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원을 들어준 고마운 제자 이야기
나의 첫 제자는 7살이 차이 나서 이제 만나면 거의 친구다. 이제 언니나 누나라고 부르면 안 되냐고 말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지 ㅋㅋㅋ 나도 그때 신규 교사로 그 당시 근무하던 30살씩 많은 50대 교사들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아이들 만나서 그 선생님들 이야기를 같이 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때 교사였는지 그냥 그 아이들 동창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2017년 아빠 사고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던 시절, 페이스북을 하면 장산에 밤에 자주 올라가는 제자의 사진과 글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나도 꼭 한 번 야간 산행을 하고 싶었는데 혼자 엄두가 안 나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해 추석 연휴가 거의 일주일의 황금연휴였고, 나는 그 시기에 꼭 한번 야간에 산에 가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그 제자에게 산에 갈 때 나도 한 번만 같이 가면 안 되냐고 말했다. 고맙게도 그 아이는 나를 데리고 산에 가줬다.
밤에 장산에 올라가면 위에 보이는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저 사진이 내가 2017년 10월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 광안대교가 아주 멋있게 보인다는... 그때가 추석 연휴였기 때문에 나는 송편을 챙겨갔고, 그 애는 컵라면과 뜨거운 물을 챙겨 왔다.
그로부터 7년 뒤 나는 내 수술 문제로 심란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서 2017년에 밤에 산에 같이 가준 고마운 제자가 생각났고, 뜬금없이 연락해서 거의 7년 만에 올해 3월에 만나서 밥을 같이 먹게 되었다. 그 아이는 30대 건물주가 되어 있었고, 나는 건물주 제자는 처음이라며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 그 오피스텔에 공실 생기면 거기 전세로 싸게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하면서 제자한테 전세 사기 당하는 일은 없지 않겠냐며 ㅋㅋㅋ 한 달 뒤쯤 MRI 결과를 듣기 전날 오후 나는 너무 싱숭생숭해서 그 아이에게 산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우리는 황령산에 올라갔다.
황령산 봉수대에 올라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야경을 보는데 잡생각이 많던 시기라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면서 앉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큰 힐링이 되었는지... 그때만 해도 아직 4월이라 오래 앉아있었더니 추워서 카페에 들어가서 마신 라떼 한 잔. 라떼도 맛있었지만 이렇게 선생님이 수술을 앞두고 싱숭생숭하다고 같이 와준 학창 시절 생물 싫어해서 내 시간에 많이 잤던 제자가 어찌나 고맙던지... 모든 아이들이 생명과학을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ㅋㅋㅋ
아무튼 그 아이는 요즘 준공을 앞두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내가 심심하다고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놀아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역시 남학생들은 의리가 있지 하면서 고마워한다. 그리고 나는 사회생활이라고는 과외랑 교사가 전부인데 산전수전 다 겪은 이 아이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될놈될이라고 질풍노도의 20대를 보낸 이 아이의 성장 스토리를 아는 나로서는 이 아이가 될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 더 크게 잘 될 테니까 계속 친하게 지내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