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생물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 현임교 동료 교사 일동
올해 1월 말에 수술을 해야 된다는 진단을 받고, 병원 투어를 거의 다 마친 후 개학을 맞이했다. 2월 워크숍 때부터 3월 개학하고 나서 선생님들께 5월쯤에 수술해야 해서 병가를 들어간다고 말씀드렸지만 뭔가 믿지 않는 눈치였는데 ㅋㅋㅋ 왜냐면 내가 누구보다도 우리 학교에서 텐션이 높은 교사였고, 매일 웃으면서 과학부와 정보부 업무를 처리하는 내가 아프다는 걸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는 복강경 로봇 수술로 진행할 예정이라 한 달 병가를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MRI 촬영 결과 1,000명 중의 1명 꼴로 암일 수도 있다는 판독 의사의 소견이 있었고, 암일 확률이 너무 낮긴 하지만 로봇 수술로 하다 보면 암이라고 가정했을 때 종양의 아래쪽을 보기 어려우며 잘라서 꺼내다가 파편이 떨어지면 암세포를 제대로 제거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수술 2주 전 개복 수술로 변경되었고, 개복 수술을 하게 되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8주 진단이 나와서 5~6월 두 달의 병가를 들어가게 되었다.
5월 2일이 수술이라 5월 1일에 입원하라고 했는데 4월 30일까지 출근을 했다. 왜냐하면 4월 30일이 통합과학 중간고사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술 후에 하루라도 더 쉬는 게 맞으니까 입원하는 날부터 병가를 들어갔는데 그 전후로 우리 학교 동료 선생님들께 받은 응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학교 선생님들께서 읽을 수도 있는데 내가 감동받은 순서대로 쓸 수 없어 가나다 순으로 적어본다. ㅋㅋㅋ 그리고 모든 번호에 다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이 있지만 그렇다고 다 남길 수는 없어서 일부 에피소드에는 사진을 게시하지 않았다는 걸 참고부탁드린다.
1. 같은 학번 친구 선생님
- 입원실에 있는 나를 제일 처음 울린 선생님이다.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데 카톡이 와서 봤더니 학교에 핀 작약, 장미, 수국 등의 사진을 보내주신 게 아닌가? 내가 보지 못하는 학교의 꽃들을 보게 해 주려는 마음씨에 아침부터 오열 ㅠㅠ
2. 교감선생님
- 병가를 상의드렸을 때부터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셨던 분 ㅠㅠ, 내가 병가 전 출근한 마지막날 감기 악화로 교감선생님께서 병가를 사용하여 만나지 못했는데 카톡으로 또 응원해 주셨다. 7월에 학교로 돌아가면 보답해야지!
3. 교무부장, 교무기획 선생님
- 교무부장 선생님 기간제 선생님 구해주시고, 부장 업무 처리도 해주시고, 기프티콘도 보내주심. 그리고 올해 우리 학교로 온 교무기획 선생님은 내 고등학교 후배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학교에서 동료 교사 중에 같은 고등학교 나온 사람 처음 만나서 몇 번 밥도 먹고 했었다. 나를 응원하는 기프티콘 선물과 응원 카톡 메시지에 감동 ㅠㅠ
4. 연구 부장님, 생활과 과학 선생님
- 연구 부장님은 우리 학교에서 내 멘토 교사 같은 분으로 어찌나 통화도 많이 하는지 항상 오래 통화하고 나면 남자친구도 아닌데 빨리 끊으라며 ㅋㅋㅋ 병문안 와서 과일도 사주시고, 용돈도 주고 가심. ㅠㅠ 그리고 같이 1학기에 생활과 과학을 담당하고 계신 선생님께서도 먼 곳까지 오셔서 요구르트 음료랑 과일 많이 사주고 가셔서 병원 식구들과 나눠 먹음.
5. 오월에 결혼하는 선생님
- 전임교에서도 같이 근무한 5월에 결혼하는 선생님. 너무 예쁜 웨딩 사진을 보면서 결혼식에 꼭 참석하고 싶지만 병가 중에 갈 수가 없고, 축의금 전달도 조금 힘들 듯해서 기프티콘으로 결혼 축하한다고 내 마음을 표현했는데 내가 병가 들어간 걸 알고 또 내 기분 전환하라며 선물을 주셨다. ㅠㅠ
6. 우리 부서 선생님
- 우리 부서 선생님들께 고마운 것은 한 두 개가 아닌데 일단 우리 부서는 나를 포함해 5명으로 4명의 선생님이 각자의 역할을 너무도 잘해주고 있어서 내가 할 일은 맛있는 걸 사드리면서 기분 좋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항상 내가 제공하는 간식은 고급지고 맛있다며 리액션해 주신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기획선생님은 누구보다도 능력자로 부장을 안 하려고 능력을 감추신 듯하고, 업무는 물론이고 예쁜 말로 항상 내 기분을 좋게 해 주시는 수학 선생님, 정보 업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올해 부장 맡을 때 제일 걱정이었는데 누구보다 잘해주고 계셔서 고마운 정보 선생님, 똑똑하고 센스 있어서 내가 알려주는 걸 잘 받아들여 완벽하게 해내는 지구과학 신규 선생님.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7. 작년 동학년 선생님
- 작년 3학년 선생님들. 1번에 나온 선생님은 여기에도 속하는데 그 선생님은 조용조용한 분이라 작년에는 거의 이야기를 많이 안 했지만 올해는 누구보다 친해져서 병가 후에 벌써 4번인가 만났나? 가장 많이 만났다는 ㅋㅋ 그리고 올해는 다른 학교로 가셨지만 같이 근무하는 것 마냥 카톡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여러 사람들. 항상 나에게 잔소리를 하시지만 누구보다 내 편 같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항상 고맙다는... 물론 손 많이 가는 정생물 챙긴다고 엄청 고생 많이 하신다는 것도 알고 있다. 덕유산 상고대 진짜 보고 싶었는데 거기 같이 가주신 분들도 이분들 ㅠㅠ
8. 진로 부장님
- 나와 농담 티키타카가 되는 내 맞은편 자리에 계시는 진로 부장님이자 친목회장님 ㅋㅋㅋ 어느 날 손수 만들었다며 나에게 쾌유를 빈다는 말씀과 함께 주신 선물 ㅠㅠ 이런 섬세한 선물이라니 ㅠㅠ 국어과 남자 선배 선생님께 받아보는 문과 감성 가득한 선물에 또 나는 감동하고 말았다. 한자를 진짜 몰라서 ㅋㅋㅋ 이 한자 무슨 단어죠? 여쭤보니 쾌유라고 하셨다.
9. 파이 데이 선생님
- 3월 14일은 원주율 3.141592 거기서 따와 파이 데이라 해서 각 학교마다 수학과 행사를 많이 진행한다. 우리 학교는 작년까지 자연교육 관련 행사가 너무 없었고, 내가 부장을 맡고 나서는 행사 없는 건 참을 수 없어서 파이 데이부터 해보려고 했는데 3월 개학하고 너무 바빠서 잊고 지내다가 14일 당일에 파이 데이라는 걸 인지했다. 전교생에게 제공할 행사 용품을 사러 수학교육 담당 선생님과만 가면 안 될 것 같아 급히 체육 선생님 한 분을 섭외했고, 이렇게 우리 세명은 파이 데이 단톡방을 가지고 있다 ㅋㅋㅋ 그 뒤에도 서로 열받는 일이 생기면 파이 데이 모여라 해서 맛있는 걸 사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고, 내가 병가 들어가기 전에는 체육 대회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체육 선생님 위로 모임이라 내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모였는데 두 분이 병가 들어가는 사람 응원해 줘야 한다며 밥과 커피 모두 두 분이 결제해서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 학교에서 나를 응원해 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체육대회와 현장체험학습이 끝나고 이제 기말고사까지 화이팅 해야 하는 선생님들께 내 마음을 담아 호두과자를 보내드렸다. 전 질병관리청장님과 이름이 같은 나의 센스 ㅋㅋㅋ 7월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