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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

이제는 친구 같은 첫 제자들 이야기

by 정생물 선생님

나는 24살에 17세 고1 학생을 신규교사로 가르치게 되었다. 7살 어린 이 아이들은 나에게 첫사랑이다. 담임으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특히 이과반 아이들은 3년 내내 가르쳤고, 모든 게 서툰 나를 성장시켜 준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버스커 버스커의 첫사랑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가사에 보면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 이 마음이 새어나가 커져버린 내 마음이 자꾸만 새어나가.'라는 내용이 있다. 진짜 모든 교과목을 처음 가르치고, 시험문제도 처음 출제하고, 생활지도도 처음하고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툰 정생물을 트레이닝해준 고마운 아이들. 그때 주말에도 정독실을 운영했고, 나는 담임도 아니고 정독실 자습 감독 교사도 아니었지만 열정 가득한 신규 교사로서 아이들이 귀여워서 주말에 학교에 가서 정독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눠 준 기억도 있다. 지금까지 연락하는 아이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제 사제지간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사회에서 만난 선후배 같기도 친구 같기도 하다. 한 번씩 아이들은 사회에서 만난 과장님이나 팀장님 보다 내가 어리다며 이제 언니, 누나라고 부르면 안 되냐고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우리가 사회에서 만났어? 학교에서 만났지. ㅋㅋㅋ"라고 대답하면서 선생님 호칭을 포기할 수 없음을 말한다.

그리고 특히 남학생들은 현재 자기들이 30대인데 서툴렀던 20대의 내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나를 철없는 신규교사로 후배 보듯이 쳐다볼 때가 있다. 나는 사회생활이라고는 대학생 때 한 과외와 교사를 해본 경험 밖에 없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제자들이 훨씬 어른 같을 때가 많기 때문에 요즘에 제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이제는 내가 이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물론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이런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해 나의 이런 마음을 아이들에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ㅋㅋㅋ

올해 30대 중반이 된 내 첫 제자들은 결혼을 해서 육아를 하느라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도 있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다. 해외에 나가서 사는 아이들도 있고, 대학 전공과는 다른 직업을 선택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다.

아직도 만날 때마다 그때 선생님이 진짜 어렸는데 자기들이 말도 안 듣고, 못할 짓 많이 했다면서 말하는데 나는 너희를 첫 제자로 만나서 너무 좋았다고 말한다. 첫사랑이라 비교 대상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고... 이 브런치북은 '정생물의 키스 더 라디오'는 아니지만 앞에 이야기 한 내가 좋아하는 노래 버스커 버스커의 첫사랑으로 마무리해본다. 내 첫사랑들과 같은 40대, 50대가 될 때까지 계속 동행하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Sfh4zHdoC30

처음 널 봤을 때 왠지 다른 느낌

너와 함께 말하고 싶어

웃을 때마다 이 마음을 알아가

이젠 널 볼 때마다

나의 맘이 너무나 커져 이젠 나의 시간은

항상 너와 웃으며 이 밤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아쉬워하며 또 너를 기다리겠지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

이 마음이 새어나가 커져버린 내 마음이

자꾸만 새어나가


네가 없을 땐 왠지 아픈 느낌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

눈을 감으면 또 네가 떠올라

이젠 숨 쉴 때마다

네 모습이 너무나 커져 이젠 나의 사랑은

항상 너와 웃으며 이 밤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아쉬워하며 또 너를 기다리겠지

나는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

이 마음이 새어나가 커져버린 내 마음이

자꾸만 새어나가

아름다운 그대여 참아보려 했지만

어두워지는 밤과 외로움 알겠네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

이 마음이 새어나가 커져버린 내 마음이

자꾸만 새어나가 조금만 더

그대를 참아보려 했지만

커져버린 내 마음과 커져가는 니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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