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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Jul 16. 2024

브런치 프로필 사진

제공 : 작년 우리 반 귀요미들

나는 작년에 새로운 학교로 이동했고, 3학년 5반 담임을 하게 되었다. 고교 학점제 연구학교로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면서 선택 과목을 고려한 문과 이과반 이렇게 반 편성이 되지 않고, 문 이과 아이들이 섞여 반편성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생명과학을 담당하는 나는 우리 반 절반 정도의 아이들과만 수업을 할 수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1학년부터 데리고 올라온 아이들이면 3학년 때 수업을 같이 하지 않더라도 아이들 파악이 이미 되어 있으니 문제없었을 수도 있지만 새로 부임한 교사인데 같이 수업도, 그 아이가 야간자율학습도 안 하는 아이라면 나와 언제 만나서 래포를 형성할 수 있겠는가? 고3은 다른 어느 학년보다도 상담을 많이 하게 되는데 문과 아이들도 자기랑 수업도 안 하는 이과 선생님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스승의 날 찍은 단체 사진
체육대회 때 찍은 단체 사진

그래도 우리 반 귀요미들은 1년 동안 잘 따라와 주었고, 덕분에 1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브런치 프로필 사진에 있는 것도 이 아이들이 만들어준 건데 어느 날 실험복을 입고 생물실에서 수행평가를 할 때 그 모습을 보고 애들이 잔망루피랑 닮았다고 안경을 그려서 교실 뒷문에 딱! ㅋㅋㅋ 마음에 쏙 들어서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프로필 사진을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이 사진이 떠올랐다. ㅎㅎㅎ 고마워!


여름방학 후 수시 상담을 통해 대입 수시 지원을 했고, 시간은 흘러 흘러 수능 시즌이 다가왔다. 중앙현관에 수능대박 기원 등도 달고, 트리에 응원카드도 달았다.


수능 전 날, 우리 학교에는 수능 전 날 풍경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방문했고, 강당에 모여 화이팅을 외치는 나와 우리 반 사진을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오른쪽 아래 시커먼 사람이 바로 나 ㅋㅋㅋ

귀요미들 덕분에 작년 1년을 잘 보내고, 올해는 자연수리융합부장을 맡게 되었다. 담임을 하면 챙겨야 할 것도 많고, 힘든 일도 많고, 열받는 일도 많다. 그래도 담임을 할 때만 느끼는 교사로서의 보람과 즐거움도 많다. 담임을 하게 되면 과분한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귀요미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요즘에는 근무하기도 담임하기도 힘든 학교가 참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내년에는 다시 담임을 하고 싶은데 올해 부장을 하는 바람에 남은 2년 동안 계속 부장을 해야 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 지금부터 부장을 대충대충 하면 내년에 담임을 할 수 있을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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