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8 아이들에게 받은 사랑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는 그해에 자연교육부장이었지만 내가 부담임으로 있는 2-7의 담임 선생님이 2학기에 출산 휴가를 들어가게 되어 3개월 담임을 하게 된다. 이 아이들은 수업할 때 만나도 귀여운 아이들이었고, 나는 그다음 해에 고3 담임으로 이 아이들 따라가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2021년에 여자 이과반인 3-8 담임을 하게 되었다.
4월 1일 만우절, 고3 생활로 힘든 와중에도 우리 반 아이들은 만우절 행사를 했다. 수학 선생님 시간에는 자기들끼리 싸워서 선생님을 놀라게 했고, 국어 시간에는 쓰러지는 연기를 해서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들고, 아침 조회 시간에는 내 생일도 아닌데 내 생일 파티를 준비해서 나를 기분 좋게 해 줬다. 그리고 마니또를 하면서 나도 함께 넣어줬지 ㅋㅋㅋ
스승의 날에도 누구보다 감동적인 이벤트를 해줬는데, 정성스럽게 꾸민 칠판도 그랬지만 자기들 어릴 때 사진부터 앨범 한 장 한 장 개인별로 꾸민 앨범을 줬는데 학년실에서 읽다가 울컥...
졸업 앨범 사진 찍는 날,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던 시기였는데 졸업 앨범 사진을 찍는 날은 학교에서 마스크를 잠시 벗어도 혼나지 않았던 시간이었지.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체육 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한 우리 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일이었는데 코로나 시절에는 아이들에게 단체로 아이스크림 사주는 것도 조심스러운 시기였다. 코로나 초창기에는 학습지도 아이들에게 손으로 넘기지 못하게 하라고 누가 그래서 내가 돌아다니면서 학습지를 한 장씩 나눠주기도 했었으니까 ㅠㅠ
수능 전날, 코로나 상황에서 수능 시험장이었던 우리 학교는 교실 방역을 마친 상황이라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운동장에서 수험표를 나눠주고 화이팅을 외쳐보았지.
수능 이후 잔디 운동장에서 체육 시간에 힐링하는 아이들을 교무실에서 찍어봄 ㅋㅋㅋ
수능 이후 12월에는 내가 임용 시험 채점을 2주 동안 가는 바람에 거의 만나지 못하고,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그리고 2월 졸업식. 고3 담임을 여러 번 했지만 졸업식날 내가 아이들을 위해 칠판을 꾸민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귀여웠던 아이들. 나는 담임을 맡으면 번호대로 아이들 이름을 다 외우는데 이 때도 칠판에 이름 적을 때 한 번에 번호대로 쓱쓱 적어나갔지.
꽃 모양이 명품을 떠올리게 해서 내가 샤넬 동백이라고 불렀던 2021년도 학교에 핀 예쁜 분홍 동백 꽃. 정말 그 해에는 샤넬 같은 명품 아이들을 만났다. '담임을 하면서 이렇게 1년 내내 행복할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아이들. 담임을 하게 되면 사건 사고도 많고, 빡치는 일이 참 많이 생기는데 2021년 3-8 담임을 할 때는 1년 내내 아이들과 잘 지냈던 것 같다. 이런 귀요미 고3을 내 교직 생애에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아이들은 참 사랑스러웠다.