다고 육아 시간 쓰는 것은 좋으나 그럴수록 학교 일도 똑바로 하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선생님들도 보면 짜증이 난다. 공립학교는 관례대로 뭔가 처리하는 게 많아서 내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 의견이 좋지 않고, 합리적인 걸 인정할 수 없어서 반영해주지 않는다면 괜찮은데 내 의견처럼 하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새로운 걸 선생님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우려해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그런 학교의 분위기가 너무 싫다. 나도 더 늙으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싫어했던 저런 선배 교사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항상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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