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공원 이야기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용두산공원 꽃시계 앞에서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남포동 갈 일이 있으면 나는 종종 용두산 공원을 한 바퀴 돌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초록을 느끼기 좋은 공원이니까.
용두산공원 공영 주차장에서 주차 잘한다고 칭찬 들은 썰을 푼 '부산에서 아가씨가 주차 제일 잘해' 글은 제목을 뭔가 자극적으로 주차 꿀팁을 알려줄 것 같이 잘 지어서 그런가 다음 메인에 올라가는 바람에 현재 조회수 3만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도 불특정 다수에게 받은 과분한 사랑이라 생각하고, 과분한 사랑 브런치북에 올려야겠다. ㅋㅋㅋ 어제 브런치에서 소통하는 작가님과 이야기하다가 용두산공원에 너무 가고 싶어졌다. 어제 오전에 퇴원했으니 어제 하루는 좀 나가지 말고 쉬어야지 했지만 어쩌겠는가? 떠돌이 정생물 이야기를 읽은 분들은 알겠지만 돌아다니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정생물은 퇴원한 기념으로 늦은 오후 용두산공원에 갔다.
용두산공원 공영 주차장은 이재모 피자, 스톤 스트릿 등등 남포동 맛집에 갈 때 애용하는 주차장인데 어제는 목적지 자체가 용두산공원이었으니 주차를 하러 들어갔고, 여기에는 내 주차 실력을 보고 있는 아저씨가 있을지도 모르니 한 방에 깔끔하게 주차를 완료했다. ㅋㅋㅋㅋㅋ
일단 용두산 공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은행나무 먼저 만나기. 저 은행나무 밑 그네 의자는 경쟁이 치열해서 한 번 앉아서 쉬려면 눈치 싸움을 잘해야 한다.
탑 위에 올라갈까 말까 하면서 탑 근처로 가봤는데 용두다방, 용두점빵도 있었다. 그리고 데이식스의 노래들이 피아노 버전으로 계속 흘러나오는데 감동 ㅠㅠ 온 우주가 응원하는 정생물이라 그런가 퇴원 기념으로 용두산공원에 왔는데 정생물이 요즘 빠져 있는 데이식스 노래를 계속 틀어주다니ㅋㅋㅋ
용두점빵에 들어가 보니 각종 굿즈를 팔고 있었는데 물욕 가득한 정생물은 또 소비를 할 뻔했지만 잘 참아내고 엽서 사진만 찍고 나왔다는 ㅋㅋㅋ
한 15년 전이었다. 그때 우리 아빠는 건강했고, 언니는 결혼하기 전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남포동에 있는 BNK부산은행조은극장에서 하는 '염쟁이 유씨'라는 연극을 보고, 용두산 공원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남포동 족발 골목에 있는 한양족발에 가서 족발과 함께 소주도 한 잔씩 했던 행복한 추억. 7년 전 아빠 사고 이후 용두산 공원에 가게 되면 그때 그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지 뭔가 울컥하기도 하고, 용두산 공원에 가는 초입부터 시작되는 초록초록 나무들을 보며 힐링하기도 한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곳을 거치는 다른 코스를 택했다. 한 5~6마리의 고양이를 만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 사진을 찍느라 집중하는 모습들. 요즘 주변에 보면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진짜 많은 것 같은데 나는 지켜보는 건 좋아하지만 개나 고양이가 나에게 다가오면 무서워한다. 그래서 나는 외로워도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고, 초록초록에 진심이니 반려식물을 키워야겠다. 문제는 생명과학 교사지만 식물을 잘 못 키운다는 것 ㅋㅋㅋ
암튼 용두산공원은 이래저래 나와 인연이 많은 것 같다. 어제 용두산공원 타워 밑에 앉아 있을 때 계속 흘러나왔다는 데이식스 피아노 모음을 들으면서 이 글을 썼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 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 유튜브 링크를 공유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4wP3_dM5_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